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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떠오른다면 기분 탓

후지오카 노부카쓰
등록 2015-11-17 20:03 수정 2020-05-03 04:28

여기, 한 ‘보수주의자’가 있다.
그는 194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지냈다. 의 논설을 쓰기도 했고, 지금은 다쿠쇼쿠대학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올여름, 미국 학자들이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을 비판하는 자료를 발표하자, 반박 성명을 낸 학자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5년 도쿄의 한 강연장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북한 공작원”이란 망언을 해서 한국에도 알려진 극우주의자다. 2010년에는 에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학교 교육으로 조선인에게 한글 교육을 했으며, 한자와 한글이 혼합된 문장을 고안한 것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는 내용의 글을 싣기도 했다. 또한 일본이 조선의 말과 문화, 토지를 가혹하게 수탈했다는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1997년 1월, 전기통신대학 니시오 간지 교수와 함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만들었다. 자유주의사관에 입각해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었는데, 그의 자유주의사관은 자국의 역사에 대한 ‘긍정적’인 역사관을 갖는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등을 통해 자유주의사관을 전파했고, 뜻이 같은 사람들과 패배주의와 자학사관에서 벗어난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 교과서는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2005년 당시 0.4%의 채택률을 기록했다.
그의 역사관이 잘 드러난,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취지문을 보자. “(교과서에 기술된) 근현대사에서 일본 사람은 대대손손 사죄해야만 하는 죄인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옛날 적국(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심리를 그대로 기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식으로 역사교육을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처음부터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일본사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1962년 당시 소비에트 교육학의 거점이라 불린 홋카이도대학 교육학부에 진학했다. 이듬해 공산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정통 보수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런 그가 걸프전 때 미국과의 외교에서 일본이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전향’을 했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

한겨레 김도형 기자

그는 문제의 원인을 일본의 자위대와 ‘평화헌법’, 나아가 “문화와 전통을 잊고 일본인의 자존심을 잃게 한” 역사교육에서 찾았다. 잘못된 역사 교과서 때문에 아이들이 이 나라에 대해 안 좋게만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교과서가 (일본을) 부당하게 나쁘게 그리고 있던 것을 개선하고, 아이들이 자국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과서에서 배우게 하기 위해” 교과서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보고, 한국의 어떤 분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모두 ‘기분 탓’일 것이다. 문제의 언행들은 모두 일본의 우익 학자,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의 이야기일 뿐이다.

길주희 객원기자·인권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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