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미아 찾기 광고 내고 260만파운드 후원금 모은 ‘매들린 실종 사건’, 경찰은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해
▣ 브뤼셀(벨기에)=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올여름 유럽을 뜨겁게 달군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매들린 실종 사건’일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작았지만, 그 전개 과정이 예사롭지 않아 지금은 전세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5월 초 영국 레스터 출신의 소녀 매들린 매캔(4살·오른쪽 눈이 홍채결손증으로 고양이 눈을 하고 있음)은 부모를 따라 포르투갈 남부의 해안 ‘프라이아 다 루스’로 여행을 떠났다. 매캔 가족은 리조트 중심에 있는 아파트를 빌려 휴가를 즐겼다. 5월3일 저녁, 매들린의 부모 게리(심장외과 의사)와 케이트(가정의)는 자신들이 머무는 아파트 1층 숙소에 매들린과 2살 된 이란성 쌍둥이 숀과 아멜리를 남겨둔 채 120m쯤 떨어진 ‘오션 클럽’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식당에서는 아파트가 한눈에 보였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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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은 어디에?’ 지난 5월3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케이트 매캔과 게리 매캔 부부가 자신들의 실종된 딸 매들린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 포르투갈 현지 경찰 당국은 되레 이 부부를 의심하고 있다. (사진/ 연합/ EPA/ CLAUDIO ONORATI)
주민의 증언과 엇갈리는 진술
이들이 집을 나설 때 세 자녀는 모두 잠들어 있었고 현관문은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매캔 부부는 식당에서 다른 7명의 친구들과 식사와 음료를 즐겼다. 부부가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저녁 9시5분과 30분에 잠시 돌아와 자녀들이 잠든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밤 10시쯤 숙소로 돌아왔을 때 매들린은 침대에 없었고 방의 창문은 열린 상태였다. 매들린의 엄마는 10분 정도 아이를 찾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리조트 관계자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매들린 수색 작업을 하면서 인근의 모든 공항과 스페인을 잇는 국경 검문소에 매들린 실종 소식을 통보했다. 또한 스페인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시간별 상황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말이 조금씩 다른데, 매캔의 부모는 매들린을 최종 확인한 시간을 9시30분이라고 증언했지만, 포르투갈 경찰은 여러 가지 의문 때문에 이를 정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부모가 돌아오기 전 약 1시간15분 동안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위층에 살고 있는 주민에게서 나왔는데, 이는 매캔 부부의 진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 포르투갈 경찰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사건의 가닥을 잡았다. 하나는 성도착증을 가진 자의 납치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불법 입양 단체에 의한 유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경찰은 리조트를 자주 방문하던 무라트라는 남자를 비롯해 세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이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해에도 수천 명씩 어린이 실종 사건이 일어나는 유럽에서 이 사건이 특별히 관심을 끈 데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청난 광고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매들린의 부모는 언론, 인터넷, 스포츠계, 종교계는 물론이고 재단 설립 등 다른 이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한 미아 찾기 광고를 쏟아냈다. 이들은 먼저 매들린 찾기 공식 웹사이트(www.findmadeleine.com)를 개설했는데, 이 사이트는 개설 이틀 만에 방문자가 58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또 두 편의 홍보 비디오를 출시해 유튜브에 올렸고, 부부의 집이 있는 레스터 출신의 럭비스타 마틴 존슨의 후원을 받아 매들린 기금을 설립했다. 이 기금은 매들린을 찾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9월 초까지 기금이 100만파운드(약 18억5천만원)를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이들은 지난 넉 달 동안 딸 찾기 홍보로 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 미국 등을 연달아 방문해 각계 유명인들의 후원을 얻어냈는데, 이렇게 모은 후원금만 260만파운드(약 48억원)에 달했다. 또한 매들린 찾기 웹사이트에서는 매들린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를 2파운드에, 소녀의 포스터를 0.1파운드에 팔며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로마 교황과 데이비드 베컴이 함께하다
부부의 활동은 기금 마련에만 그치지 않았다. 5월 말에는 로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매들린의 귀환을 비는 특별기도를 올리도록 청원했고,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이비드 베컴, 존 테리도 TV에 출연해 매들린의 귀환을 빌었다. 영국 소설가 조앤 롤링은 최근 출간된 해리 포터 시리즈에 매들린 광고를 싣는 것에 동의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8월11일에는 매들린 실종 100일을 맞아 영국의 주요 교회에서 매들린 찾기 특별미사를 올렸고,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는 매들린을 찾는다는 대형 입간판이 내걸렸다. 미국의 〈CNN〉도 매들린을 찾는 전 유럽인들의 노력을 시시때때로 보도했다. 이렇듯 매들린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가 나가자 포르투갈은 물론 모로코·스페인·벨기에·스위스 등지에서 잇달아 매들린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넘쳐났지만 신빙성 있는 제보는 없었다.
포르투갈 언론들은 처음부터 매들린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숙소를 떠나면서 왜 보모나 놀이시설에 아이를 맡기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경찰도 이 점을 물고 늘어졌다. 아이들을 보호자 없이 집에 두고 외출한 부모에게 잘못이 크다며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이 영국에서도 쏟아졌다. 포르투갈 검찰청도 지난 7월21일, 포르투갈 법에 따라 어린이(16살 미만)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부모를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매캔 가족은 그때마다 “실종자 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넉 달이 지난 9월7일, 포르투갈 경찰은 드디어 매들린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매들린의 엄마 케이트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격 발표했다. 경찰은 그 증거로 매캔 부부가 매들린 실종 뒤 빌린 르노 자동차에서 매들린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을 찾았으며, 이에 대한 DNA 검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종 뒤 빌린 차에서 아이의 혈흔이 발견된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과 포르투갈 언론들은 현지 경찰 당국자의 말을 따 “이 부부가 외출에 앞서 매들린에게 과도한 양의 수면제를 먹여 실수로 죽이고 허위 신고한 뒤, 한 달쯤 지나서 주검을 처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불쾌함을 억누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케이트의 시누인인 필로메나는 “포르투갈 경찰이 케이트가 자백만 하면 과실치사로 2년형만을 구형할 것”이라며 협상을 종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케이트의 삼촌인 브라이언은 “실수로 딸을 죽이고 25일 동안이나 차에 주검을 싣고 다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DNA 분석 결과가 중대 고비
한편 매캔 가족은 포르투갈 경찰의 소환 조사가 끝난 9월9일 항공편으로 자신들의 집이 있는 로슬리로 돌아갔다. 이 모습을 포착한 유럽의 모든 언론을 향해 매들린의 아버지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면 그들이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와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 수사의 방향은 전적으로 과학의 힘에 의존하게 되었다. 차에서 발견된 혈흔의 DNA 분석 결과가 이 사건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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