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여성 등 소외계층 대거 선출되며 마오이스트는 제1당으로… 정치권의 ‘반란’ 속에 국민군 통합 등 난제들 남아
▣ 카트만두·포카라·카브리(네팔)=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네팔 제헌의회 선거]
그날 많은 이들이 말했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네팔 현대사의 굴곡을 사진으로 꾸준히 기록해온 사진작가 아녜스도, 국제 선거감시단의 일원으로 온 아담 쿠퍼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ANFREL) 대변인도, 그 선거감시단을 다시 ‘감시’한 가우디프라단 네팔 국가인권위원회 대변인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숱한 사람을 감동시킨 네팔 제헌의회 선거. 투표장의 열망은 결국 새로운 네팔을 책임질 ‘국민대표’의 얼굴을 확실히 바꿔놨다.
△ ‘혁명의 첫발, 오늘을 기억하세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당선된 마오이스트 여성 지도자 히살라 라미가 꽃다발을 목에 건 채 환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카트만두 일대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한 마오이스트는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을 닦아놓았다.
“그들은 솔직했다”
기리자 프라사드 현 총리(네팔의회당)의 조카와 딸 등 ‘가문의 후광’을 업고 당선이 확실시되던 ‘코이랄라 패밀리’는 대거 참패했다. 또 다른 주류 정당인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은 강력한 지지 기반인 수도 카트만두 일대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변이다. 공산당 반대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이 카트만두 일대 15개 선거구 중 6곳에서 네팔의회당에 표를 던진 것을 빼고, 두 공산당 사이를 머뭇거리던 공산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네팔공산당-마오이스트’ 쪽으로 대거 몰렸다. “마오이스트가 유권자들을 협박해 표를 얻었다”는 두 주류 정당의 주장이 궁색해지는 건 바로 그런 협박이나 폭력 사태가 거의 없었던 카트만두 일대에서도 마오이스트의 선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마오이스트는 55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직선 의석의 과반인 120석을, 비례대표 의석에서는 약 29.92%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전체 601석 가운데 총 220석을 확보함으로써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게다.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의 마다브 쿠마르 사무총장조차 이름도 생소한 마오이스트 후보 자쿠 프라사드 수베도(46)에게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내 이름이 생소하다니! ‘인민전쟁’(마오이스트 무장투쟁)이 시작된 1996년 2월18일 이후 처음으로 구속된 사람이 바로 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거물 정치인을 눌러서인지 수베도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선거운동 기간에 주민들은 내게 ‘마실 물’ 공급 방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당장 물을 갖다줄 수 없으며, 이번 선거는 헌법 기안을 위한 것이니 좋은 헌법이 만들어지면 ‘마실 물’ 공급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이 헛 공약을 남발한 것과 달리 유권자들에게 솔직히 다가간 게 승리의 배경이라는 말이다.
마오이스트의 ‘바꿔 바꿔’ 구호와 함께 ‘솔직한’ 접근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주장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인 카브리 지방 제4선거구. 이 지방 중심도시 듀리켈에서 다시 버스와 도보로 4시간을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산골 오지 사핑마을 출신인 아준 기리(30)는 “내전 기간엔 안 그래도 먹을 것 없던 마을에 와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요구하는 마오이스트가 싫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오이스트는 솔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쟁 때 치러진 선거에서 다른 당이 마을대표를 통해 돈을 뿌렸다면, 마오이스트는 ‘먹을 걸 줄 수 없지만 존엄과 권리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따금 마을로 쌀을 가져오기도 했단다.
반면 1998년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당선된 의회당 후보 라젠드라 카렐(55)은 마오이스트와 보안대에 번갈아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카트만두까지 찾아온 주민들에게 “더 이상 그곳에서 출마하지 않는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철이 되자 그는 다시 네팔의회당 딱지를 들고 ‘지역구’로 돌아왔고, 주민들은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인 마오이스트 후보 태르 바하두르 미자르(40)를 당선시켰다.
