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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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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느끼는 발리

등록 2001-07-11 00:00 수정 2020-05-02 04:21

발리에서 가장 발리다운 ‘우부드’… 화랑과 화실이 밀집한 예술의 거리를 뒤져보자

‘발리’는 어린 시절 나의 꿈이었다. 모든 인도네시아 아이들이 지녔던 열망처럼.

당신이 발리에 내리는 순간 발리는 당신이 꿈꾸었던 참한 연인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특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도는 동안 환상적인 가멜란(전통음악)이 연인과의 영혼을 이어줄 것이고. 이 연인은 이 세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으로 당신을 사로잡고 말 것이다.

작은 마을에 화랑이 200여개나…

적도 바로 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냉랭한 기후에다 친절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룬 빼어난 풍광 그리고 예술적인 정취는 정녕 발리만의 자랑이다. 신변 안전? 염려할 필요없다. “발리는 발리일 뿐이다.” 인도네시아 전체가 뒤틀려 있어도 발리를 찾는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은 여전히 발리의 품에 안겨 애무받고 있으니.

나는 발리에서도 가장 발리다운 우부드를 소개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발리의 바다도, 꿈틀거리는 화산도 모두 우부드에 여행기지를 차려놓고 난 다음에 하나씩 둘러볼 수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섬의 남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덴파사공항에 내려 자동차로 50분쯤 섬의 중심부를 향해 달리다보면, 전통적인 가옥들이 수북이 나타나고 머리에 재물을 이고 가는 고운 옷 아낙네들의 행렬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신비한 정령의 무게가 느껴질 때쯤이면, 그곳이 바로 우부드다.

먼저 주머니 사정에 따라 묵을 곳을 정하자. 하룻밤 5달러에서 800달러짜리까지 다양한데, 내 경험에 비춰 20달러짜리 민박이면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편리하고 깨끗한 시설에다 친절한 사람들이 돌봐줄 것이다. 어느 민박집도 좋다.

왜 우부드로 독자들을 모시고 왔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우부드는 예술의 산실이고 발리문화의 박물관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긴 한데, 우부드는 3km 남짓한 신작로를 사이에 두고 여러 개의 지선이 양쪽으로 뻗어난 마을 형세를 지녔다. 이 작은 길을 낀 우부드에 200여개의 크고 작은 화랑이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지. 아마도 세계에서 화랑과 화실이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일 것이다. 여기가 그 유명한 발리미술의 산실로, 전통적인 발리화에다 1930년대부터 서양화가들이 들어와 눌러앉으며 접목된 현대기법까지 매우 다양한 예술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네카미술관과 같은 대규모 전시장도 좋고 구멍가게 같은 소박한 화랑들도 좋다. 주로 더운 낮에는 선선한 이 화랑 순례를 일과로 잡아두자.

전통적인 우부드에서 마치 뉴욕의 현대화랑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밤부갤러리’라는 작은 화랑을 발견하게 될 것인데, 그림값은 묻지 말고- 국제수준의 수만달러짜리 그림들이니- 주인장을 찾아 살짝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붙여보자. 중후한 신사가 매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맞이할 것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국제적인 신사 코니라는 한국계 미국인은 발리미술의 품질과 가격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해 발리미술계에서 칭찬이 자자한 인물이다. 길손에게도 차 한잔 줄 수 있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정서가 남아 있는 화랑이니 그 다음은 독자들의 몫인데, 미국에서 태어난 신사에게 한국말은 너무 기대하지 말 것.

어둠이 내리면 춤판을 찾아

어둠이 내리면 춤판으로 달려가자. 1천개가 넘는 발리춤을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일정표를 만들어 매일 밤 하나씩 찾아보는 즐거움은 진정 우부드의 선물이다. 대개 발리춤은 ‘라마야나’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라 조금만 사전지식을 갖춘다면 이해에 전혀 무리가 없다. 아리따운 발리 무용수 소녀들과 기념사진을 몇장 남기는 것도 근사한 추억이 될 것이고.

마지막으로 우부드의 정신이자 문화인 힌두교를 만나보자. 우부드에서 만약 힌두사원의 제의식을 무심히 넘겨버린다면, 당신은 결코 발리도 우부드에도 가보지 않은 이상한 여행자가 되고 말 것이다. 매일 밤 모든 사원에서 의식이 거행되고 있으니 특별한 준비는 필요없다. 마을친구를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사원에 가서 믿음으로 기도를 올리면 그만이다. 단 반바지나 브래지어 차림은 절대 금물.

우부드로 가자. 그리고 다른 문화를 만나고 예술을 즐기며 피곤한 몸을 누이자. 분명 내일은 새로운 날로 다가올 것이다.

아흐메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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