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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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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워진 혼외정사

등록 2002-04-24 00:00 수정 2020-05-02 04:22

현실에서도 혼외정사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는 급격히 변하였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또래들을 만나면 화제는 딱 두 가지다. 재테크와 애인 이야기다. 그런데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쉬쉬하던 이야기를 이제는 테니스를 막 시작했는데 아주 좋더라는 식으로 유쾌하고 자연스레 꺼내놓는다. 완전히 달라졌다.” ㅁ출판사 대표이자 주부이기도 한 ㅈ씨의 말이다. 연령대를 낮춰보자. 결혼 3년째로 직장생활을 하는 박수미(가명·27)씨는 요즘 한 미혼남성과 ‘열애’ 중이다. 그런데 박씨의 생각이 흥미롭다. “결혼생활 3년째인데 벌써 권태를 느끼던 차에 긴장감이 생겨 좋다. 그렇다고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남편과 잘 지내는 편이다. 죄책감 때문은 아니지만, 남편도 나처럼 애인을 두고 활력을 얻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혼 3년째이긴 마찬가지인 김만수(가명·29·회사원)씨는 또 다르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와는 첫눈에 서로 반해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다. 집안의 반대가 거셌지만 동거부터 시작하는 등 아주 단호하게 나갔다. 그런데 지금 난 직장동료와 또 다른 연애에 빠졌다. 문제는 결혼이란 제도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지금 아내에게 이혼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낸 상태인데 이혼해도 재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올해 이화여대 사회학과 곽배희씨가 박사학위 청구논문으로 제출한 에는 전국 성인남녀 6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가 담겨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사회의 이혼 급증 원인’에 대한 성별 견해에서 ‘성적·도덕적 자유주의 풍조’를 이유로 들은 여성은 한명도 없다. 남성의 경우도 이 문항에 대한 응답자는 1명뿐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 및 여성의식의 성장’이란 응답이 여성 39.3%, 남성 36.8%로 가장 많았다.
이웃 일본의 경우를 보면,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예감 아닌 예감이 든다. 2002년 1월28일치 일본 시사주간지 는 20·30대 여성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응답여성의 43%를 차지한 기혼여성들 가운데 절반인 51%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고 했다. 미혼여성도 이에 못지않다. 두 사람 이상의 섹스 파트너가 있는 것에 대해 50%가 좋다고 했고, 남자친구가 자기 이외의 섹스 파트너를 두는 것에 대해서도 48%가 좋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기혼여성에 대한 성의식과 성실태를 조사한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99년 한국성과학연구소(소장 이윤수)가 기혼여성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4명 중 1명이 남편 이외의 남성과 섹스를 해보고 싶은 욕망을 느낀 적이 있고, 15%는 실제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75%에 달했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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