첫 의제는 ‘왕실의 운명’
이번 선거가 ‘혁명적’이라 불리는 건 바로 미자르 같은 달리트를 비롯해 원주민과 여성 등 소외계층이 대거 국민의 대표로 뽑혔다는 점 때문이다. 마오이스트 무장투쟁이 시작된 이래 12년간 열두 차례 정부가 바뀌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던 부패정치와 브라만·체트리 등 상층 카스트가 온 사회를 장악해온 뿌리깊은 차별구조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대한 도전을 받게 됐다. 단연 마오이스트의 공이 크다. 마오이스트는 원주민 당선자 81명 중 50명, 여성 당선자 29명 중 23명을 배출했다. 다인종, 카스트 신분사회였던 네팔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포괄적 민주주의’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 셈이다.
두르가 쿠마리 비쇼카르마(26)는 ‘선거혁명’의 최대 상징이다. 달리트에 원주민, 그리고 여성이라는 소외계층 ‘3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중부 카스키 지방 제4선거구에서 네팔의회당 고위 간부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연소 여성 당선자라는 기록도 세웠으니, 변화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망이 그의 당선에 오롯이 담겨 있다.
마오이스트 학생조직에서 활동하던 지난 2000년 국왕의 보안대에 구속돼 ‘여성에게는 가해선 안 될 모든 종류의 고문’을 2년 동안 당했다는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인민해방군(마오이스트 게릴라)의 꿈도 접었다. 당선 확정 직후 만난 그는 여전히 허약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입만 열면 다부진 말투에 눈빛이 빛났다. “내 승리는 네팔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승리이며, 나처럼 봉건왕정에 착취당해온 민중들의 승리다.”
그렇게 장장 239년 동안 ‘착취의 호세월’을 누려온 봉건 왕정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선거 최종 결과가 나온 뒤 21일 안(5월 중순께)에 소집될 첫 회의에서 제헌의회는 ‘왕실의 운명’을 첫 번째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다. ‘네팔민주공화국’은 첫발을 내딛기 무섭게 선거 직후부터 삐그덕거리며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첫째, 정치권의 ‘반란’이다. 네팔의회당 쪽에선 마오이스트가 유권자를 협박한 탓에 당이 패배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리며, 현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당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행태다. 이 때문에 마오이스트에게 가장 비판적이던 네팔 최대 언론기업 ‘칸티푸르 퍼블리케이션’의 영자지 조차 4월26일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은) 네팔의회당의 자살 시도이자 국가적 재난이다. 선거 결과를 통해 국민이 분명히 요구한 건 마오이스트가 국정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은 선거가 치러진 뒤 사흘 만에 당 소속 장관들이 연정을 떠나겠다며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4월28일 시작된 당 중앙위에선 한술 더 떴다. 마오이스트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모은 한편, “국가의 ‘최고위직’ 자리를 분담하라”고 마오이스트 쪽에 요구했다. 자기 모순에 빠진 셈이다.
