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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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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의 눈으로 본 2013

1월11일 사상 첫 직선제 대선 앞둔 체코부터 11월 1차투표 치르는 칠레 대선까지 코즈모폴리턴 위한 2013년 지구촌 뉴스 달력
등록 2013-01-04 22:24 수정 2020-05-03 04:27

2013년은 계사년, 곧 뱀의 해다.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크면 이무기가 된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돼 하늘로 오른다. 뱀띠 해에 태어난 아이가 자라나 용으로 승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게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는 최근 펴낸 ‘지구촌 2013’에서 2013년에 태어나면 좋을 만한 나라의 순위를 매겼다. ‘삶의 질’을 중심에 놓고, 특정 국가가 2013년에 태어난 아기에게 얼마나 건강하고 안전하며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를 따져봤단다. 이 매체는 “지리적 위치 같은 고정 변수도 있지만, 인구학적 변동이나 사회·문화적 특성 등을 두루 고려했다”며 “2013년에 태어난 아기가 성년이 되는 2030년께의 경제 전망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고 전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오스트리아, 징병제 폐지 여부 국민투표

943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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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상 80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곳은 10점 만점에 8.22점을 기록한 스위스였다. 그 뒤를 오스트레일리아·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등이 이었다. 이른바 ‘주요 7개국’(G7) 가운데는 캐나다가 9위에 오르며 체면치레를 했고, 독일과 미국이 7.38점을 기록해 나란히 공동 16위에 올랐다. 이탈리아(21위)·일본(25위)·프랑스(26위)·영국(27위)은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한국은? 7.25점으로 19위를 기록했는데,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싱가포르(6위)·홍콩(10위)·대만(14위)에 이어 네 번째 높은 순위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건가?

새해에도 지구촌은 쉼없이 자전과 공전을 이어갈 터다. 2013년 치러지는 첫 선거는 1월11일로 예정된 체코의 대통령 선거다. 의원내각제를 뼈대로 대통령중심제의 요소를 가미한 체코의 정부 수반은 총리다. 상징적 차원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해왔다. 직선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해지는 것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2008년 대선 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말썽이 빚어지자, 결국 개헌을 통해 직선제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선거가 체코에서 치러지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이란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사상 첫 재선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1월20일, 유럽의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에서 치러지는 국민투표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 오스트리아 국민은 ‘분데스히어’로 불리는 군을 반세기 이상 떠받쳐온 징병제도 폐지 여부를 선택하게 된다. 독일 인터넷판의 최근 보도를 보면, 여론은 반반으로 팽팽하게 갈려 있단다.

현행 오스트리아 병역법은 만 18살 이상 된 오스트리아 남성은 6개월 동안 현역으로 복무한 뒤, 8년 동안 예비군 훈련을 받도록 돼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도 광범위하게 허용된다. 총 들기를 거부한 젊은이들은 9개월 동안 사회복지기관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한다. 세계적인 평화단체 ‘반전인터내셔널’(WRI)이 펴낸 자료를 보면, 현재 오스트리아의 1200여 사회복지기관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젊은이는 1만3천여 명에 이른다. 징병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사회복지제도 전반으로 번져가는 이유다. 실제 2011년 7월 징병제를 폐지한 독일에선, 대체복무자가 사라지자 사회복지기관들이 때아닌 인력난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징병제를 폐지하라.” 오스트리아가 자발적으로 징병제 폐지의 길로 나아가는 것과 달리, 징병제 폐기를 강요당하는 나라도 있다. 구제금융에 따른 초긴축 재정으로 온 사회가 얼어붙은 그리스다. 2012년 12월 초 유럽연합(EU) 집행부는 그리스의 긴축재정 편성에 대한 권고안에서 “징병제를 폐지하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0.2%에 이르는 약 4억유로의 국방 예산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진 2010년에도 GDP의 2.2%를 국방 예산에 사용했던 그리스는 2012년에도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GDP 대비 국방 예산 비율이 세 번째로 높았다. 등 외신은 “EU 차원의 긴축재정 계획 가운데 그리스 좌파 진영이 유일하게 찬성할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키프로스·핀란드·덴마크 등 6개국에 불과하다.

