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왕실이 설립한 아랍 위성방송 가 영문판을 따로 꾸린 것은 2006년 11월이다. 전세계 80개국에 지국을 둔 이 방송은 현재 130개국에서 2억6천만 가구 이상이 시청할 수 있다. 취재 현장을 누비는 기자만도 50개국 출신 400여 명에, 직원은 4천 명을 넘는단다. 이쯤 되면 ‘초국적 방송’이라 해야 옳다.
시청 가능층 6천만 가구
이 방송은 지난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자유언론상 △피바디 언론상 △로버트 케네디 언론상 △앰네스티국제언론상 방송 부문 등 굵직굵직한 국제 언론상을 휩쓸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조차 “아랍의 봄을 가장 생생하게 보도한 언론”으로 이 방송을 꼽았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얘긴데, 이 방송이 ‘섬’처럼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세계 최대 방송시장인 미국이다. 이유? ‘반미 언론’이란 딱지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아랍어로 ‘알자지라’는 섬이란 뜻이다.
현재 미국에선 워싱턴과 벌링턴(버몬트주), 브리스틀(로드아일랜드주)과 톨레도(오하이오주), 뉴욕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인터넷 무료방송)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긴 하지만, 지역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이 방송을 접할 수 있는 건 470만 가구에 불과하단다. 이 때문에 2011년 말부터 미 최대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를 상대로 를 방송하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최대 케이블 방송사는 극우 성향의 다. 24시간 케이블 뉴스의 상징인 <cnn>의 평균 시청자 수가 약 70만 가구인 반면, 는 150만 가구를 넘는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2005년 8월 ‘진보 진영의 방송’을 자임하며 를 창설한 것도 의 여론 독점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시청률인데, 주요 케이블 업체의 채널을 확보했음에도 의 지난해 평균 시청자 수는 2만2천 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을 전후로 매각설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와 쪽이 지난 1월3일 인수·합병에 합의했다. 매각 대금은 5억달러로 알려졌다. 이로써 는 극심한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는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쪽은 보도자료를 내어, “를 모태로 연내에 를 개국할 것”이라며 “새 방송은 미국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60%와 기존 프로그램 40%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컴캐스트·타임워너·다이텍티비 등 케이블 업체를 통해 가 확보하고 있던 시청 가능층은 6천만 가구다. 그런데….
미 케이블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타임워너 케이블에서는 더 이상 이 채널을 시청하실 수 없습니다.” 두 방송사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 제2위의 케이블 업체인 타임워너 쪽은 전격적으로 송출을 중단했다. 인터넷 매체 는 이 업체 관계자의 말을 따 “소유권이 변경되면 송출 계약 자체를 파기하기로 사전에 합의가 돼 있었다”며 “의 낮은 시청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영문판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40%는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워너의 송출 중단에도 는 여전히 4천만 가구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미 케이블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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