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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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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간교도소, 성장산업?

강력 법안이 급증시킨 수형자로 고속 성장한 미 민간교도소 산업… 정치권에 강한 처벌 로비하고 뒤로는 재소자 인권 유린
등록 2013-03-09 02:43 수정 2020-05-03 04:27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에 가면, 1961년 문을 연 주립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FAU)가 있다. 미국의 여느 대학이 그렇듯, FAU도 ‘올빼미’를 마스코트로 내세운 운동부가 인기다. 농구·야구와 함께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은 미식축구다. 이 대학이 무려 7천만달러를 들여 2011년 10월15일 2만9419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경기장을 새롭게 개장한 이유다. 사달이 난 것도 바로 그곳이다.
대학 쪽은 건설비용 충당을 위해, 홍보 목적으로 자사 이름을 경기장 이름으로 사용할 만한 기업을 물색했다. 일종의 ‘후원계약’인데, 지난 2월19일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메리 제인 손더스 FAU 총장은 이날 자료를 내어 “우리 대학 출신인 조지 졸리 회장이 운영하는 ‘멋진 회사’인 GEO그룹에 경기장 이름 사용권을 넘기기로 했다”며 “이 회사는 앞으로 12년 동안 모두 600만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23만9800여 명 수형자로 세계 1위
보카러톤에 본사를 둔 GEO그룹은 1984년 창립해 캐나다·영국·오스트레일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사업 무대를 넓혀왔다. 업체 쪽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매출 16억1천만달러 △영업이익 1억9220만달러 △자산가치 30억49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내에선 업계 2위 규모란다. GEO그룹의 주력 분야는 뭘까? 교정서비스 위탁사업, 곧 민간교도소 운영이다.
미 법무부에 딸린 ‘법무통계청’(BJS)이 지난해 11월29일 내놓은 최신 자료를 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선 약 697만8천 명이 교정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는 미 성인 인구의 2.9%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미국 성인 34명 가운데 1명이 ‘교정 대상’이란 뜻이다. 이들 가운데 범죄를 저질러 법원의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거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에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이가 약 481만4200명에 이른단다. 그나마 갇혀 지내지는 않지만, 미국 성인 50명 가운데 1명꼴이 교정 당국의 ‘보호 대상’이다.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나 가벼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기결수는 지역 단위 구치소 3200여 곳에 수감된다. 이른바 ‘중범죄’를 저지르고 유죄를 확정받은 이들은 주정부(1100여 곳)와 연방정부(100여 곳)가 운영하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렇게 구금 생활을 하는 이들이 모두 223만9800여 명인데, 미국 성인 107명 중 1명꼴이란다. 2011년 말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인구는 약 3억1272만 명, 인구 10만 명당 무려 716명이 수형자란다. 지구촌 인구의 5% 남짓이 사는 미국에, 전세계 수형자의 25%가 몰려 있는 게다.
현재 미 교정 당국이 보유한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은 약 213만 명, 이미 10만 명가량 ‘과밀 상태’란 얘기다. 영국 에섹스대학교에 딸린 ‘국제교정시설연구센터’(ICPS)가 내놓은 최신 자료를 보면, 이웃 나라인 캐나다는 인구 10만 명당 수형자 수가 117명에 불과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각각 10만 명당 577명과 117명에 그친단다. 인구에 견준 수감자 비율로 따지면, 미국은 단연 세계 1위다. 미국인들이 특별히 범죄 성향이 강한 걸까?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9·11, 민간교도소 확장의 중요 전기
미 사법개혁 전문 싱크탱크 ‘센텐싱프로젝트’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의 수감자 규모는 지난 30년 세월 동안 무려 500%나 폭증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수형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뉴욕주에서 대폭 강화된 마약단속법이 시행되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그해 5월 뉴욕주 의회를 통과한 개정 마약단속법에 따라 마약류 판매·운반·사용자는 물론 단순 소지자에 대해서도 최소 형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범죄를 두려워하는 중산층의 표심을 노린 ‘범죄와의 전쟁’의 일환이었다.
죄지은 사람을 가두는 데도 돈이 든다. 사람을 재우고, 먹이고, 입히고, 놀리고, 가르치기까지에 드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월22일 60쪽 분량으로 내놓은 ‘연방 교도소 수용인원 증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11년을 기준으로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교도소의 수형자 1인당 연간 경비는 2만6094달러다. 2000년만 해도 수형자 1인당 드는 비용은 1만9571달러였다. 같은 기간 미 법무부 교정국의 예산이 36억6800만달러에서 63억8100만달러까지 치솟은 이유다.
돈이 돌면, ‘마’가 낀다. 1980년대를 휩쓴 시장만능주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의 열풍 속에 자본이 국가의 기본적 기능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1984년 미 이민국(INS)이 연방정부 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단속한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기 전까지 보호하는 시설을 민간업체에 맡겨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따낸 업체는 현재 미 ‘교정서비스 위탁업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렉션스코퍼레이션’(CCA)이다. 이 업체는 2011년을 기준으로 연매출 17억달러를 돌파했단다.
