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일본 - 등록금 비싸지만 연리 3%로 대출
비싼 등록금과 학생생활지원금 대출 부담 등 한국과 비슷한 일본…
고이즈미 정권 때부터 교육의 노골적 비즈니스화
도쿄(일본)=황자혜 통신원
“부끄럽게도 학비와 용돈 모두 부모님이 내주시니 저는 행복한 처지죠.”
일본 도쿄의 사립대인 호세이대학 인간환경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후지와라 료(20)는 머쓱하게 말했다.
그러나 1년에 99만엔(약 1330만원)의 학비는 비싸다고 생각한다. 수업료와 비교해 수업의 질과 교육자의 자세가 적정한지, 교재비와 학교시설 유지비만 잔뜩 부담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학부생 중에서 학생생활지원금 대출제도를 이용하는 친구들이 벌써부터 나중에 대출금 상환 부담을 느낀다거나, 졸업한 선배들이 대출금 갚느라 힘들어한다는 말을 들으면, 정부와 학교가 ‘교육’이 아닌 ‘비즈니스’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갚고 싶어도 갚지 못하는’‘대학까진 부모 책임’이란 말이 일본에 있지만, 2008년 ‘사립대 총조사’ 결과에서 부모의 연소득이 800만엔이 되지 않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때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도쿄대학은 부모의 연소득 400만엔 이하는 수업료 면제). 1년에 국립대는 82만엔, 사립대는 131만엔의 등록금(수업료+교재비+학교시설 유지비 등)에 생활비까지 포함한 전체 금액을 평균 연 190만엔으로 상정할 때(‘일본학생지원기구’ 조사·2009), 부모 지원 50%, 학생생활지원금 대출 13%, 아르바이트 15%, 나머지가 다른 은행 및 개인 등에게 빌린 대출로 충당한다. 최근에는 경기불황과 가계수입 부진으로 부모의 부담 비율은 줄고,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비율이 오르고 있다. 대학생 3명 가운데 1명이 학생생활지원금 대출제도를 이용해 대학 생활을 유지한다. 재학 중 무이자로, 대학생은 1개월에 3만~12만엔, 대학원생은 최고 15만엔까지 빌릴 수 있다. 졸업 뒤 6개월이 지나서부터 연 3% 이자로 최장 20년 안에 상환해야 한다. 비정규직 생활로는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다. 젊은 층의 빈곤이 극심해 ‘갚고 싶어도 갚지 못하는’ 일본의 현실에서 학생생활지원금 대출이 족쇄가 되는 셈이다.
후지와라가 말하듯 교육의 ‘비즈니스’화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민영화 정책으로 노골화됐다. 정부 산하단체 일본육영회를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로 바꿔, 대학 재학 중 학생생활지원금 대출 무이자 및 졸업 뒤 3% 이율 상한선을 없애려다 시민들의 서명운동에 겨우 가로막혔다. ‘국민을 위한 장학금제도의 확충 지향과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모임’(일명 장학금회) 오카무라 미노루 사무차장은 “양극화와 빈곤 문제가 심각해, 대학을 졸업해도 고용불안으로 빚만 늘어나는 꼴이 된다. 장래에 변제하는 것이 불안해 빌리기를 꺼린다. 결국 제도가 있어도 손을 뻗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후지와라 주변에도, 학비를 충당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피곤이 쌓여서 정작 수업에 집중 못하는 고충을 토로하거나, 빌린 돈을 갚을 부담에 한숨 쉬는 친구가 많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총선에서 ‘교육 무상화’가 공약으로 등장하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남 일 같지 않은 한국 등록금한국 대학의 등록금 문제를 후지와라도 알고 있었다. “한국 친구가 희망이 없다며 학비 문제로 힘들다고 얘기하는 게 정말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일본에서 등록금 마련이 힘들어 자살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아르바이트에 지치고 갚을 부담에 대출을 꺼리다가 힘들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친구들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죠.” 졸업 뒤 환경 관련 기업을 세우겠다는 꿈을 가진 후지와라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학이 부모 잘 만난 덕에 다닐 수 있는 곳, 취직을 위한 코스가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발견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나요.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건 정부의 몫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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