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택시비 공포와 ‘밤샘 코스’

등록 2002-01-10 00:00 수정 2020-05-03 04:22

움직이는 세계 통신원 NG 리포트

도쿄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사실은 굳이 신문의 국제면을 뒤적거리지 않더라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쿄로 출장 온 사람들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더라도, 반드시 원화로 환전해 보고 나서는 “야 도쿄 물가 정말 비싸다”라는 소리를 한번쯤 꼭 하고야 만다. 하지만 도쿄에서 6개월 정도 생활한 사람들이라면, 이른바 ‘간이 부어서’ 1천엔을 대충 1천원쯤으로 생각하고 생활해가게 된다. 그렇지 않고 매번 한국 물가로 환산한다면, 아마 그 높은 물가에 머리가 돌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도쿄 물가 중에서도 가장 비싼 것은 뭐니뭐니해도 교통비일 것이다. 일본에서 국철과 지하철을 이용해서 한국의 청량리에서 강남 정도의 거리만 가더라도 한국돈으로 대략 5천원 정도의 돈이 든다. 그래도 지하철요금은 낫다.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은 660엔. 한국 택시요금의 4배쯤 된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일본 친구들이 술을 먹다가도 전철 막차시간이 가까워지면 모두 일어나는 것을 보고, 참 쫀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모두 살인적인 택시요금 때문이란 것을 알고 나서부턴 나 역시 그 쫀쫀한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광고

그런데 문제는 항상 한국사람들과 만날 때 벌어지고 만다. 쉽게 1차로 끝나지 않는 그 오랜 습성 때문일 것이다. 도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2차까지 끝내고 어찌어찌하다 그만 막차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날 중요한 일도 있고 해서 서울에서처럼 택시를 잡아탔다. 서울로 치면 돈암동에서 답십리 정도의 거리였을까. 요금은 8800엔 정도. 술이 확 깼다. 그때 월 8만엔의 장학금을 받던 시절이었으니까 10분의 1이 한번의 택시요금으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밤 11시가 넘으면 새벽녘까지 3할증(주간의 3배 정도)이 된다는 것을 안 것도 그때였다. 카드로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나서, 너무 허탈해 다리까지 휘청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쉽게 잊혀지는 법. 한국에서 출장 온 친구를 위해 도쿄구경을 시켜준다고 시내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는데, 역시 막차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추운 겨울밤, 비싼 택시비 생각을 하다가, 밤새 술 마셔도 5천엔밖에 안 한다는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밴드소리 요란하고 담배연기 자욱하던 그곳도 그러나 새벽 2시가 지나자 조용해졌다. 모두 새벽 5시 첫차를 기다리며 소파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덜거덕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모두들 외투를 걸쳐 입고 붙은 눈을 비벼대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택시비의 공포는 가난한 유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대학생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도쿄의 한 대학 조선어학과 록그룹인 ‘서울우유’ 공연이 있던 날, 2차까지 뒤풀이를 하고 난 뒤, 일행들은 곧바로 ‘가라오케’행. 택시를 타고 돌아갈 수 없는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가 주변 가라오케에선 좀더 싼값에 ‘밤샘코스’를 만들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통금시간이라도 되는 양 군림하는 전철 막차시간도 젊은 대학생들의 발목까지 잡아채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책으로 보는 세계|

세계화의 테러

영화 의 도시 인도 콜카타(Kolkatta: 최근 캘커타에서 도시명을 개칭함).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공산당이 자치정부를 이루고 있지만 테레사 수녀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콜카타는 여느 도시처럼 자유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볼 수 있는 절대적 빈곤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콜카타 거리 곳곳을 지나다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세계화와 관련된 토론을 자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토론문화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는 것이 바로 수많은 크고 작은 서점들이다. 서점 입구에는 세계화 비판문제와 관련된 최신 서적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제3세계 개발과 환경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잘 알려진 존 메들리의 (Hungry for Trade)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는 세계화가 얼마나 많은 빈곤문제를 야기시켰는지 조목조목 서술하고 있다.
총 9장으로 구분하여 제1장과 2장에서는 먹을 것이 풍부히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8억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바로 불균등한 자유무역에서 기인함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업주도 세계화의 결과는 빈곤문제뿐만 아니라 실업과 재난, 분쟁, 기후변화까지 야기시키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퇴보를 나타내고 있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1990년대 말 Y2K 해결을 위해 부자나라들이 5천억달러를 지출했음에도 1996년 세계식량회의에서 2015년까지 절대빈곤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예산액, 매해 40억달러 총 600억달러에 대해서는 인색한 모습을 꼬집는다. 3장에서부터 7장까지는 초국적 자본이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정치사회변화를 촉발시키는지를 설명하고 이들 초국적 자본이 국제기구를 통해 각 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8장과 9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과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다루고 있다.
이제 세계화 문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주요한 과제가 되어 있고 먹고, 입고, 잠자는 모든 기본생활 영역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 문제의 한 예로 인도네시아를 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절대빈곤선이 1970년에 60%에 달하던 것이 1996년에는 11%로 떨어질 정도로 경제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환란이 일어난 이후 1996년부터 98년, 2년 사이에 1천만명 가까이 직장을 잃었고 절대빈곤 수는 6배로 껑충 뛰어 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세계화, 특히 미국 중심의 폭력적인 세계화는 전세계 수십억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라 할 수 있다.
마닐라=나효우 통신원 nahyowoo@yahoo.com


광고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