유엔 감시 아래 갇힌 인민해방군·국민군
정치권의 ‘반란’은 패배한 정당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 2년간 분쟁에 휘말려온 남부 마데시 지역에서 직선 의석 40석을 얻으며 제4당으로 떠오른 마데시권리포럼(MJF)의 우펜드라 야다브 대표는 강도 높은 자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또 다른 소요사태를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자기 당의 주도 아래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마오이스트에게는 이 모든 ‘반란’이 고스란히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마오이스트가 제1당이 됐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얻지 못한 건, 서로 협력해서 평화협상을 잘 마무리하라는 거 아니겠나.” 마오이스트에게 한 표를 던졌지만, 주요 정당들이 연립정부에 참여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길 바라는 카트만두 시민 라주(39)의 말은 ‘반란’의 정당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둘째, 마오이스트의 인민해방군과 왕정 치하의 국민군 통합 문제는 난제 중 난제로 남아 있다. 마오이스트와 현 정부의 주축인 ‘7개 정당연합’이 2006년 10월8일 유엔을 ‘증인’으로 세워 체결한 ‘무기와 군대에 관한 협정’(AMMAA)에 따라 약 2만3천 명의 인민해방군은 현재 네팔 전역 7개의 캠프에서 유엔의 감시 아래 ‘갇혀’ 지내고 있다. 국민군 역시 규정된 업무를 제외하면 병영 안에 ‘갇혀’ 있다. 양쪽의 적대 행위를 확실히 중단시키기 위해서다. 두 군대의 합병에 기반한 ‘공화국 군대’ 탄생이 마오이스트의 바람이라면, 다른 정당들은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국민군 쪽은 “특정 정치세력과 사상적으로 연계된 군대를 국민의 군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인 반면, 마오이스트 쪽은 “국민군 역시 얼마 전까지 ‘왕실군’이 아니었냐”며 특정세력 연계론에 반박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전사 출신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청년공산당연맹(YCL)의 해체도 논란거리다. 나머지 두 정당은 해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마오이스트는 ‘어림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셋째, 경제 살리기는 온 국민이 염원하는 중장기적 최대 과제다. 마오이스트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오이스트가 일찌감치 향후 10~15년을 ‘경제혁명의 시기’로 선포한 이유다.
“벌써부터 자본주의를 들먹이고 있다. 그들도 별수 없는 거다.” 카트만두 도심 타멜 거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비두르 당골(49)의 말마따나, 마오이스트가 표방한 경제혁명은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노선이다. 네팔 경제가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준의 개발과 생산력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여, 마오이스트는 한때 ‘금품 강요’의 대상이던 경제인들을 부지런히 만나, ‘국영화 안 한다. 안심해라’거나 ‘개인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등의 보증을 하느라 바쁘다.
마오이스트도 ‘숫자경제 살리기’?
마오이스트의 자본주의 노선은 ‘물 민영화’라는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활부 장관이자 카트만두에서 선출된 마오이스트 간부인 히실라 라미(48)는 ‘수력·전기 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네팔은 수자원이 풍부함에도 심각한 물·전기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산악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저지대 계곡물 접근이 어려운데다, 대도시에서조차 지하수 의존도가 높을 정도로 상수시설이 절대 부족한 탓이다. 하수시설도 취약해 처리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면서, 네팔인 전체 질환의 80% 가량이 각종 수인성 질환일 정도다. 수력발전에 활용되는 수자원도 전체 가용량의 1%에도 못미친다. 때문에 수도 카트만두조차 하루 8시간 이상 전기가 끊기는 게 상례다.
문제는 민영화가 골짜기, 도심 할 것 없이 ‘마실 물’에 대한 갈증이 치솟는 극빈층에게 물과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마오이스트 경제혁명이 어떤 모양새로 나갈지야 두고 볼 일이지만, 절대빈곤 딱지를 떼겠다는 성급한 의지가 자칫 ‘숫자경제 살리기’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선거도, 잔치도 끝났다. 그럼에도 카트만두의 거리와 상점, 찻집과 호텔 로비마다 삼삼오오 모여 정치토론을 하는 장면은 여전히 쉽게 볼 수 있다 ‘새로운 네팔’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조심스럽지만 대단히 높다. 반군 게릴라조직에서 최대 주류 정당으로 변신한 네팔공산당-마오이스트. 10여 년 험준한 산악을 넘나들며 꿈꿔온 그들의 ‘인민공화국 혁명’은, 이제 또 다른 험준한 산맥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들에게 역사적 기회를 안겨준 네팔 국민은 마오이스트의 계속되는 혁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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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이스트는 행동거지를 고쳐라.” 쇼바카르 파라줄리(50) 네팔의회당 총서기는 선거 전 두 차례 인터뷰에서 “어느 당이 몇 석을 얻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여유를 부렸지만, 선거 뒤 만나자 “마오이스트의 폭력과 협박이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전과 결과가 나온 이후 말이 달라졌다.
=선거운동 기간에 마오이스트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다. 유권자들을 위협하고, 마오이스트에게 표를 던지도록 협박했다. 비민주적·비인간적 처사였다. 특히 외부 감시가 어려운 외딴 지역에서 그런 일이 잦았다.
