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아르헨티나 - 국립은 무상, 사립은 유상
1918년 대학개혁 이후 국립대 무상교육 도입한 아르헨티나…
비싼 등록금의 사립대생들은 생활비 부모한테 의존해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손혜현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초빙연구원
옷가게에서 일하는 헤오르히나는 아르헨티나의 마탄사대학 홍보학과에 다니는 21살의 대학생이다. 국립대학이어서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책값과 교통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일을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때문에 헤오르히나처럼 대부분의 학생이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전체 106개 대학 중 56개 사립“저는 국립대에 다녀서 학비 걱정이 없어 운이 좋은 편이고 제가 번 돈으로 책값과 생활비를 얼추 충당할 수 있지만, 사립대에 다니는 친구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 생활비는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어요. 한 달 월급이 1500~2천페소(약 40만~50만원) 정도여서 학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모자라거든요. 월급보다 학비 인상률이 더 높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기도 해요. 저는 학비를 내지 않는데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 월급으로 책값과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해요.” 헤오르히나가 전하는 아르헨티나의 대학교육 현실이다.
아르헨티나는 전체 106개 대학 가운데 48개가 국립대, 58개가 사립대다. 전체 대학생 170만 명 가운데 76%인 130만 명이 국립대에 다니며, 24%인 34만 명이 사립대에 다닌다. 1918년 대학 개혁 이후 국립대에서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푼도 내지 않고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사립대 진학 증가율(5.3%)이 국립대 진학 증가율(0.3%)을 크게 앞서고 있다. 대학 진학시험이 없는 아르헨티나에서는 희망하는 모두에게 대학 입학을 개방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생의 64%가 대학 교육을 받고 있다. 국립대의 경우 입학시험이 없는 대신 희망하는 학과로 진학하려면 1년간의 기초능력 과정을 통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학업을 포기하기 때문에 졸업생 수는 입학생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많은 학생들이 기초 과정 없이 곧바로 학과에 진학할 수 있고 비교적 졸업이 쉬운 사립학교 진학을 선호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사립대가 국립대에 비해 인지도와 선호도가 낮았지만,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로 공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어 교육의 질이 낮아지자 높은 학비 부담에도 최근에는 사립대 진학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1만6063페소(약 405만원)이며, 10~12개월로 분할 납부하고 있다. 장학금은 대학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급하는데 10~20%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학비의 80%까지 지원한다. 국립대는 학비를 받지 않으며 책값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립대 등록금 평균 22% 올라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한 살타주에서는 사회주의청년연합과 가톨릭대학 학생들이 전년 대비 35%에 이르는 높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르헨티나 사립대학의 올해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22%에 이른다. 학생들은 “교육은 권리임에도 사립대학들은 교육을 서비스로 인식하고 돈벌이 사업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헤오르히나는 소득수준에 비해 사립학교 등록금이 비싼 건 사실이지만, 본인의 선택에 따라 국립대에서 학비를 내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으므로 학비 부담 때문에 자살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한 해 1천만원에 가깝다고 하자, 헤오르히나는 미친 짓이라며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헤오르히나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권리가 경제적 조건 때문에 무시되고 제한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부는 평등한 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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