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독일 - 80여만원 등록금 없애는 추세
사민당.녹색당의 집권으로 등록금 폐지 추세인 독일…
다 갚지 않아도 되는 무이자 생활비 대출로 편히 공부
베를린(독일)=한주연 통신원
독일 함부르크주 국립 함부르크대학은 내년 겨울 학기부터 학기당 500유로(약 78만원)인 등록금을 폐지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선거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한 효과다. 그런데도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 소식을 접한 함부르크대 학생들과 학장은 교육재정 확보를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독일 전국 100여 개 국립대학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고질적 문제다.
학기당 교통비 등 40여만원만 부담독일 대학들은 2005년을 기점으로 등록금이 도입되는 분위기였다. 그에 따른 저항도 거셌다. 등록금 도입에 반대하며 대학생들이 연일 거리로 나섰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방제 국가인 독일은 지방자치가 강해 교육정책도 주별로 다른데, 국공립대학 등록금 납부 여부도 그 지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달렸다. 무상교육이던 독일에서 먼저 등록금을 도입한 지방은 보수적인 기민련 집권 지역인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바이에른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기민련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지방선거를 통해 주정부에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하는 경우가 늘자 대학 등록금이 폐지되는 추세다. 최근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한 함부르크, 바덴뷔르템베르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는 학기당 500유로 수준인 등록금이 곧 없어진다. 기민련 집권 지역인 니더작센과 바이에른 두 지역만 등록금 징수 지역으로 남게 된다. 10년 전부터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는 베를린의 국공립대학들은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은 베를린 시내와 근교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학생 교통할인카드 173유로와 학생회비를 합쳐 한 학기당 272.70유로를 납부한다. 베를린 시내 대중교통 이용 한 달 정액권이 74유로인 것을 고려하면 학생 할인카드를 이용하면 요금은 절반도 안 된다. 한국처럼 비싼 등록금에 괴로워하다 자살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스웨덴과 달리 학생수당은 주지 않는다.
그웬돌린(19)은 베를린자유대학 의과대학에 두 학기째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프리랜서 카메라맨 겸 PD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어 강사이자 프리랜서 번역가다. 등록금이 없지만 그웬돌린은 생활비와 교재비를 지원해주는 학자금을 대출받았다. 연방교육지원법에 따라 지원되는 학자금은 부모의 수입에 따라 대출 여부와 액수가 정해진다. 부모의 수입이 비교적 불안정한 편이고, 2008년 경제위기 때 수입이 많지 않았던 까닭에 학자금을 넉넉히 받을 수 있었다.
장학재단도 꽤 있어서 장학금을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정부 지원 학자금을 받기가 더 수월하다. 그웬돌린은 부모님과 함께 살며 한 달에 530유로씩 학자금을 받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나중에 독립해 임대료가 더 들게 되면, 더 많은 액수의 학자금을 받을 수 있다. 학자금은 무이자 할부로 졸업한 지 18개월 뒤부터 최대 20년 안에 되갚아야 하지만 모두 갚지 않아도 된다. 갚아야 할 학자금은 졸업 성적에 따라 달라져, 최고 성적일 경우 학자금의 25% 정도만 갚으면 돼 큰 걱정은 없다. 넉넉한 학자금 덕에, 동방신기 팬인 그웬돌린은 긴 연휴를 이용해 파리로 놀러가 SM 파리 공연을 지켜봤다.
성적 낮은 부유층 자녀만 사립대로
독일에도 사립대가 있다. 전국에 70여 개 있는 사립대의 등록금은 한국 못지않은 한해 1만1천유로(약 1720만원)이지만 국립대에 비해 인지도와 선호도가 낮다. 보통 일반 국립대의 원하는 과에 들어갈 성적은 안 되는 부유층 자녀들이 진학한다. 그웬돌린은 아르바이트로 프랑스어 과외를 하고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웬돌린은 한국의 비싼 등록금이 “결국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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