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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즐거운 성생활?

등록 2002-03-06 00:00 수정 2020-05-02 04:22

성의 자유 대담하게 누리는 브라질 청소년들…첫경험 연령도 급속히 내려가

한국의 중장년층(특히 여성)이라면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성교제 같은 건 해보려고 생각만 해도 큰일이 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성교제를 하다 적발되는” 날에는 정학 처분도 불사한다고 무지막지한 협박을 일삼았다.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피부결 뽀얗게 곱던 그 시절. 이성으로부터 자신의 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지극히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욕망을 어쩌자고 그렇게 ‘몹쓸 것’으로 몰아세우고 눌러막았을까.

여자 15살, 남자 14살에 첫경험

브라질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좀더 정확히 말해서 성생활에 대한 조사결과가 최근 한 시사주간지에 소개되었다. 유네스코와 보건복지부에서 합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브라질 전국 14개 도시에 거주하는 11살∼24살의 1만6천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일찍 성경험을 시작하고 있으며, 자기 육체에 대한 결정권과 자유를 최대한 대담하게 누리고 있다. 첫 번째 성관계를 갖는 평균 연령은 도시지역의 경우 여자는 15살, 남자는 14살로 내려갔다. 4년 전만 해도 보건부 조사에서 나타난 첫 경험 나이로는 16살에서 19살 사이가 가장 많았다. “브라질 청소년들은 점점 더 빨리 성경험을 시작하고 있으며 여기에 따르는 심리적 부담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건강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최대한 누리고 싶은 건 모두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른들 가운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자유를 처음 경험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통스럽도록 치솟던 욕구와 그로 인한 죄책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부끄러움으로 범벅이 된 그 첫 경험의 시기가 지나가버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힘겨운 첫 경험의 고뇌가 점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까지는 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첫 번째 섹스를 하고 싶다면 지속적인 데이트 상대인 애인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처음이라는 것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도 않거니와 굳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물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90%가 콘돔 사용

경제적으로는 아직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간섭은 절대로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 지금의 청소년 세대다. 성생활에서도 “내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슈”로 일관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전 세대에 비해 지금의 청소년 부모들은 훨씬 열린 자세로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에서는 10년 전에 벌써 부모 네명 중 한명이 청소년 자녀가 애인을 데려와 집에서 잠자리를 같이 하려고 할 때 이를 허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제 이 수치는 두배로 늘어났다.

청소년 섹슈얼리티와 성교육에 대해 여러 권의 저서를 낸 바 있는 심리상담가 모아시르 코스타도 “오늘날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하겠다는 대로 받아들이고 놔두는 것 외에 옵션이 없다”고 말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방지하고 에이즈를 필두로 한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일년에 약 2천명의 청소년들이 에이즈에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숫자는 10년째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소년 임신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15살에서 19살 사이의 미혼모들이 출산하는 영아가 1년에 100만명에 이른다.

이번 유네스코 조사에서는 성관계시 반드시 콘돔을 사용한다고 한 응답자가 전체의 90%에 달했다. ‘안전한 섹스가 아름다운 섹스’라는 사실은 청소년들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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