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다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쪽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3월16일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맞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1998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위태롭게 된 ‘2·29 합의’
1998년 8월31일 발사된 첫 번째 ‘위성’은 ‘광명성 1호’로 불렸다. 닷새 뒤 북쪽은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를 열어 고 김일성 주석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규정하고, 국방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최고권력기구로 삼은 제8차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로써 북쪽은 ‘유훈통치’를 마감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시대를 열었다. ‘광명성’은 김정일 위원장을 뜻한다.
‘광명성 2호’는 2009년 4월5일 발사됐다. 앞서 같은 해 2월24일 북쪽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위성 광명성 2호를 우주발사체 은하 2호에 장착해 4월 초에 쏘아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발사 나흘 뒤인 그해 4월9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동급의 통치이념으로 추가하는 한편, 국방위원장의 지위를 ‘최고 영도자’로 명문화하는 제9차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고 김정일 위원장 추모 기간을 마감한 북쪽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지난 2월18일 <노동신문>을 통해 ‘결정서’를 내놨다. “주체위업, 선군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2012년 4월 중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 사후 첫 중요 정치행사이자 북쪽에서 ‘태양절’로 불리는 김 주석의 생일(4월15일)과 겹치는 시기다. 더구나 올해는 김 주석 탄생 100년이자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 젓히겠다’고 공언한 해다. 북쪽은 ‘꺾어지는 해’를 중시한다.
그러니 이건 ‘기시감’이 아니다. 역사가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 북쪽에선, 지구가 평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게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과거 로켓 발사 시점의 북쪽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늘 그렇듯이, 그 ‘시점’이 문제다. 북-미는 지난 2월29일 ‘베이징 합의’를 이뤘다. 미국은 북에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는 한편,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북쪽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했다.
광명성 3호 ‘위성’은 ‘우주발사체’ 은하 3호에 실려 발사된다. 로켓의 머리에 실릴 ‘위성’을 ‘핵탄두’로 바꾸면, ‘우주발사체’는 ‘장거리미사일’이 된다. 북쪽은 “위성 발사는 유엔 회원국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할 테지만, 미 국무부는 북쪽의 발표 몇시간 뒤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고 ”대단히 도발적인 행동”이라 비판했다. ‘2·29 합의’가 위태롭다.
북-미는 상수, 남쪽의 선택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 발사 뒤 북-미는 오히려 대화의 끈을 당겼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북쪽의 핵·미사일 문제를 일괄 타결하려고 애썼고 북-미 정상회담 문턱까지 갔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정부의 구실이 컸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발사 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임기 초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확정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적대정책으로 일관했다. 그해 5월25일 북쪽은 제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낯익은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북-미는 상수에 가깝다. 변수는 남북이다. 아니, 남이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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