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공평하다.’
서양에 이런 격언이 있단다. 자연은 빈부와 귀천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일 터다. 더 가진 자도, 덜 가진 자도, 흉포해진 자연 앞에선 매한가지란 얘기일 게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단다. 더는 아닌 듯싶다.
한 세기에 한 번 올까 싶다던 초특급 허리케인 ‘샌디’가 한껏 위세를 부린 10월 말, 지구촌의 관심은 온통 뉴욕·뉴저지 등 미국 동부 해안가로 쏠렸다.
홍수 아니면 가뭄, 중간은 없다
샌디가 휩쓸고 지나간 것은 미 동부 해안가뿐이 아니다. 허리케인의 궤적을 조금만 뒤로 돌리면, 카리브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가 먼저 생채기를 입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은 10월31일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아이티에서만 적어도 54명이 목숨을 잃었고, 산사태와 물난리로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특히 2010년 대지진으로 집을 잃고 텐트 생활을 해온 37만여 명에 이르는 이재민들은 아예 몸을 누일 곳조차 사라졌다”고 전했다.
홍수로 도심이 물에 잠겨 그동안 사그라지던 콜레라가 다시 창궐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확기 곡물이 물에 휩쓸려 가뜩이나 퍽퍽한 식량 사정도 더욱 악화할 전망이란다. 마르타 카울라드 세계식량계획(WFP) 아이티 지부장은
바하마제도와 자메이카, 쿠바에서도 다급한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난 카리브 연안 일대가 온통 난장판이다. 어디 그곳뿐일까? 인터넷 대안매체
지난해 2월 스리랑카 북부 폴로나루와 지역에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저수지는 삽시간에 만수위에 이르렀다. 어서 수문을 열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곳 판살골라 마을에 사는 농민 감헤바게 다야난다가 지난 한 해 논농사를 송두리째 망친 이유다. 지난해 초 홍수로 스리랑카 북부 파라카라마 사무다리아 지역에서만 줄잡아 1만6천ha의 논이 침수돼 쌀 생산량이 예년에 견줘 10% 이상 줄었단다.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퍼붓던 빗줄기 대신, 올해는 온통 따가운 햇살뿐이었다. 다야난다는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홍수·폭풍 등 기상이변이 늘어 가난한 이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유엔 재난대응기금(CERF)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자연재해로 삶의 기반을 잃어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농부 다야난다가 단적인 사례다. 기후변화가 가난한 삶을 덮치고 있다. ‘자연은, 일부에게 더욱 흉포하다’는 말이 새로운 격언이 될 듯싶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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