이듬해엔 켄터키주가 사상 처음으로 주정부가 운영하는 교도소를 민간에 위탁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1986년엔 미 법무부 교정국도 ‘교도소 민영화’ 대열에 합류했고, 이어 테네시주 해밀턴 카운티가 지역 구치소 민영화를 시행하는 등 1980년대 말까지 미 교정 행정의 민영화가 본격화했다. 민간교도소 시장은 첫 민영화 이후 불과 13년 만인 1997년 1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다.
2001년 9·11 동시테러도 민간교도소 업계에 사업 확장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줬다. 법무부에 딸려 있던 불법체류자 단속 권한이 ‘테러 예방’을 이유로 국토안보부로 이관되자, 불법체류자 구금·추방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는 지난해 5월29일 인터넷판에서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에서 추방을 앞두고 불법체류자 보호소에 수감된 이가 20만9천 명에서 36만3천 명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2011년 11월을 기준으로, 미 연방정부는 구금된 불법체류자 1인당 ‘보호비용’으로 하루 166달러를 썼다.
 
군산복합체에 빗대 ‘교산복합체’로 불려
수익을 내려면 ‘수요’가 지속돼야 한다. 민간교도소의 수요는 ‘죄수’다. CCA 쪽은 지난해 2월 미 전역 48개 주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늘어만 가는 교정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이 있다. 최소 수용률을 90% 선에서 유지하는 조건으로 20년 장기 위탁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했다. 인터넷 매체 가 당시 공개한 서한에서 업체 쪽은 “최우선 관심사는 우리 회사가 책임지고 있는 8만1천 명에 이르는 수감자들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물론, ‘본심’은 아닐 게다. “우리 회사가 보유한 시설에 대한 수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줄어들 수 있다. 사법기관이 미온적으로 법 집행을 하거나, 법원이 온정주의로 흘러 판결의 과단성을 보이지 않거나, 현행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가 입법부에 의해 합법화하거나….” CCA 쪽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2010년 연차보고서에서 ‘사업 전망’을 언급하며 이렇게 썼다. 시장의 상황은, ‘통제’가 가능하다. CCA 쪽이 ‘로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형사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사법정책연구소’(JPI)가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CCA 쪽은 해마다 90만달러 이상을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자금으로 쓴단다. 2010년 애리조나주 의회가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법이민자 단속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SB1070’으로 불린 당시 법안을 공동 발의한 36명의 주 하원의원 가운데 30명이 CCA를 포함한 업계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산복합체(MIC)에 빗대 ‘교산복합체’(PIC)란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교도소 운영업체의 폐해가 가장 극심한 곳은 ‘지구촌 교도소의 수도’로 불리는 루이지애나주다. 루이지애나 주정부가 2011년 현재 수형자 1인당 민간교도소 운영업체에 지불한 ‘보호비용’은 하루 24.39달러였다. 이를 통해 CCA를 포함한 업계가 루이지애나주에서만 벌어들인 돈이 한 해 1억8200만달러에 이른단다. 현지 일간 은 지난해 5월29일치에서 이렇게 전했다.
“미국에서 가장 수형자 비율이 높은 루이지애나주에선 성인 86명 가운데 1명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인구 10만 명당 수감률로 환산하면, 이란의 5배, 중국의 13배, 독일의 20배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뉴올리언스에선 성인 흑인 14명 가운데 1명이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 …민간교도소 업체에선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연방·주정부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웃돈까지 줘가며 이감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은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극대화해야 한다. 연방교도소에 견줘, 민간교도소의 재소자 처우가 열악한 것도 이 때문이다. GEO그룹은 한술 더 떴다. 지난해 3월20일 미 법무부 인권국은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에게 47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전미민권연맹(ACLU)이 입수해 지난 2월25일 공개한 당시 보고서는 GEO그룹 쪽이 맡고 있는 미시시피주의 1500명 수용 규모의 월넛그로브 소년원의 운영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인권국 쪽은 보고서에서 △수감자에 대한 직원들의 성추행과 수감자 간 폭력·성폭력 방치 △최루가스 과다 사용 등 수감자에 대한 과도한 물리력 행사 △수감자에 대한 의료 지원 거부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수감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자 그해 4월 미시시피주는 GEO그룹 쪽과 맺은 모든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민간교도소 업체 학교 후원에 학생 반발
그래서다. ‘올빼미들’ 새 둥지가 ‘GEO그룹 경기장’으로 결정되자, FAU 학생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월25일엔 50여 명이 손더스 총장 집무실로 몰려가 GEO그룹과 맺은 경기장 이름 사용권 계약의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다.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학생들은 ‘스톱 아울커트래즈 연대’로 불린단다. FAU의 마스코트인 ‘아울’(올빼미)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앨커트래즈섬’에 설치돼 악명 높았던 교도소를 빗댄 게다.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결국 대학 쪽은 2월26일 “찬반 양론을 듣는 공청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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