그래서 당의 입장은 정확히 뭔가? 선거 결과 불복?
=마오이스트의 반민주적·비인간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 선거가 제헌의회 선거이고, 네팔 국민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선거인 이상 ‘민주적 헌법 기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공정하지 않지만 선거 결과는 받아들인다.
폭력사태만으로 선거 결과를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마오이스트 쪽의 폭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우리도 취약점이 있었고….
그 취약점이란 게 뭔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린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마오이스트에 의해 접근을 차단당했기 때문이다.
네팔의회당과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의 집권 기간에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는 게 거리의 민심인데.
=거리의 민심이라. 그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 헌법 기안 뒤 총선을 치르게 되면 ‘민주세력’이 반드시 승리할 게다.
네팔 국민 절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지만, 네팔의회당은 부유한 상층 계급을 대변하기 때문은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당의 철학은 사회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이다. 우리 당도 낮은 계급을 대변한다.
새로운 네팔에서 네팔의회당은 어떤 정치 형태를 선호하는가?
=국가원수로서 의례적 대통령을 두고 정부 수반은 총리가 책임지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이다.
왕정 폐지와 공화국 수립 당론은 변함없는 건가?
=의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갸넨드라 국왕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물러날지도 관심사인데.
=제헌의회 첫 회의에서 어떻게 ‘공화국’을 수립할 것인지를 결정할 게다. 왕의 시대는 갔다. 그는 그냥 평범한 시민으로 살면 된다.
마오이스트 쪽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동거지를 고쳐야 한다. 반복해서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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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는 아니다. 물론 기대엔 못 미쳤지….”
암릿 쿠마르 보하라(53) 네팔공산당-마르크스레닌연합 사무총장 권한대행. 왕정 치하에서 당 사무총장 마다브 쿠마르 네팔이 가택연금될 때마다 ‘권한대행’을 맡았던 그는 최근 마다브 쿠마르 네팔이 사무총장직에서 공식 사퇴한 이후 뜻밖에도 후임 총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지나치게 온화하다’는 게 이유다. 그는 과 한 인터뷰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만큼 협력을 통한 평화협상 지속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선거 참패의 원인은?
=글쎄, ‘참패’까지는 아니지만 기대치에 못 미친 건 사실이다. 상황을 잘 알지 않나. 납치, 살해, 협박 등 온갖 종류의 강압 행위가 난무했다.
마오이스트를 비난하는 건가?
=부분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남부 지역에서는 ‘좔라 싱’이 이끄는 마데시 무장그룹도 문제였다. 네팔의회당도 선거폭력에 연루돼 있다.
수도 카트만두 인근 지역은 마르크스레닌연합의 지지기반이었는데,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패배 요인을 심층 분석 중이다. 마오이스트는 단순다수당일 뿐 절대다수당은 아니다. 따라서 국민이 원하는 건, 국가적 협력과 합의이지 누군가 혼자 나라를 이끄는 게 아니다.
마르크스레닌연합 소속 내각은 왜 총사퇴했나? 마오이스트 주도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가?
=도덕적 책임을 진 것뿐이다. 새 정부에 참여할지 여부는 두고 보겠다.
마르크스레닌연합이 도시민과 중산층에 집중한 나머지 여성이나 달리트 등 소외계층을 소흘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전면 수용할 순 없다. 물론 후보 지명에 일부 약점이 있었다.
‘좌파 연정’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하나?
=그건 후회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국제사회, 특히 인도와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그건 마오이스트의 몫이다. 그들이 인도·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말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헌의회 첫 번째 회의에서 ‘공화국’은 선포되는 건가?
=공화국 선포는 (현 정부의 주축인) 7개 정당의 정책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부상했지만, 그와 무관한 일이다. 공화국에 반대하는 이들은 선거에 졌고, 이론의 여지는 있을 수 없다. ‘연방공화국’은 제헌의회 첫 번째 회의에서 선언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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