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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전략 모델은 일본”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안보 관련 싱크탱크 ‘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나세르 사그하피 아메리 인터뷰…“미국은 리비아 모델로 짐작하나 현 시점에서 굳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는 없어”

▣ 테헤란(이란)=글·사진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

외교관 출신으로 이란의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센터(CSR)의 선임연구원 나세르 사그하피 아메리는 “현 시점에서 이란이 굳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 논리는 이렇다. “이스라엘이 핵을 가졌다지만, 지난여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보았듯이 핵무기가 전쟁의 승패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등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란 지도자들도 그런 측면을 잘 헤아리고 있다.”

석유 고갈 시대를 대비해 산업용 확보

사그하피 아메리는 이란의 핵 정책을 일본에 견준다. 그는 “일본은 플루토늄 축적량도 많고,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췄다. 우리 이란이 나갈 방향도 바로 그런 쪽”이라며 “이란의 핵 전략은 필요하다고 결정만 내린다면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기술적 능력을 갖추되, 그때까지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현 시점에서 이란이 굳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들 이유는 없다는 게다. “머지않아 다가올 석유 고갈 시대를 맞아 산업용 핵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이란 정부가 설정한 현 시점에서의 전략적 목표다.

사그하피 아메리는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핵 정책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북한 모델, 둘째는 리비아 모델, 셋째는 일본 모델이다. 북한 모델은 핵 개발을 밀어붙이는 방식을 가리킨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던 북한은 2003년 NPT 탈퇴를 다시 선언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거부하고, 2005년 핵 보유 사실을 밝혔고, 끝내는 2006년 핵실험에 나섰다.

리비아 모델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스스로 폐기하는 경우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우라늄 농축 포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미국은 리비아 모델을 보기로 들면서 이라크 침공을 합리화하고 이란과 북한을 몰아세웠다. 일본 모델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한 국가가 NPT 체제를 준수하면서도 핵연료를 충분히 활용할 제반 능력과 대규모 설비를 갖춘 경우다.

“이란이 이 가운데 어느 모델을 택하는가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사그하피 아메리는 분석한다. 그는 “이란이 북한 모델을 따를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보기로 든다”며 “핵을 갖지 못했던 후세인 정권은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졌지만, 핵을 보유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6자회담이란 틀로 달래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의 위협을 받아온 이란도 북한 모델을 따라가려 한다는 말이다. 그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으며, 이란은 NPT 체제를 준수하겠다는 자세”라며 “그러나 만에 하나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이란은 북한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군사적 공격당하면 북한 모델 따를 수밖에

사그하피 아메리는 리비아 모델은 리비아와 이란의 대미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리비아와 미국의 관계는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부터 이미 개선되고 있었고, 그런 움직임은 2기 클린턴 정부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은 이란이 결국 리비아 모델을 따를 것이란 환상을 품고 있지만, 한마디로 리비아와 이란은 다르다”며 “NPT는 기존 핵 보유국들이 핵을 독점하려는 불평등 조약임을 우리 이란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 이란은 NPT 체제를 존중하면서 핵발전소에서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가졌고, 따라서 이란이 지향하는 모델은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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