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예년 같으면 벌써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을 시점인데, 여전히 ‘중반전’이 한창이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3월 말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밋 롬니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은 568명이다. 릭 샌토럼 후보와 뉴트 깅리치 후보가 각각 273명과 135명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대선 후보로 확정되려면, 선거인단 노릇을 하는 대의원 1144명을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으로 돌아간 월가의 변심
유권자의 표심은 마냥 흔들리고 있지만, 정치권의 자금줄인 월스트리트의 사정은 전혀 달라 보인다. 월가의 표심은 이미 차기 대통령감을 낙점이라도 한 듯싶다. 미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가 지난 3월23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 2월 말까지 미 증권·투자 업계가 내놓은 정치자금(약 3300만달러)의 92%가 공화당으로 몰렸다. 이 가운데 72%가 1명의 후보에게 집중됐다. 수혜자는 롬니 후보다. 샌토롬 후보와 깅리치 후보가 받은 월가의 정치자금은 각각 11만1500달러와 21만4400달러에 불과하다.
2008년 대선 당시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당시 월가의 표심은 정치 신인이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선호했다. 실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로부터 모두 600만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그러모았다. 반면 ‘월가 출신’인 롬니 후보는 200만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재선 도전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까지 월가에서 모금한 정치자금이 260만달러에 불과하다니, ‘월가의 변심’이라 부를 만하다.
미 금융권의 ‘변심’이 새로울 것은 없다. 책임정치센터의 자료를 보면, 1996년~2004년 월가의 정치자금은 공화당으로 집중됐다. 하지만 2006년 중간선거 때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치솟은 때였다. 당시 선거에서 월가 쪽이 내놓은 정치자금의 53%가 민주당으로 향했고, 민주당은 의회 권력을 탈환했다. 책임정치센터는 “2008년 선거철에도 월가의 정치자금 가운데 57%가 민주당으로 흘러들었다”며 “워싱턴 정가를 장악한 민주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자료를 보면, 2011~2012년 미 금융권 가운데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내놓은 기업은 골드만삭스(338만6872달러)다. 베인캐피털(270만4828달러)·클래리엄캐피털매니지먼트(263만7200달러)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롬니 후보가 1980년대 공동 창업한 자산운용사다.
월가의 정치자금은 일종의 후원회 겸 로비단체 격인 ‘슈퍼팩’을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든다. 공화당 지원에 앞장서는 슈퍼팩 가운데 ‘미래회복위원회’란 단체가 있다. 이 단체가 지금까지 모은 선거자금 3660만달러 가운데 45%가 월가에서 나왔다. 베인캐피털은 이 단체에 200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오바마 9천만 > 롬니 2천만 달러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마냥 ‘억울’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 2월 한 달에만 오바마 대통령이 모은 정치자금은 2130만달러에 이른다. 2월 말 현재 오바마 대통령이 손에 쥔 선거자금은 9천만달러를 넘어선단다. 반면 당내에서 혈전을 치르고 있는 롬니 후보의 수중에 남은 선거자금은 ‘고작’해야 2천만달러 수준이다. 본선용 ‘실탄’은 오바마 대통령 쪽이 훨씬 여유 있다는 뜻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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