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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소외국, 네팔에 즐거운 교실을


‘세이브더칠드런’ 네팔 총괄책임자 브라이언 헌터, “분쟁·정부 의지 부족·차별적 신분 제도 등 극복해야”
등록 2011-04-21 17:45 수정 2020-05-03 04:26

한국의 초등학교는 한 반에 많아야 기껏 20~30명 수준이다. 네팔의 초등학교는 한 반에 50~70명인 곳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그나마 학교에 가면 다행이다. 취학연령 어린이 가운데 60~70%만 등록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중간에 그만둔다.

한국의 ‘히말라야 산타’들도 후원 나서

국제아동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총괄책임자 브라이언 헌터.

국제아동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총괄책임자 브라이언 헌터.

“불행하게도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수도 적고 교육의 질도 낮다.”

네팔에서 국제아동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총괄책임자로 일하는 브라이언 헌터의 말이다. 한국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지난 4월11일 방한한 그는, 네팔의 많은 지역에 어린이를 위한 교실이 아예 없거나 학습교재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1996~2006년 왕정에 반대하는 마오주의 공산반군과 정부군 간의 오랜 내전으로 교육환경이 많이 망가진 탓이다. 네팔 청년층의 문맹률은 남자 15%, 여자 27%에 이른다. 그나마 최근 들어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아직 크게 떨어진다. 기초학력평가시험을 통과한 학생이 22%밖에 안 된다.

특히 문제는 네팔의 카스트제도에 따라 최하층 신분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다. 사회적 배제 탓에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특히 적다. “가난한데다 해당 계층의 교육 의지가 낮고, 사회적으로도 ‘불가촉천민은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런 소외계층의 여성은 더하다.

일반적으로 저개발국에서 교육 여건은 열악하다. 네팔 같은 분쟁 지역은 문제가 더 겹친다. 정치적 이유로 어린이들이 정치선동 행진에 동원되거나 학교가 문을 닫았던 것이다. 납치돼 소년병으로 끌려갔던 어린이들의 사회 복귀도 어렵다. 헌터는 “소년병으로 일한 어린이들이 풀려나도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다”며 “소년들을 사회나 학교에 재통합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열악한 어린이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가 ‘분쟁영향지역 아동교육 지원사업’(Rewrite the Future)이다. 학교와 교실 건축 및 재건 등을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학교가 분쟁에서 벗어나 안전한 피난처가 되도록 지원한다. 아동 체벌을 줄이는 등 비폭력적 교수법도 훈련한다. 이 사업으로 처음 학교를 다니게 된 네팔 어린이는 약 4만4천 명에 이른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후원자들이 ‘히말라야 산타’라는 이름으로 직접 네팔을 찾아가 학교를 건립하는 데 12일간 참여했다. 네팔이 히말라야산맥 자락에 위치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이 사업에 약 5천 명의 한국인 후원자들이 참여했다. 분쟁으로 상처받는 네팔에 평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네팔의 어린이 교육환경 개선에 최대 걸림돌은 네팔 정부의 투자 의지 부족이라고 헌터는 지적했다. “정부의 굳은 교육 투자 의지가 중요한데, 있는 재원조차 교육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 어린이 교육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게 문제다.” 그는 네팔의 어린이 교육환경 개선에 가장 중요한 것은 네팔인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아니라 네팔인 스스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어린이 교육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국제사회, 정부에 어린이교육 권리 보장 요구해야

그래도 국제사회의 몫은 남아 있다. 2006년 11월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 체결 뒤 왕정에서 공화제로 전환하고 진행 중인 헌법 개정 과정 등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어린이교육 권리를 보장하도록 지원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헌터는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인종과 빈부에 상관없이 교육받는 것은 기본적 권리”라며 “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기회가 되면 기부금 덕택으로 교육을 받는 네팔 어린이들이 해맑은 웃음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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