3월20일, 유엔 선정 제1회 ‘세계 행복의 날’

중동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선거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1월22일 총선을 치르는 데 이어, 중동 민주화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요르단에서도 1월23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최근 국민투표를 거쳐 새 헌법이 통과된 이집트에서도 2월 중순 이전에 총선을 치르게 된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야권의 대립 속에 파열음을 내고 있는 이집트의 민주화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될 터다.

3월의 지구촌에는 뉴스가 넘쳐날 모양새다. 중국에선 이른바 ‘양회’로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다. 이를 통해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를 쌍두마차로 하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2011년 ‘아랍의 봄’과 함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시리아의 내전 사태는 3월15일로 만 2년을 맞는다. 2012년 12월23일 중부 할파야 지역에서 식료품을 구하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시민을 겨냥한 정부군의 공습으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등 시리아 사태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피의 학살은 언제나 잦아들 것인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인 3월20일은 유엔이 정한 제1회 ‘세계 행복의 날’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이 퍼뜨린 ‘행복 바이러스’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4월로 예정된 이라크의 지방선거는 미군 철수 이후 서로에 대한 삿대질을 멈추지 않고 있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의 상생 가능성을 점쳐보는 계기가 될 터다.

5월과 6월엔 특별한 ‘경주대회’를 만날 수 있다. 5월28일엔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최장거리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린다. ‘베이징에서 파리까지’란 이름의 이 대회는 1907년 첫 대회 이래 이번이 다섯 번째란다. 베이징을 출발해 몽골과 러시아를 거쳐, 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스위스를 경유해 프랑스 파리까지 33일간 내달리게 될 이 대회는 무려 1만2247km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6월29일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전거 경주대회 ‘투르 드 프랑스’가 100번째 개막을 알린다.

일본 자민당 7월 참의원 선거서도 과반?

6월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이란을 주목해보자. 2009년 대선 당시 개혁파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예상 밖의 ‘완패’를 당한 뒤 불거진 민주화 시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사비 전 총리를 상징하는 초록색이 거리에서 물결을 이뤄 ‘녹색혁명’으로 불린 당시의 시위 사태는 결국 미완의 혁명으로 허리가 꺾였었다.

올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출마가 불가능하다. 2011년 ‘중동의 봄’ 시작과 함께 가택연금에 처해진 무사비 전 총리는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강경파가 집권을 연장할 것인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에 이어 개혁파가 다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할 것인가? 핵개발 프로그램 탓에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대선의 향배는 중동은 물론 지구촌 전역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7월엔 일본에서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2012년 12월16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자민당이 참의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롱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아베 총리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될 공산이 크다. 2007년 이후 일본에선 평균 1년에 한 번꼴로 총리가 바뀌었다. 같은 달 옛 유고연방의 크로아티아는 오랜 기다림 끝에 EU의 28번째 회원국이 된다.

9월엔 유럽발 소식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에서 잇따라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끝 모를 경제위기 속에 유럽을 떠받치고 있는 독일 총선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로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을 두 자릿 수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헬무트 콜 총리에 이어 1998년 기독민주당 대표에 오른 메르켈 총리는 이후 치러진 7차례 연방선거에서 6차례나 승리를 거둔 ‘선거의 여왕’이다.

9월7일엔 일본과 스페인, 터키 국민의 관심이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집중될 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그날 제125차 총회를 열고,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 도시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 도쿄와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가운데 한 곳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제32회 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11월 미국에선 역사 공부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듯싶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긴 ‘게티즈버그 연설’이 150돌을 맞기 때문이다. 음모론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지 50년째를 맞기 때문이다. 2013년 지구촌 정치 일정의 끝자락은 칠레가 마무리한다. 11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월 중순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2009년 대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좌파 성향의 젊은 정치인 마르코 엔리케스오미나미가 결선에 오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기후변화가 어떤 정치 변화 몰고 올까?

2012년 미 본토의 80%가량이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러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광대한 대지도 물 부족으로 허덕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2012년 10월 “미국을 비롯한 식량 수출 대국의 곡물 재고량이 1974년 이래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2013년에도 이상 기후가 이어진다면, 세계적인 차원에서 식량위기가 불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7~2008년 국제 곡물값 파동 당시 전세계 30여 저개발 국가에서 폭동과 시위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2010년 가뭄 때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중단한 것이 ‘아랍의 봄’을 앞당긴 기폭제였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정치 변화였다. 묵은 해에 뿌려진 ‘위기의 씨앗’이 2013년 한 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지켜볼 일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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