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캄보디아 - 대학 입학의 최대변수는 돈
등록금 낼 형편 안 되면 대학진학 포기하는 캄보디아…
정부지원 부족하고 가난한 학생 위한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없어
시엠레아프(캄보디아)=이유경 분쟁지역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굽이치는 것도 모자라 갈수록 좁아지기만 하는 골목길. 오는 8월 졸업을 앞둔 여대생 폴 속폰(23)의 퇴근길이 그랬다. 오토바이 운전대를 잡은 그의 허리춤을 6살배기 조카가 꼬옥 잡고 있다. 저녁 7시께, 친척집에 맡겨진 조카를 태워 귀가하는 건 속폰의 몫이다.
일부 대학 2년치 학비 선불로 받아속폰은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의 작은 도시 시엠레아프에 사는 언니 집에 얹혀살고 있다. 북서부 바탐방 지방 사립대인 경영·경제대학(UME)에서 회계학을 공부했고, 두 달 전 기념품 가게에 취직해 시엠레아프로 왔다. 얼마 전 휴가를 내고 치른 졸업시험까지, 모든 코스는 마쳤다. 7평 남짓한 단칸방에 도착하자 속폰은 TV부터 켰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요. 여성그룹 2NE1을 가장 좋아하고요.”
속폰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취업이 잘될 것 같아 회계학과를 택했고, 대학은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택했다. 캄보디아에서는 12학년(고3)을 마친 뒤,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면 대학에 가고 아니면 못 간다. 일부 대학은 2년치 학비를 선불로 내야한다. 입학시험을 치르기도 하지만, 최대 변수는 누가 뭐래도 돈이다. 속폰의 학교는 한해 등록금이 300달러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시장에서 간식거리를 팔아 5남매를 키운 어머니의 높은 교육열 덕에 오빠와 언니도 12학년까지 마쳤다. 속폰이 한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어머니는 “나는 못 배웠어도 니들만큼은…”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돈 때문에 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외삼촌이 등록금을 대주시겠다고 했어요.”
크메르루주 급진 좌익정권 시절 난민으로 떠돌다 미국에 정착한 지 30년쯤 된 삼촌은 4년간 등록금을 모두 내주었다. 지난해에는 컴퓨터도 사주었다. 어머니는 하루 용돈 5천리엘(약 1.25달러)을 꼬박꼬박 쥐어주었다. 2천리엘은 밥값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넣는 오토바이 기름값이 한 번에 5천리엘꼴로 나갔다. 어머니는 대학 첫 2년간 연 90달러씩 주고 배운 영어학원비도 대주었다. 그 4년의 파노라마가 곧 막을 내린다. 막내딸 속폰은 집안의 유일한 대졸자가 된다.
“저는 삼촌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뛰지 않았지만, 과 동기 25명 가운데 80%는 등록금 때문에 과외나 휴대전화 카드를 파는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요.”
2000년 이래 정부 차원의 ‘모두에게 교육을’ 프로젝트를 실행 중인 캄보디아에서 빈부 차와 교육 수준은 비례하는 편이다. 캄보디아 교육청년체육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초등학생 가운데 20%는 최하위 20% 계층 출신이지만 이 빈곤층이 고등학교(9~12학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로 크게 줄어든다. 대학은 ‘기본적 부’를 어떻게든 충당할 수 있는 이들의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얀 상의와 검은 하의를 교복으로 입는 캠퍼스에서 눈에 띄게 ‘누런’ 상의를 입고 다니는 건 가난한 집 아이들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 아이들 중 절반은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그만뒀어요.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가난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딱히 없죠.”
국제사회의 지원에 기대
학자금 대출 같은 건 없다. 대신 수많은 국제 비정부기구(NGO)와 기독교 단체, 외국 정부가 정부 관련 기관을 통해 지원한다. 인터뷰 동안에도 속폰의 시선은 종종 TV를 향했다. 한국 대학의 ‘1천만원 등록금’ 얘기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속폰을 사로잡은 한류의 환상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너무 비싸긴 해요. 근데 한국 사람들은 부자니까 그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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