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는 등록된 선수가 10명도 안 되는 한국 스키점프의 열악한 현실을 그려낸 흥행작이다. 보다 1년 먼저 개봉한 도 여자핸드볼팀의 암울한 실화를 다룬 영화다. 이들 영화뿐만 아니라 피겨선수 김연아의 분투기를 통해서도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 얼마나 열악한 대우를 받는지 그 실상이 널리 알려졌다.
김연아가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언론은 어김없이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비교하곤 했다. 그리고 그 비교 항목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연맹 등에서 받는 지원금이었다. 김연아가 1위 자리에 올라설 때면, 훨씬 적은 지원금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자랑스런’ 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항상 자국 선수에게 ‘막대한’ 지원을 자랑하는 일본에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곤란해하는 선수가 있다. 22살 스노보드 선수 사토 나쓰미(佐藤夏生)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일본 대표로 세계 선수권과 월드컵에 출전한 실력파다. 지난 3월 열린 전 일본 선수권 대회에서 2위로 입상했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이 기대되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그가 스노보더로 활동하려면 해외 원정과 대회 참가비 등 연간 1600여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경비를 직접 마련해야 한다. 많게는 일주일에 5일, 시즌오프 때는 한 달에 200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겨우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일본에서도 프로 리그가 없는 종목의 선수는 선수 생활로 ‘밥벌이’를 하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2010년부터 ‘아스 나비’(Athlete Navigation의 일본식 표기의 준말)라는 사업을 통해 자비로 활동하는 선수를 기업과 연결해주고 있다. 채용된 선수는 일반 사원처럼 출근해서 일하지만, 업무 시간을 조정해 연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은 실업팀을 직접 운영하는 것에 비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실력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고, 그 선수의 활약으로 광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JOC는 10월2일 현재, 53개의 기업과 75명의 선수를 연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16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아스 나비 전형장에 사토도 모습을 드러냈다. 6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채용 담당자와 1대1로 이야기도 나눴다. 지금은 기업의 연락을 기다리며 훈련하고 있다.
현대 스포츠에는 ‘의지’만으론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벽을 만드는 것은 역시 돈이다. 선수들에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좋은 성적을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처럼 대부분의 스포츠가, 심지어 야구단까지 기업에 ‘기생’하는 구조에서 비인기 종목까지 기업에 맡기는 것도 우습다. 정부와 각 연맹들은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JOC처럼 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길주희 객원기자·인권연대 간사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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