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량하던 벌판에 빌딩 숲이 늘어만 간다. 한적했던 도로가 넓혀지고 아스팔트가 깔린다. 중동에도 도시화·현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도 유유히 옛스러움을 간직하며 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명을 등지고 양과 염소를 몰고 물과 풀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들이다. 오늘날 빌딩 숲 사이에도 버젓이 전통적 생활양식을 간직하며 사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유목민에 대해 종종 한국인들의 입에도 회자되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한 아랍국가 정부에서 유목민들을 정착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빌딩을 무상으로 주었더니 유목민들은 온데간데 없고 빌딩이 양과 염소들의 우리가 돼버렸다는 얘기다.
요르단 암만 시내 곳곳은 물론이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쉽게 만나는 문명을 등지며 사는 이들. 그렇지만 벌판에 천막을 치고 산다고 모두가 유목민은 아니다. 겉보기는 비슷해보이지만 그 속은 다르다. 스스로를 정통 유목민으로 말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바다위’라 부르고, 집시나 뜨내기들을 일컫는 나와리 또는 가잘리(사슴처럼 떠도는 이들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이름), 반유목민이라는 의미인 ‘하다리’와 자신들을 구분하고 있다. 바다위는 스스로가 유목민 혈통을 유지시켜오는 전통의 수호자로 자신을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도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듯하다. 이전에 낙타와 나귀를 주요 고급 교통수단으로 삼던 이들이 이제는 일제차가 주종을 이루는 자동차를 이용하고, 일부는 텐트 안에서 위성방송을 수신하기도 한다. 물을 찾아 떠돌던 생활도 일부 바뀌어 이제는 황량한 벌판에 천막을 치고 물차를 통해 물을 공급받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세대차와 자녀교육 문제, 장래문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도 마찬가지이다. 도시 속에 살아가는 자기 또래 집단들을 동경하는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에 회의하며, 학교교육에 강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떠돌이 생활을 하는 한,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멀기만 하다.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 국제단체 등에서는 유목민들의 교육과 재적응 훈련 등을 위해 비용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다. 재적응에 성공한 이들은 도시에 남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들판에 있는 천막으로 돌아가는 신세대 유목민들도 있다.
유목민들은 문명을 등지고 사는 덜 개화된 사람들인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엇이 개화된 것인가에 대한 정의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은 정통 아랍어를 유지하고, 유목문화에 바탕을 둔 아랍문화와 아랍인의 자존심을 지켜가는 주요한 집단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요르단에서는 도시인들 중에도 자신이 유목민 출신임을 은근히 강조하는 이들을 쉽게 만난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유목민들 고유의 사투리를 섞어서 자신들의 동질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의 물결은 이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있다. 정착생활의 안정감보다 이동의 자유로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제 소수가 되어버린 유목민들이 문명의 이기를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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