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현재로선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조차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영화를 제작·감독한 사람은 ‘샘 배실’이란 인물로 알려졌다. 샘 배실을 자처한 인물이 등과 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이 영화의 제작비는 총 500만달러로 유대인 100여 명의 기부를 받아 충당했다. 촬영은 2011년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졌고, 배우·스태프 등 모두 80여 명이 참여했다. 총 상영 시간은 2시간 남짓인데, 처음이자 유일한 시사회는 지난 6월23일 할리우드의 바인극장이란 곳에서 진행됐다. 시사회 참석자 수는 ‘10명 이하’였다는데, 그나마 영화 전편이 상영되지도 않았단다.
‘대체 정체가 뭐야?’ 이슬람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반미시위를 촉발한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 환자로 묘사했다. 유튜브 갈무리 화면
인터뷰마다 바뀌는 샘 배실의 나이
지난 7월 샘 배실은 14분 남짓한 영화의 예고편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애초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하던 이 영화는 역시 샘 배실이 지난 9월4일 아랍어 더빙을 입혀 올린 뒤 조회 수가 폭증했다. 반미시위가 들끓기 전까지 이 영화 예고편의 조회 수는 약 45만 건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주를 근거로 활동하며 지난해 이슬람의 성서인 코란을 불태워 논란이 됐던 테리 존스 목사가 이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려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는 애초 ‘사막의 전사들’이란 제목으로 제작됐단다.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 신디 리 가르시아는 지난 9월12일 인터넷 매체 와 한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 각본상으론 2천 년 전 이집트인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이었고, 주인공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니었다”며 “영화가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예고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슬람과 관련된 대사가 모두 사후에 더빙된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예고편만 놓고 보면, 영화는 조악하기 그지없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난봉꾼·사기꾼이자 어린이 성도착증까지 있는 것으로 그린 영화의 전편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편을 다 봤다는 사람도 찾을 수 없다. 인터넷 매체 등이 “영화가 실제 제작된 게 아니라, 예고편만 찍어 공개했을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샘 배실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초 그는 <ap>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56살의 이스라엘계 미국인 부동산개발업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과 한 인터뷰에선 ‘52살’이라고 말을 바꿨고, 유튜브에 올린 프로필에는 ‘74살’로 돼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된 부동산개발업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이갈 팔모르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영화계에서 샘 배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인물이 하나 있기는 하다. <ap>은 이집트 출신으로 콥트교도(기독교 분파) 단체를 이끌고 있는 모리스 사데크란 인물을 통해 샘 배실의 전화번호를 확보했단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역추적해 확인한 소유자의 주소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주택에는, 역시 이집트 출신 콥트교도인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란 인물이 살고 있었다. <ap>은 “그는 자신이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은 인정했지만 샘 배실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교묘하게 이름 가린 금융사기범
<ap>의 취재 결과, 나쿨라는 2010년 금융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 기록을 보면, 그는 ‘니콜라 배실리’ ‘로버트 배실리’ 등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했다. 미 법무부에 딸린 연방교정국(FBP)의 자료를 보면, 나쿨라는 지난해 6월22일 출소했다. <ap>은 “나쿨라는 인터뷰 도중 (자신이 샘 배실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꺼내 보여줬는데, 손가락으로 중간이름인 ‘배실리’를 교묘하게 가렸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ap></ap></ap></a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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