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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받는 이들의 교황 되시라

소박한 삶 몸에 밴 빈민 사목자이자 엄격한 교리 고집해온 고위 성직자 교황 프란치스코… 많은 개혁 과제 어떻게 풀까?
등록 2013-03-23 07:43 수정 2020-05-03 04:27

‘비바 일 파파’(교황 성하 만세).
차가운 날씨에 비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성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일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cnn>의 생중계 속에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 것은 3월13일 저녁 7시6분께(현지시각)다. 교황청이 발행하는 의 자료를 보면, 그로부터 꼭 55분 뒤인 이날 저녁 8시12분 장루이 토랑 추기경(프랑스)이 ‘하베무스 파팜’(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로마의 새 주교이자 성베드로의 266번째 후계자다.
<font size="3">2005년 콘클라베 때 두 번째 득표</font>
지난 3월12일 오후 5시33분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 추기경 회의(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까지, 교황 프란치스코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으로 불렸다. 1936년 12월7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이 이탈리아에서 이민을 온 철도노동자였다. 애초 화공학도였던 그는 20대 초반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10년여 세월을 신학 공부에 몰두한 그는 1969년 12월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3년 7월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에 선출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절, 그는 교회 안에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1992년 주교 서품을 받은 데 이어, 1998년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에 선임됐다. 이어 3년여 만인 2001년엔 추기경에 서임됐고, 그해 10월엔 교황에 대한 자문과 교회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자리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10차 회의 운영 책임을 맡기도 했다. 사제 생활 대부분을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그의 이름이 바티칸 안팎에서 잘 알려지게 된 계기였단다.
예수회 출신 사제가 교황에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도 첫 사례다. 유럽 대륙 바깥에서 교황이 나온 것은 시리아 출신으로 서기 731~741년 재임했던 교황 그레고리 3세 이후 무려 1272년 만의 일이다. ‘뜻밖’이라고 할 만한데, 영국의 교계매체 가 3월14일 인터넷판에서 전한 내용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직후인 2005년 4월 열린 콘클라베에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인물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었다. 세상은 당시 투표 결과를 잊었지만, 8년 만에 다시 모인 추기경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오랜 기간 빈민 사목에 열정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로시카 바티칸 공동대변인은 3월13일 와 한 인터뷰에서 “주교 시절 교황께선 호화로운 관사를 처분하고, 자그마한 아파트를 빌려 검소하게 생활했다”며 “식사 준비도 직접 하고, 기사가 딸린 전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했다”고 말했다. 티머시 돌런 추기경(미국)도 <cbs>에 출연해 “콘클라베가 마무리된 뒤 성베드로 대성당을 떠나 숙소로 향할 때, 교황은 전용 차량이 준비돼 있었음에도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고 전했다.
교리적으론 어떨까? 2007년 라틴아메리카 주교회는 공동성명을 내어 낙태와 안락사를 ‘끔찍한 범죄’이자 ‘죽음의 문화’라고 규정했다. 당시 성명을 주도한 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다. 동성애를 ‘부도덕한 짓’이라고 비판해온 그는 2010년 아르헨티나 정부의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에 ‘격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예수회 관구장 시절인 1970년대, 그는 군사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던 진보적 사제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단다.
<font size="3">‘엑클레시아 셈페르 레포르만다’</font>
‘엑클레시아 셈페르 레포르만다.’ 교회의 끊임없는 쇄신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표어다. 소박한 삶이 몸에 밴 빈민 사목자와 엄격한 교리를 고집해온 고위 성직자, 교황 프란치스코는 산처럼 쌓인 교회의 개혁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cbs></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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