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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식 혁명’ 기대하라

등록 2008-05-09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마오이스트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인 디나 나트 샤르마, 뜻밖의 말을 내뱉다</font>

▣ 카트만두·포카라·카브리(네팔)=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font color="#C12D84">[네팔 제헌의회 선거]</font>

“앞으로 10년, 네팔에서 ‘자본주의식 경제혁명’을 추진할 계획이다.”

1967년 ‘네팔공산당’(CPN)에 가입한 이래 분열과 합당을 거듭해온 공산당 역사에서 줄곧 급진 노선을 따라온 마오이스트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인 디나 나트 샤르마(62)가 아닌가. 네팔공산당-마오이스트 대변인인 그의 입에서 ‘자본주의식 경제혁명’이란 말이 쉽게도 새어나온 건 분명 뜻밖이었다. 그는 마오이스트를 여전히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대해서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font color="#216B9C">솔직히 기대 이상의 선전에 놀라지 않았나?</font>

=우린 직선 의석으로만 130석 이상을 확보할 거라 예상했다. 물론 120석을 얻은 것도 만족할 만하지만.

<font color="#216B9C">네팔의회당과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 쪽에서 선거를 두고 말이 많다. 내각 사퇴도 이어졌고.</font>

=미성숙한 행동들이다. 선거 결과가 그들 예상치에 못 미친 건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연립정부를 희망하고 있고, 이 점에서 두 당과 이미 합의점이 있었다고 믿고 있다.

<font color="#216B9C">제헌의회 첫 회의에서 ‘공화국 선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는데.</font>

=‘연방공화국’은 이미 현 의회가 합의한 사항이다. 제헌의회는 단지 그 합의에 따라 선언 절차를 밟는 것에 불과하다.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font color="#216B9C">갸넨드라 국왕에게 왕궁을 자발적으로 떠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별 반응이 없다.</font>

=인류사를 보면 봉건왕정의 종말은 두 가지였다. 망명길에 오르거나, 인민의 손에 처단되거나. 두 가지 모두 우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그가 평화적으로 왕궁을 떠나길 바란다. 만일 떠나기를 거부하면, 그 다음 조처는 다른 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

<font color="#216B9C">인민해방군과 왕정 치하 국민군의 합병이 쉽지 않아 보인다.</font>

=평화협상을 지속해야 한다. 군대 합병 문제도 평화협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더 이상 무장투쟁을 원치 않는다. 네팔엔 큰 규모의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 군 합병 이후 감군 등 군 개혁을 단행할 예정이다.

<font color="#216B9C">‘자본주의 경제혁명’을 거론하니, 솔직히 뜻밖이다.</font>

=지난 10여 년 동안 봉건왕정을 끝장내는 ‘정치혁명’을 치렀다. 이제 ‘경제혁명’을 수행할 차례다. 봉건왕정은 자본주의의 장애물이었다. 현 네팔의 자본이나 생산력 수준으론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불가능하다.

<font color="#216B9C">빈부격차 등 자본주의화가 양산할 모순은 어떻게 풀 건가?</font>

=노동과 자본의 모순을 잘 안다. 하층민들에게 혜택을 나눠주는 게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공산주의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물론 과거에 존재했던 그런 공산주의를 따르는 것도 아니다. 민주적 체제도 병행해 개발하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한다.

<font color="#216B9C">경제개발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팽창주의자라고 비판해온 인도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을까?</font>

=모든 국제사회가 협력과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길 바란다. 네팔은 인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이웃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팽창주의 정책은 반대한다.

<font color="#216B9C">미국은 마오이스트를 여전히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font>

=제국주의에 항상 반대해왔고 앞으로도 제국주의자들의 정책은 결코 지지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과의 기본적 외교관계는 피할 수 없다. 테러단체 규정은 그들이 고쳐야 한다.

<font color="#216B9C">티베트 난민에 대해선? 난민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은데.</font>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다. 어떤 난민도 우리 땅을 이용해서 제3국으로 넘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절대다수의 티베트인들이 네팔을 경유해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로 향하고 있다-편집자).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 티베트 시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font color="#216B9C">과거사를 규명하고 전쟁 기간 중의 참상을 치유할 ‘진실과 화해위원회’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는데.</font>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게 우리다. 대부분의 실종 사건은 마오이스트 쪽에서 발생했다. 우린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돼 효율적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font color="#216B9C">마오이스트가 벌인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건가?</font>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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