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간 공동출자한 ‘일본 수소·연료전지 실증프로젝트’… 일반인이 운전하며 에너지 효율 데이터 수집 중
▣ 요코하마=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일본에서 가솔린이나 디젤 등 화석연료로 달리는 자동차는 8천만 대에 이른다. 반면 일본 도로에 굴러다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총 60대다. 올해 20대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아직 가시적 변화는 크지 않지만, 일본은 1999년에 일찌감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로드맵을 세우고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함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1996년 도요타가 처음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한 이래 2000년대 들어 일본 완성차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 공개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와 혼다에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는 영하 30℃에서도 시동이 걸릴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성능이 높은 연료전지차라고 한다.
가솔린차에 비해 연비 2배 좋아
도쿄에서 요코하마 쪽으로 가다 보면 쓰루미구에 재단법인 ‘일본 수소·연료전지 실증프로젝트’(JHFC)라는 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한 법인인데, 도요타·닛산·혼다·미쓰비시·마쓰다·스즈키 등 10여 개 완성차 업체와 신일본석유 등 에너지회사, 간사이전력 등 전력회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 기관의 야노 히사시 관장은 “닛산 연료전지 자동차를 이용해 실제 도로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며 “일반인들한테 연료전지차를 빌려줘 실제로 도쿄 시내에서 달려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유·중유·경유·도시가스·LPG 모두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화석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력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이렇듯 대기에 온통 이산화탄소가 흘러들면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책상에 올려놓은 뒤 조그만 수소통을 연결했다. 순간적으로 수소가 전기로 변환되면서 장난감 자동차 바퀴가 빠르게 구르기 시작했다. “보세요. 이게 바로 간단한 연료전지입니다. 그럼, 우리가 타는 자동차도 연료전지로 갈 수 있겠죠? 다른 연료도 마찬가지지만 수소도 태우면 ‘펑’ 하고 터지는 폭발성이 있습니다. 태양은 수소덩어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사실 태양·풍력·원자력의 경우 밤에는 태양이 없고, 바람이 없으면 풍력에너지를 얻을 수 없고, 방사능은 누출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수소는 물속에도 있고 석유 등 화석연료에도 많이 들어 있어서 얼마든지 추출해 사용하면 된다.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키면 수소는 순간적으로 전기로 변환된다.
일본에서 처음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할 때는 메탄올에서 수소를 직접 추출해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곧 실패했다. 자동차가 멈추고 달리고 언덕을 오르내리고 할 때 수소가 많이 필요한데, 제때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료전지 방식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수소연료전치차에 대한 1단계 주행실험을 거쳤다. 4년 동안 7대의 연료전지차로 2856번, 5대의 하이브리드차로 1882번, 7대의 가솔린차로 1807번 장거리 주행실험을 한 결과 연비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실험에서 연료전지차는 가솔린차에 비해 350kg 정도 더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평균 시속 60km로 달릴 때 가솔린 1ℓ로 환산한 수소량을 갖고 약 29km를 갔다. 1ℓ당 15km를 달린 휘발유 차량에 견줘 연비가 2배 정도 더 좋은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는 평균 시속 60km로 달릴 때 1ℓ당 23km 정도를 달렸다. 즉, 하이브리드차 역시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충전소, 직접 만들거나 보관 공급하거나
좋은 연비와 달리 연료인 수소를 공급하는 데는 난점이 많다. JHFC 한쪽에는 수소연료통을 보관하는 작은 창고가 있다. 창고 안에는 길이 2m 정도 되는 대형 수소통 30여 개가 저장돼 있었다. 그러나 이는 차량 20대에 공급할 분량밖에 안 된다. 사실 수소연료전치차는 330km를 달리는 데 길이 50cm 정도의 수소통 4개가 필요하다. 이처럼 수소는 운송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수소충전소는 휘발유 주유소와 달리 충전소 현장에서 직접 수소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on-site)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수소충전소는 도쿄 시내 10곳, 나고야 2곳, 오사카 1곳 등 모두 13곳에 있는데, 대다수가 온사이트 방식이다.
이때 ‘수소에너지 효율’(가솔린·나프타 등에 포함된 수소 중 실제 추출되는 수소의 비율)도 문제가 된다. 가솔린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요코하마의 수소충전소는 수소에너지 효율이 58.7%, 나프타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요코하마의 충전소는 60.4%, 메탄올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가와사키의 충전소는 65.0%로 나타났다. JHFC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소에너지 효율을 70%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미 만들어진 수소를 보관·공급하는 방식(off-site)의 충전소에서는 고압으로 수소를 저장할 때 연료 효율성이 89∼98%라고 한다. 수소 누출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JHFC의 야노 관장은 “1단계 주행실험에서는 전문가들이 연료전치차를 운전해 각종 연료효율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2단계 사업에서는 일반인들이 직접 연료전지차를 몰도록 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여러 장소에서 또 여러 형태의 도로에서 실험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2단계 사업에서는 승용차뿐 아니라 연료전지버스도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나고야에 연료전지버스 실험센터와 수소 하이브리드 충전소를 세웠다. 오사카에는 장애인 차량과 동력 자전거가 이용할 수소충전소를 구축했고, 도쿄에도 더 많은 수소충전소를 속속 설치하고 있다.
일본에서 현재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하는 데 1억엔(약 10억원) 정도 든다. 야노 관장은 “연료전지를 만드는 데 백금 100g 정도가 들어가는데 백금값은 1g당 5300엔이다. 가장 큰 비용은 정밀가공에 드는 인건비다. 백금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시간이 많이 들어서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료전지는 얇은 백금 수백 개를 포개서 한 세트로 만들어 300V의 전기를 얻게 된다. 백금은 전기를 만드는 촉매제인데, 문제는 백금 수명이 길어야 3년이란 점이다. 야노 관장은 “백금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면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JHFC는 수소연료전지차를 2010년에 5만 대로 늘리고 보급 단계에 접어드는 2020년에는 500만 대로, 2030년에는 15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일본에서 연료전지는 버스와 관용차에 사용되고 있는데, 2010년부터는 소형트럭에도 상용화할 예정이다. 또 2015년 이후부터는 대중 자가용에도 보급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필요한 수소 공급량은 2010년 4만t에서 2020년 58만t, 2030년 151만t으로 크게 증가하게 된다. 또 수소충전소는 2010년 500개, 2020년 3500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백금 대체 물질을 찾아라
일본에서 가솔린은 1ℓ당 제조원가가 32엔이다. 수소는 같은 양을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보다 훨씬 더 든다. 야노 관장은 “가솔린과 같은 양의 순도 100% 수소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제조원가를 40엔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휴대전화도 처음 출시될 때는 한 대당 300만엔 정도였으나 대량 보급되면서 지금은 가격이 1만엔대로 낮아졌듯이 수소연료전지차가 대규모로 보급되면 휘발유보다 수소를 더 싼값으로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류를 둘러싼 에너지 삼중고(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안정적인 에너지 확보·환경보호)는 서로 충돌하는 과제”라며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길은 바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