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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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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확실한 미국의 대선 경쟁

등록 2007-05-11 00:00 수정 2020-05-03 04:24

대선 D-18개월, 민주당 오바마·공화당 롬니 등 유력 주자 경쟁에 들썩이는 미국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오는 2008년 11월4일에 치러진다. 건국 이래 55번째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선거일까지 꼬박 18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유력 후보들의 유세 경쟁으로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이라크의 수렁’에 빠진 조지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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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부통령이 ‘러닝메이트’인 미국 대선에선 통상 현직 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대통령의 뒤를 이어 소속 정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대통령이 각각 연임에 성공한 이후 퇴임을 앞두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리처드 닉슨·조지 부시·앨 고어 부통령이 각각 자기 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닉슨(1960)과 고어(2000)는 낙선했고, 부시(1988)는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2008년 대선 가장 비싼 선거 될 것”

하지만 2008년 대선은 양상이 다르다. 이미 부시 행정부 1기 출범 직후인 지난 2001년부터 딕 체니 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되더라도, 취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불출마 의사를 확고히 밝힌 탓이다. 연임을 노리는 대통령이든, 부통령이든 현직이 출마하지 않는 것은 1928년 대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찌감치 불붙은 대선 경쟁과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후보들의 난립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번 선거 기간에 각 후보가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란 점이다.

“2008년 대선은 미국 역사상 선거운동 기간이 가장 길고, 선거비용도 가장 많이 드는 선거가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20일 마이클 토너 당시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위원장은 와 한 인터뷰에서 “2008년 대선 기간에 사용될 총 선거비용은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약 93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공화 양당의 최종 주자로 선정될 후보라면 5억달러(약 4650억원) 정도의 선거자금은 모금해야 할 것이며, 최소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려는 후보들도 2007년 말까지 1억달러(약 930억원) 정도는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그 정도 선거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한 후보에겐 잠재적 ‘큰손’들이나 주류 언론이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너 전 위원장의 지적과 달리 사실 미국 대선 비용은 이미 지난 2004년 선거 당시 ‘10억달러’ 관문을 돌파했다. 는 지난 1월14일치에서 “각 당의 경선 과정과 후보 선출 이후에 치러진 전당대회 등의 비용을 합해, 지난 1996년과 2000년 대선 비용이 각각 4억4890만달러와 6억4950억달러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2004년 대선에선 전체 선거비용이 10억100만달러까지 껑충 뛰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이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떠오른 지난 8년 동안 선거비용은 되레 2배 이상 치솟았으니, 뉴미디어를 통한 선거비용 절감 효과를 내다보던 전문가들의 분석이 머쓱해진다.

‘기가 화요일’‘초절정 슈퍼 화요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전후로 예상 후보군이 거론되더니, 올해 초부터 민주·공화 양당의 잠재 후보들이 앞다퉈 미 전역을 돌며 유세에 나서는 등 경선전이 불끈 달아올랐다. 〈ABC방송〉이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이미 2008년 대선 관련 소식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열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민주당은 이미 4월26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출마 예상자를 상대로 한 첫 공식 토론회를 열었고, 공화당도 5월4일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자기 당 예비주자 10명을 모아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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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사이의 ‘탐색전’이 ‘신경전’으로 바뀌어가는 사이 민주·공화 양당에서 각 3명씩 모두 6명의 ‘선두그룹’이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뉴욕)·버락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과 존 에드워즈(노스캐롤라이나) 전 상원의원의 출발이 좋고,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의 선두권 경쟁이 치열하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선거자금 모금 순위에서 이들이 상위 1~6위를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터넷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 6명이 지난 4월 말 현재까지 모은 정치자금은 모두 1억1660만달러(약 1080억원)에 이른다.

선관위에 공식 후보로 등록한 7명을 포함해 선거캠프를 꾸렸거나,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후보는 지금까지 모두 10명이다. 선두권 3명 외에 조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과 네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오하이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관심 후보다. 지난해 11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톰 빌색 전 아이오와 주지사는 이미 지난 2월23일 선거자금 부족을 이유로 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은 매케인·줄리아니·롬니 등 ‘삼두마차’ 외에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캔사스)과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 던컨 헌터 하원의원(캘리포니아) 등 등록 후보만 10명이다. 여기에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조지아)과 척 헤이글 상원의원(네브래스카), 영화배우 출신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테네시) 등 잠재 주자를 합쳐 모두 14명이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본격 개막된 미 대선전에서 앞으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시점은 내년 2월5일이다. 전통적으로 선거인단이 많이 걸린 주의 예비선거가 몰려 이른바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첫 화요일보다 한 달 앞선 이날, 미국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아우르는 20개 주에서 각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탓이다. 앞선 대선의 ‘슈퍼 화요일’보다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탓에, 미국 언론들은 벌써부터 이날을 ‘기가 화요일’ ‘초절정 슈퍼 화요일’ 등으로 부르고 있다.

대선 후보 수락연설 하게 될 인물은?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면 각 당은 본격적인 후보 띄우기에 나선다. 그 절정이 전당대회다. 민주당은 내년 8월25~27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공화당은 9월1~4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덴버와 세인트폴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서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하게 될 인물은 누구일까? 현재로선 오바마 상원의원(민주당)과 롬니 전 주지사(공화당)에 각각 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많고 일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지난 2004년 대선 기간에 미 언론의 가장 큰 조명을 받았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의 쓰라린 경험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5월 출마 선언 당시 12명의 민주당 경선 주자 가운데 8위에서 출발한 딘 전 주지사는, 인터넷을 통한 풀뿌리 선거운동을 발판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총아로 떠올랐다. 대선을 14개월여 앞둔 2003년 9월 말까지 그가 모금한 선거자금은 2540만달러로, 민주당 후보 가운데 부동의 1위였다. 그랬던 그가 초기 예비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경선 막바지 공개연설에서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삽시간에 무너져내렸다. 2008년 11월까지 앞으로 남은 1년 반이면, 난데없이 나타난 무명의 정치 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도 남을 만한 기간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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