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레프트리뷰> 수잔 왓킨스 편집장
영국 런던 소호 지역에 가면 ‘좌파의 둥지’를 만날 수 있다. 복잡한 거리를 지나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영국의 대표적 좌파 출판사인 ‘버소’와 대표적 좌파 학술지인 (이하 리뷰)가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은 작은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1960년 창간된 는 1970년 ‘버소’를 설립했다. ‘버소’는 를 통해 소개된 발터 베냐민·루이 알튀세 등 많은 유럽 학자들의 책을 번역·출판하며, 지금은 유럽 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출판사로 자리잡았다. ‘버소’와 의 사무실이 위아래로 자리잡은 작은 건물 안의 ‘공기’는 떠들썩한 바깥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3월17일 오후 조용한 사무실에서 수잔 왓킨스 편집장을 만났다.
=제호에 담긴 ‘뉴레프트’는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신좌파’에서 따왔다. 이들은 스탈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당시 공산당과 노동당, 유럽의 주류 사회민주당을 모두 거부했다. 당시 영국 진보 진영은 학생운동과 반핵운동이 두 축이었다. 이에 기반을 둔 와 라는 2개의 학술지를 통합해 의 첫 호를 1960년에 발행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변화를 위한 논쟁을 시작했다. 소련이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승리하는 등 달라진 상황에서 좌파 학술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2000년 재창간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프랑스를 비롯해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와 중국 학자들의 글도 소개하고 있다. 편집위원들도 영국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많아 편집회의는 주로 전자우편으로 진행한다.
=인쇄본 발행부수는 9천 부다. 그중 6천 부는 정기구독으로 소화하고, 나머지 3천 부는 서점 등을 통해 판매된다. 최근에는 온라인 구독이 대폭 늘고 있다. 매호 30만 건 정도의 글이 다운로드된다. 정기구독은 대부분 대학이나 도서관 등 기관에서 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를 읽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주로 대학원생 등 학생들을 비롯해 지식층이 즐겨 읽는다. 흥미로운 것은 인쇄본 정기구독처의 30%는 영국, 30%는 미국, 나머지는 세계 각국이라는 점이다.
=‘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중심의 구조에서 어떻게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또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각 나라가 이 지배구조에 귀속됐는지, 또 사회의 지배세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설명·분석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과제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70%다. 나머지 30%는 정치나 예술, 영화 등에서 반대와 저항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아랍 국가에서는 저항의 형태가 주로 문학을 통해 나타나는 것처럼, 현실 정치에서뿐 아니라 개념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도 위기에 빠졌다.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세계의 위기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그 위기가 더 심각해질 거라고 판단한다. 노동당이 만들어놓은 경제구조의 근간에 금융규제 철폐가 있다. 이로 인해 런던은 세계적인 투기와 투자의 도시가 됐다. 그래서 이번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지금 진보 담론을 얘기하는 젊은이들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자라난 세대다. 1990년대의 20대는 보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90년대에 일어났던 반전운동 등 저항의 움직임이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세력 확장 등으로 인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조지 부시와 토니 블레어 시대에 자라났다. 우파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론과 개념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 이들에게는 아직 실패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런던(영국)=글·사진 안인용 기자 한겨레 ESC팀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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