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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기업에 대처하는 세계의 자세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 인권 개념을 기업 활동으로 확대한 ‘에든버러 선언’ 채택
등록 2010-10-28 17:42 수정 2020-05-03 04:26
지난 5월25일 홍콩 인권단체가 아이폰 제조사인 폭스콘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사태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REUTERS/ BOOBBY YIP

지난 5월25일 홍콩 인권단체가 아이폰 제조사인 폭스콘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 사태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REUTERS/ BOOBBY YIP

“우리는 국가인권기구(NHRIs·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기업이 (인권 보호에 대한) 책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좀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고, 전세계에 걸쳐 통합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에든버러 선언에 동의했다.”

국가인권위에 기업인권 담당자 둬야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인 로슬린 누난 뉴질랜드 인권위원장은 지난 10월10일 막을 내린 제10회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서 기업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기업과 인권, 그리고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국가인권기구가 국가와 개인 중심으로 바라보던 인권을 기업 활동으로 확대시켰다. 그동안 10차례 열린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에서 ‘기업과 인권’이 주제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5개 항목으로 구성된 ‘에든버러 선언’을 채택해 국가인권기구가 기업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선언은 기업이 인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부터 강조했다. 9항은 ‘기업이 인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한다. 국내 기업은 물론 다국적기업의 활동은 인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인권기구가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법(16항)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국가인권기구가 △국가기구는 물론 비정부기구·기업의 인권 관련 의무 준수 감시 △인권침해를 막고 구제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 △피해자 지원과 진정 처리, 중재·조정 역할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기구 안에 기업인권 담당자를 두도록 했다.

우리나라 인권위도 에든버러 선언에 동의했다. 인권위 유인덕 인권정책과장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ISO 26000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표준지표를 승인하고, 2011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10년 만에 개정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기업과 인권이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며 “인권위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권 보호를 위해 기업 활동에 대한 감시와 구제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앞으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에서 2001년 1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접수된 차별사건 8908건 가운데 기업과 공사·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게 2557건(28.7%)이고, 조사 결과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된 831건 가운데서도 기업 관련 사건이 260건(31.3%)이라고 밝혔다.

전체 차별 사건의 30%가량이 기업 관련

또 인권위는 그동안 OECD 회원국으로서 의무사항인 NCP(National Contact Points) 활동이 부진한 점에 대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NCP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관련해 피해자 쪽이 접근할 수 있는 국가의 공식 창구다.

한국인권재단의 정선애 사무처장은 “에든버러 선언은 기업의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기구가 좀더 폭넓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며 “인권위는 현재 성·인종 등에 따른 차별 문제만 조사하는데, 노동자의 건강권이나 결사의 자유 등으로 관심을 넓혀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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