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추웠다. 배 과수원은 꽃눈이 제대로 피지 못해 까맣게 변했다. 복숭아는 복사꽃을 피우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자두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 햇볕을 쬐지 못한 복분자의 3분의 2가 죽었다. 여름은 게릴라가 습격했다. 쨍쨍하던 하늘을 갑작스럽게 구름이 뒤덮었고, 손바닥만으로 하늘을 가린 사람들이 거리를 뛰었다.
한국뿐이 아니다. 7월 중순 중국 남부에는 일주일 이상 하루 최고 30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남부 9개 성 200여 개 현에서 최소 146명이 숨졌다(7월20일 현재). 폭염으로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온도를 경신하던 중이었다. 베이징은 지난 7월5일 낮 최고기온 40.6도, 지면 온도 약 68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4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벨기에 북부는 4월부터 지속된 고온으로 사망자가 20% 이상 늘었다. 이탈리아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러시아도 덥다. 더위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7월20일 하루에만 71명이 숨졌다.
남반구에서는 눈이 쏟아진다. 칠레의 고산지대는 폭설로 작은 마을이 고립되고, 공항과 길이 막혔다. 남아메리카를 덮친 한파로 적어도 80명 이상이 사망했다(7월23일 현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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