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O! NO exploração!”(반대해! 반대해! 착취에 반대해!)
“I believe that we will win!”(나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8월18일,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라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누구나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축제였다. ‘조커’ 같은 표정으로 로널드 분장을 한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했고, 삼바가 어우러졌다.
매장 앞에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해고당한 맥도널드 노동자와 브라질 ‘관광 및 접객산업 노동자총연맹’(CONTRATUH) 간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매장 입구는 직원들이 막고 있었고, 시위대는 매장 앞 인도를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꽉 메웠지만 경찰은 멀리서 구경만 할 뿐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맥도널드 시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브라질이 맥도널드 문제로 뜨겁다. 브라질의 맥도널드 매장은 800여 개. 브라질 노조들이 브라질리아 연방노동법원에 맥도널드를 제소했다. 맥도널드의 라틴아메리카 운영업체인 아르코스 도라도스가 ‘소셜덤핑’(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그 돈으로 제품을 헐값에 판매하는 것)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맥도널드를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브라질에서 맥도널드는 최저임금 지급 위반,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등 다양한 노동법 위반으로 많은 벌금을 물었다. 2013년에는 맥도널드의 해피밀 광고와 장난감이 ‘어린이를 유혹한다’며 320만헤알(약 16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노동자총연맹(CONTRATUH)과 노바센트랄노조(NCST)는 북미서비스노조(SEIU), 국제식품연맹(IUF)과 공동으로 지난 8월17~21일 20여 개국 패스트푸드 노동자운동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브라질로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상파울루시 정부 공동 주최로 ‘패스트푸드 산업에서의 불안정노동 철폐투쟁’ 토론회가 열렸고, 파울루 파임 연방상원의원의 주최로 맥도널드 공청회가 준비됐으며, ‘패스트푸드 노동자 국제회의’에는 대통령 비서실 차장과 노동부 장관이 나와 발언을 했다. 정부가 맥도널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노동자와 맥도널드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뉴질랜드 유나이트 노조는 근로계약시 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는 ‘0시간 계약제’를 철폐했다. 덴마크 연합연맹은 맥도널드와 단체협약을 갱신했으며, 독일 음식·숙박업 노조(NGG)는 맥도널드 노동자에게 산별협약을 적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북미서비스노조는 미국 각 도시 맥도널드 매장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기업의 관행이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전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운동을 대표하는 노동조합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1만원 요구와 알바노조의 맥도널드 매장 점거,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에 대한 두 번의 구속영장 발부 및 기각 등 맥도널드를 상대로 싸워온 상황을 각국 노동자들에게 전했다.
회의에 모인 각국 대표단은 각 나라에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맥도널드·스타벅스·던킨도너츠 같은 패스트푸드 및 초국적 프랜차이즈 기업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맥도널드’였으며, 세계 각국에서 맥도널드가 벌이는 행태는 서로가 공감하고 모두의 공분을 살 만큼 일관됐다. 매출에 따른 인건비 조절, 그로 인한 불안정한 근무 스케줄, 산업재해 발생 빈도를 낮추기 위한 꼼수, 30분 안에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히트레이트 제도 등 한국 맥도널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맥도널드는 심각한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많으면 10분밖에 못 쉬고 손님이 없으면 3시간 동안 휴게실에서 무급으로 쉬는 등 근무 스케줄이 엉망이다. 맥도널드가 이런 짓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비정규 인력을 풀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평한 법 제정을 통해 이런 관행을 막을 것이다.”(레오나르도 멘도카 브라질 노동검사) “한 기업의 관행이 노동자의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조제 칼릭스투 하모스 ‘노바센트랄 노조’ 위원장)
8월20일 브라질 상원에서는 ‘맥도널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파울루 파임 상원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는데 맥도널드의 유연근무제, 노조 활동 방해, 최저임금 지급 위반,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등 임금 갈취, 미성년 노동자에게 유해한 근무 환경, 탈세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공청회에서 덴마크와 뉴질랜드의 노조 대표단은 노조 활동 보장, 임금 인상 등의 단체협약을 맥도널드와 체결한 경험을 증언했다. 특히 덴마크 대표단은 6주간의 유급휴가를 제공해도 맥도널드가 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맥도널드는 파울루 파임 상원의원의 공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편지를 보내 “36년 전 브라질에 진출한 이후 현지 노동법을 준수해왔다고 확신한다. 맥도널드는 브라질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첫 직장 가운데 최고다”라고 밝혔다.
브라질 노동부 장관 “불법적 행태 적발할 것”“우리는 살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다.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어야 국가의 재정 상태도 개선된다. 경제적 권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만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브라질 노동부는 노동 감독을 통해 정책팀을 마련해서 기업이 자행하는 불법적 행태를 적발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특히 젊은 청년 노동자들이 맥도널드 같은 기업에서 착취받는 것에 계속 주목하고, 노동법 위반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마노엘 지아스 브라질 노동고용부 장관은 8월19일 패스트푸드 노동자 국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알바노조가 탄생한 지 이제야 2년, 맥도널드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브라질의 이런 이야기들이, 맥도널드와 협약을 맺었다는 외국 사례들이 아직은 먼 이야기 같지만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상파울루(브라질)=글·사진 이혜정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사무국장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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