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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된 하디타의 학살

2005년 11월 미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24명 숨진 이라크 하디타 참극… 기소된 군인들 풀려나고 현장 지휘 하사 감봉 그쳐
등록 2012-02-03 11:52 수정 2020-05-03 04:26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240km가량 떨어진 안바르주의 유프라테스 강변에 하디타가 있다. 1987년 이라크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용 댐이 들어서 만들어진 인공 호수를 빼곤 별반 특별할 게 없는 농업도시다. 2005년 11월19일 그곳에서 살육이 벌어졌다(613호 초점 ‘그날 하디사의 끔찍한 비밀’ 참조). 사건 발생 이틀 뒤인 그해 11월21일 는 안바르주 주도인 라마디 주둔 미 해병 당국의 발표 내용을 따 이렇게 짤막하게 전했다.

어린이와 노인 포함된 주검들
“미 해병 당국자는 바그다드 북부 하디타에서 11월19일 도로매설 폭탄이 터져 현지 주민 15명과 미 해병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주둔 해병 대변인 제프리 풀 대위는 이날 폭발이 해병 순찰조와 이라크군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폭발 직후 무장괴한들이 해병대를 겨냥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총격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적어도 8명의 저항세력이 사살됐다고 덧붙였다.”
이듬해인 2006년 3월19일 시사주간지 은 전혀 다른 소식을 전했다. 이후 꼬리를 물고 이어진 외신들의 후속 보도 내용까지 종합하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토요일이던 사건 당일 아침 7시15분께 미 해병 1사단 1연대 3대대 ‘킬로중대’ 소속 병사들이 하디타 마을 외곽도로에서 정찰 임무에 나섰다. 미군이 탄 차량은 곧 도로매설 폭탄공격을 받았다. 킬로중대원 1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우왕좌왕하던 것도 잠시, 중무장한 해병대원들은 사고 현장 인근 민간인 주택 3채를 잇따라 덮쳤다. 무차별 총격이 퍼부어졌고, 수류탄도 날아들었다. 이날 밤 자정 무렵,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미 해병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온 주검은 모두 24구였다. 당시 현지 병원 관계자는 등과 만나 “희생자들은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가슴과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보도가 잇따르자 미군 당국은 2006년 두 차례나 ‘진상조사단’을 현지로 파견했다. 결론은 뻔했다. “의도치 않은 희생이었다. 의도적이고 악의에 찬 행동은 아니었다.” “사망자 가운데 일부는 총기를 소지한 저항세력이었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조사 결과 무고하게 숨졌다고 판단한 희생자 15명의 가족에겐 1500~2500달러씩 보상금이 지급됐다. 다친 이들에게도 약간의 돈이 쥐어졌다. 킬로중대는 정기 순환근무 규정에 따라 미 캘리포니아주로 귀환한 뒤다.
하디타의 참극이 일어나기 37년여 전인 1968년 3월16일 베트남 꽝응아이 지역의 한 마을(미군 작전지도상의 이름은 ‘밀라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 육군 아메리칼사단 11연대 ‘찰리중대’가 밀라이 마을에서 노인과 여성, 어린이와 신생아까지 500여 명의 무고한 주민을 무차별 학살했다.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겁먹은 병사들이 저지른 참극이었다.
학살에 연루된 혐의로 모두 26명이 기소됐지만, 군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중대장인 윌리엄 로스 캘리 소위뿐이었다. 1971년 3월31일 그는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처음엔 20년으로, 다시 10년으로 형기는 차츰 줄었다. 군부대 내 자기 숙소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던 캘리 소위는 1974년 9월25일 석방됐다. 무기형을 선고받은 지 3년6개월여 만의 일이다.

6명 기소유예, 1명 무죄 석방
하디타 학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미 해병은 장교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었다. 이 가운데 킬로중대장 루커스 매코널 대위를 포함해 6명은 기소유예로, 1명은 무죄로 석방됐다. 마지막까지 재판을 받은 인물은 사건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분대장 프랭크 우터리치 하사다. 지난 1월24일 미 캘리포니아주 캠프 펜틀턴 군사법원이 내린 선고형량은 이렇다. ‘이등병으로 강등, 최대 90일 구금, 3개월 감봉.’ 군검찰에서 ‘직무태만’ 혐의를 인정한 대가로 그는 구금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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