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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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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북핵 협상 길 잃다

북한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한반도… 선거 앞둔 한·미·중, 국내 정치 중시로 적극 협상 난망해 정세 악화 위험
등록 2012-04-19 16:40 수정 2020-05-03 04:26

2012년은 선거의 해다. 협상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다들 국내 정치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에서 핵심은 ‘선거’다. 각국은 이 사태가 선거에 끼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 미사일 기술, 미국에 위협 안 돼
광명성 3호는 김일성 주석 100주년을 축하하는 ‘축포’였다. 그러나 국내 정치 일정에 따라 서두르다 기술적 결함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돼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북한의 로켓(위성) 발사 강행은 지난 2월29일 미국과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양국 합의 사항에는 분명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가 험난하다.
북한은 왜 로켓을 쏘려고 했을까? 하필이면 남한의 선거 국면에 말이다. 4월15일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고, 올해가 그 탄생 100주년이며, 그래서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보여주려면 실적이 필요했다. 국내 정치적 목적이 우선이었다.
위성이냐 미사일이냐의 논쟁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이다. 3단 추진체로 구성되고 탄두에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위성과 미사일로 구분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2009년 유엔 안보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권리이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공위성을 제재 대상으로 규정한다. 북한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재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 때문이다. ‘운반 수단’인 미사일과 핵무기는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광명성 3호의 실패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안도했을 것이다. 2009년의 경우, 북한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평가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설령 궤도 진입에 성공했더라도, 그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되려면 추가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위성은 대기권을 벗어나서 궤도에 안착하면 되지만, ICBM은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목표를 향해 날아가야 한다. 이른바 ‘재진입 기술’이다. 이번 발사 실패로, 궤도 진입은 말할 것도 없고 여전히 사거리 연장에 진전이 없었음이 증명됐다. 일단 운반 수단인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미국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다.
축포 실패가 북한 내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북한은 4월11일 당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일을 영원한 당 총비서로, 김정은을 당 제1비서로 추대했다. ‘죽은 수령’을 앞세우면서도 제도적으로 지도자의 지위를 승계했다. 광명성 3호의 실패는 김정은 체제의 어려운 앞날을 예고해준다.
문제는 핵실험 가능성이다. 2009년에도 위성 발사 이후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미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지켜보고, 미국의 협상 태도도 고려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결정에 따라, 핵실험은 보류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정세는 예정된 숙명이 아니다. 유동적이고 상호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국, 대북 제재 결의안 반대할 듯
일차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결정이 중요하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가장 높은 수준인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찬성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을까? 중국은 2009년 5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동의했다. 그해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을 때는 의장성명이었지만, 핵실험 이후엔 결국 중국이 참여해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의 대북정책이다. 2009년 5월 결의안 찬성 이후 중국 내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변화’냐 ‘지속’이냐의 논쟁이었다. 변화론은 중국도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고, 지속론은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 외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나서, 결국 지속론으로 정리했다. 그해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연이은 방중과 더불어 최고위급 교류를 했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북-중 동맹의 중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2009년과 비교해 북-중 관계의 성격이 달라졌다. 그래서 중국이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없다.
그 다음 수준은 ‘의장 성명’이다. 이때 표현 수준이 쟁점이다. 남한은 ‘인공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 1874 위반’이라는 표현을 넣고 싶을 것이다. 중국은 그 정도의 표현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추상적인 ‘우려 표명’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 정도의 문구로 타협될 가능성이 크다. ‘공자님 말씀’ 수준이다. 중국은 정권 교체 시기의 안정을 원한다.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떤가? 역시 선거 국면에서 악재를 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북 영양지원을 중단한 것은 선거 국면을 의식한 조처다. ‘퍼주기’를 비판하는 공화당의 공격을 우선적으로 차단했다. 미국의 외교 협상에서 인도적 지원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정치·군사적 현안과 연계한 경우는 드물다.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은 미국 외교의 원칙이었다. 최소한 공개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연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미국은 선거 국면에서 북핵 문제의 악화가 가져올 ‘외교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래서 원칙에도 없는 인도적 지원을 연계해서 합의를 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먼저 어겼지만, 대북 영양지원은 바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연계돼 있다. 미국이 영양지원을 중단하면, 북한도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IAEA 사찰 합의를 파기할 것이다. 그러면 북-미 협상 국면은 종료된다. 북한은 핵실험에 나설 것이다. 미국이 선거 국면에서 원하는 상황관리에 실패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딜레마
미국 역시 상황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란 핵문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북핵 외교의 실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핵 없는 세계’라는 구호를 허망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겉으로 강경하지만, 속으로는 고민이 깊다. 당장 안보리 논의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제재 결의안에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대응은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자체 제재를 추진하기도 어렵다. 제재는 경제 관계가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최고 수준의 제재를 취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제재할 것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미국이 선거 국면에서 적극적인 협상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그것이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미국은 선거 국면에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최소 목표였다. 그 전략은 실패했다. ‘상황관리 전술’로는 상황을 관리할 수 없음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다. 정답은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적극적 협상력이다. 운반 수단인 미사일에 관한 협상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2000년 11월 이후 중단된 북-미 미사일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신이 없다. 단기적으로 협상 성과를 내기에는 북핵 문제가 복잡하다. 대북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상황관리와 적극적 협상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2년 선거의 해에 북핵 협상이 길을 잃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제 분명해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강경한 대북정책 효과를 봤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예고는 몇몇 지역에서 전통적 안보 심리를 자극하는 뇌관 구실을 했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이제 없다. 아니, 이미 없었다. 이제는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적으로 마음껏 활용하는 것만 남았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관계 개선의 의지라도 비쳤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확실하게 방향을 정했다. 북한이라는 상대를 개의치 않고 국내 청중을 위해 북한 문제에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이 추가적으로 핵실험을 하고 경색 국면이 장기화된다면, 이명박 정부는 강경한 대북정책의 ‘알리바이’를 마련해 대선 국면에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북정책 담론은 유연해졌지만,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유연성의 뒤에는 ‘북한이 하는 것 봐서’라는 소극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더러운 정치’를 북풍으로 가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할 것이다.

대북정책의 국내 정치화가 초래할 후과
그러나 대선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만약 북핵 문제가 교착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5년의 외교적 무능이 드러날 것이다. 이념에 치중하는 낡은 외교의 초라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외교를 포기하고 국내 정치에만 집중하면 낭패를 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



정정보도문-바로잡습니다
본사는 2011년 1월7일 주간지 843호에 ‘조작간첩의 진실은 무덤에 묻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들이 납북어부 간첩사건 18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불법구금 사실,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 사실이 드러나서 이를 소위원회에 상정했음에도, 정승윤 상임위원이 이를 전원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아 진상 규명을 할 수 없게 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정승윤 상임위원은 위 납북어부 간첩사건 18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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