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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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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소리내 울어달라”

등록 2007-06-08 00:00 수정 2020-05-03 04:25

아이들의 꿈을 키워달라는 일룽가 응간두 난민기구 아프리카 지역대표

아프리카 난민캠프 르포 ① 에티오피아

▣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글·사진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꿈이 없는 아이들, 미래가 없는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위태로운 존재다.”

지난 5월16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중심가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실에서 일룽가 응간두 난민기구 아프리카 지역대표를 만났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으로 유엔 근무 경력만 32년째라는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에티오피아에 머물며 아프리카 대륙 난민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현지 주민 생활 수준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시아드 바레 정권 말기인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유엔난민기구는 에티오피아 동부로 몰려드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모두 8곳의 난민캠프를 운영했다. 한때 에티오피아가 수용한 소말리아 난민은 62만8천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소말리아 북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난민 귀환 작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25만여 명의 난민을 수용했던 하르티세이크 캠프는 지난 2004년 문을 닫았다. 현재 유엔난민기구가 에티오피아 동부에서 운영하는 난민 수용시설은 케브리베야 캠프가 유일하다.

소말리아 사태가 심상찮다. 대량 난민 발생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소말리아에 파병된 우간다군 4명이 도로매설 폭탄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방금 전에 접했다. 소말리아가 아프리카의 이라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말리아에서 난민이 추가로 대량 유입될 것에 대비해 이미 지지가에서 북동쪽으로 72km 떨어진 테페리바르에 새로운 난민캠프를 마련하고 있다. 한두 달이면 준비작업이 끝날 것으로 안다.

난민생활이 길어지면서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어린 난민들에게 초등교육만 지원해주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된다. 그 아이들이 커서 뭐가 되겠나? 난민 청소년 80% 이상이 미래에 대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다면, 그들이 살아갈 미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한 사람이 울면 다 같이 소리내 함께 울어줘야 한다. 아프리카 난민촌 어린이들은 지금 교육에 굶주리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빈곤상이 극심하다 보니, 솔직히 현지 주민들과 난민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맞는 말이다. 그 때문에 일부에선 난민들의 삶이 지역 주민들보다 나아져선 안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다. 국제사회의 활동이 최대공약수에 맞춰져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최소공배수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균을 낮출 게 아니라 평균을 높여야 한다. 아프리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평균을 낮추자는 주장은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일부 현지인들이 국적을 감추고 난민 신청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오죽하면 난민캠프 생활을 택하겠나. 그들도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자기 국적지를 떠난 난민을 1차적 보호대상으로 하지만, 인간적인 양심에 따라 이들에게 물과 식량을 주지 않을 순 없다. 세계 각지에서 기부금을 내는 이들도 난민기구가 이들을 굶주림 속에 방치하는 걸 바라진 않을 게다.

난민 신청을 하는 현지인들은 어느 정도 되나?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난민캠프 문을 닫을 때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순 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소말리아 난민들이 귀환하면서 난민캠프를 차례로 폐쇄했는데, 당시 수용됐던 난민 가운데 20~25% 정도가 캠프 문을 닫은 뒤에도 소말리아로 귀환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인이라고 봐도 될 게다.

캠프 개설과 ‘공동체 기반 사업’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난민과 그렇지 못한 지역 주민 사이에 갈등도 있을 텐데.

=그래서 최근 유엔은 난민캠프 개설과 함께 ‘공동체 기반 사업’을 동시에 실시한다. 잠비아가 대표적인데, 난민기구뿐 아니라 유엔개발계획과 세계식량계획·유엔아동기금 등이 캠프 개설 지역에 함께 들어가 지역 주민과 난민이 동시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유엔의 활동은 이런 식으로 공동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개발과 난민 보호를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로 이뤄지게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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