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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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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과 민주당, 척 헤이글 반대에 한목소리 왜?

오바마, 새 국방장관 발표 미뤄
등록 2013-01-04 22:32 수정 2020-05-03 04:27

등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2012년 12월21일 집권 2기 외교안보팀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일, 오바마 대통령은 존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는 데서 그쳤다. 이유가 뭘까? 네오콘의 기관지 격인 의 빌리 크리스톨 편집장이 주도하 는 ‘이스라엘 비상위원회’란 단체가 최근 등 케이블방송에 내보내고 있는 정치광고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사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경제제재를 주장했다. 헤이글 전 상원의원은 제재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규정 하는 것에도 반대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 했지만, 헤이글 전 의원은 ‘군사작전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으며, 책임 있는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님, 헤이글 전 의원은 차기 국방장관감으로 ‘책임 있는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척 헤이글’이 누군가? 육군 사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일선 전투부대 분대장으로 무공을 세운 ‘참전용사’ 출신 정치인이다. 짧은 지역언론사 기자 경력을 뒤로하고 존 매콜리스터 공화당 하원의원(네브래스카주) 보좌 관을 지낸 그는 1980년 대선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 로널드 레이건의 선거 참모로 활약했다. 레이건 행 정부 출범 뒤에는 연방보훈청 부청장에 임명됐지만, 제대군인 연금 삭감 움직임에 반대해 1년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창업해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인 그는 1996년 고향인 네브래스카주에서 연방 상원 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6년 뒤인 2002년 선거에선 무려 83%의 지지율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첫 선거 때 약속한 대로, 2008년 선거에서 3선 도전에 나서지 않았다. 정계 은퇴 이후 그는 조지타운대학 에서 외교정책을 강의하는 한편, 저명한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대표로 활약했다. 또 백 악관 정보자문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쉽게 이해하기 어 렵다. 대체, 이 ‘소란’의 정체는 뭘까?
애초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헤이글 전 의원은 개전 초기부터 비판적인 태 도로 돌아섰다. 특히 상원 외교관계위에서 활동하던 2007년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던 병력 증파 계획을 반대 하는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의 성격을 현지 치안인력 교육·훈련으로 바꾸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결의안은 표결 끝에 통과됐는데, 공화당 의원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것은 헤이글 전 의원이 유일했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미국의 여느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헤이글 전 의원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필두로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 고 있는 이스라엘계 로비단체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마다하지 않아왔다. 금기에 대한 도전이자, 주류에 대한 반역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쪽의 반응이다. 헤이글 전 의원과 절친했던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그의 국방장관 기 용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언급을 피했단다. AIPAC 회원인 찰스 슈머 의원은 “(장관으로 지명되면) 서류를 검토 해보고 인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단다. 미 시사지 는 12월26일 인터넷판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헤이글 전 의원의 국방장관 기용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것은 다이언 파인스타인 의원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를 미룬 이유를 미뤄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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