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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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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동북아 평화

오키나와 주민 반발로 10년간 지연된 미-일 동맹 핵심 헤노코 신기지 건설 곧 결정
나카이마 지사에게 달린 아시아 평화
등록 2013-12-21 14:16 수정 2020-05-03 04:27
일본 오키나와현 헤노코 바다에서 본 캠프 슈와브 전경. 이 부대는 미군의 동북아 전력 중 가장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은 육지의 캠프 슈와브를 바다의 매립을 통해 새로운 신기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헤노코 바다에서 본 캠프 슈와브 전경. 이 부대는 미군의 동북아 전력 중 가장 공격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은 육지의 캠프 슈와브를 바다의 매립을 통해 새로운 신기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집권당의 후광으로 당선된 무소속 지사가 자신을 도와준 자민당의 정책에 부응할 것이냐, 아니면 공약을 실천할 것이냐. 10년 넘게 끌어온 미-일 동맹의 핵심 사안인 일본 오키나와 헤노코 신기지 건설 사업의 향배가 앞으로 한 달 전후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열쇠를 쥔 장본인은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 이달 들어 오키나와 현지에선 지역 언론을 필두로 나카이마 지사의 매립 허가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 현지 주민뿐 아니라 집권 자민당과 아베 정권 전체가 그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의 뼈대는 바다를 매립해 군용 활주로와 군용 부두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이 추진되려면 바다를 메워서 부지를 조성하는 매립 허가가 관건이다. 헤노코는 세계적 멸종위기 포유동물인 듀공이라는 바다소의 서식지였다. 그래서 생태계 파괴와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대한 위협이라는 등 환경 논란도 거셌다.

주둔국인 일본 예산으로 건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움직임에 눈을 뗄 수 없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 여론을 띄우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애걸복걸하다시피 매달렸다. 왜일까? 헤노코 신기지야말로 미국의 아시아 외교정책과 군사전략의 실질적인 이해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선 또 다른 이해도 걸려 있다. 겉으로는 기지 이전의 형식을 띠지만 실체는 신기지 건설이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사업비의 대부분을 미국이 아닌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집행하는 탓이다. 바다를 매립하는 비용만 2조3천억원 이상이며, 군용 활주로와 군용 부두, 탄약 저장고 등까지 합하면 3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혁신적인 해외 주둔 군사기지를 자신의 예산이 아닌 주둔국의 예산으로 건설하는 것이 헤노코 신기지 사업의 본질이다. 미국식 셈법에서는 ‘너무도 깔끔하고 완벽한’ 군사적 이익이자 외교적 선택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 사업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헤노코는 세계적 멸종위기 포유동물인 듀공이라는 바다소의 서식지다. 지난 12월 초 지역 주민들이 듀공을 구해달라며 기지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헤노코는 세계적 멸종위기 포유동물인 듀공이라는 바다소의 서식지다. 지난 12월 초 지역 주민들이 듀공을 구해달라며 기지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만일 나카이마 지사가 기존 공약인 후텐마 기지의 ‘현외 이전’으로 방침을 정리할 경우, 앞으로 3년 동안은 신기지 건설 문제는 추진되기 어렵게 된다. 내년 10월 오키나와 지방선거로 인해 사업 추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 역시 타격을 피하긴 힘들다. 미-일 동맹의 울타리를 발판으로 군국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던 아베 신조 총리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건 물론이다.

오키나와 현지에선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단 자민당 오키나와 지부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부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특히 헤노코를 중심으로 한 나고시 지역 주민들은 지사가 매립을 허가할 경우, 즉각 바다로 나가서 매립 공사에 관련된 모든 선박을 몸으로 저지하겠다며 결연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높다보니 설령 나카이마 지사가 매립 허가를 내리더라도 헤노코 신기지 건설 공사가 곧바로 착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후텐마이전대책위 다카하시 도시오 사무국장은 “후텐마 이전과 헤노코 신기지 건설 사업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임기를 끝으로 지사직을 그만둘 나카이마 지사가 평생을 오키나와 주민들의 비난과 원망을 들으며 살아가게 될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지사가 매립 허가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정부의 뜻대로 쉽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감정은, 일본 정부도 미국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섬 전체 면적의 74%가 미군 기지와 시설로 이뤄진 오키나와는 일본 군국주의가 빚어낸 태평양전쟁의 최대 피해자이며, 전쟁 이후에도 주일미군으로 인한 갈등과 부작용을 오롯이 감당해낸 역사적 기억이 또렷한 곳이다.

공사 강행은 강력한 저항 부를 것

그럼에도 결국 매립 허가로 가닥이 잡힐 경우 1972년 오키나와가 미국으로부터 일본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치열한 주민들의 저항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키나와 현지의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심지어 여당인 자민당 지지층조차 ‘헤노코 신기지의 매립 허가를 통한 공사 강행은 강력한 주민들의 저항을 촉발할 것’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신기지 이전은 일본을 넘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본질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장 한가운데에 기지가 세워진다는 점이다. 중-일 관계에서도 해노코 신기지 건설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중국과 대만의 동쪽 바다는 바로 오키나와로 펼쳐지는 바다다. 이곳은 최근 몇 주 동안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중-일 대립으로 들끓었던 최전선 현장이다. 바로 이런 곳에 가장 공격적이고 신속한 기동성을 펼칠 수 있는 미 해병대의 신기지가 들어선다는 얘기다. 미국 대외전략의 핵심인 군사전략에서도 다른 어떤 곳보다 중요한 포석이 되는 셈이다. 전세계가 오키나와를 주시하는 이유다.

오키나와(일본)=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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