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말까지 전쟁 비용 애초 추정의 10배, 실제 전쟁 비용은 요청보다 2배될 듯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전쟁에는 돈이 든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지난 2001년 9월11일 동시테러가 불러온 ‘테러와의 전쟁’은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가끔씩 계산기를 두드려볼 일이다.
우선 ‘공식적인’ 수치를 보자.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10월 말 현재까지 조지 부시 행정부가 미 의회에 요청한 이라크 전쟁예산은 모두 6070억달러(약 556조8618억원)에 이른다. 이는 이라크 침공 이전에 부시 행정부가 추정했던 총 전쟁 비용(500억~600억달러)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여기에 아프간 전쟁 비용을 더해 계산한 ‘테러와의 전쟁’ 총예산은 모두 8040억달러(약 737조5896억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이란 표현은 뒤를 위해 남겨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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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가구당 4만6400달러, 1인당 GDP에 해당
이제 ‘비공식적인’ 수치를 들여다볼 차례다. 미 민주당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위원장 찰스 슈머 상원의원)가 지난 11월14일 내놓은 27쪽 분량의 보고서는 ‘테러와의 장기전’으로 미국 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끝모를 전쟁비용-연방예산 외의 경제적 비용 총계’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 연방예산에 반영된 이라크·아프간 전쟁 비용은 물론 전쟁으로 인한 인적·물적 추가 부담에 대한 추정치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실제 테러와의 전쟁 비용은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가 요청한 전쟁 예산의 2배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원회는 향후 이라크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 규모를 상당히 줄여나간다 해도, 지난 2003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전쟁 비용은 모두 3조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쟁의 직접 비용을 중심으로 계산한 미 의회예산처(CBO)가 추정한 것보다 1조달러나 많은 액수다. 우리 돈으로 약 3210조9천억원에 이르니,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피부에 와닿게 풀어보자. 이라크 전쟁 비용만 놓고 보면, 전쟁을 준비하던 2002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미국인 1가구(4인 기준)가 부담해야 할 전비는 1만6500달러(약 1513만원)로 계산됐다. 아프간 전쟁 비용을 더하면 부담은 2만900달러(약 1917만원)로 늘어난다. 향후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쟁 비용을 감안하면, 오는 2017년까지 이라크 전쟁 비용은 가구당 3만6900달러(약 3385만원)로 늘어난다. 여기에 아프간 전쟁 비용을 보태 2002~2017년 미국 1가구당 전쟁 비용 부담을 계산하면, 무려 4만6400달러(약 4256만원)란 수치가 나온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은 4만3223달러였다.
보고서는 “2007년 11월9일 현재까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 장병은 모두 4578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중상자를 포함한 부상자도 3만205명이나 된다. 두 전쟁으로 지구촌에서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라크 관련 차입금과 전쟁이 만들어낸 정세불안으로 세계 원유시장이 요동치면서 만들어진 파괴적 효과, 부상병들에 대한 장기간의 원호 비용, 군 장비 수선·충당 비용, 그 밖에 감춰진 비용의 실체를 온전히 가늠하기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보고서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미 휘발유 소비자들이 2003~2008년 추가로 지불한 비용만도 12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 관련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도 2003~2017년 5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미 연방정부의 차입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조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AP통신〉은 찰스 슈머 상원의원의 말을 따 “테러와의 전쟁으로 치러야 할 인적·물적 비용이 도저히 참아낼 수 없을 정도의 비극적 수준임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철군은 이미 시점(when)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how)의 문제로 바뀌어 있다.
지난 11월13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미 육군 728 헌병단 소속 케이시 메이슨(22) 일병이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튿날인 11월14일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병원에서 미 육군 267 공병대대 소속 데덱 뱅크스(24) 하사가 지난 10월2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폭탄공격의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무모한 전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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