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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_ 인도] 사티방지법

등록 2006-02-23 00:00 수정 2020-05-03 04:24

▣ 델리=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사티제도는 인도판 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티는 남편이 사망한 뒤 그 남편을 화장하는 장례식 불길에 아내를 산 채로 화장하는 것이다. 사티를 실행한 여성은 그 순간부터 여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힌두교의 신 시바의 아내 사티는 아버지가 자신의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로 분신을 했다는 전설이 있다. 또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는 괴물에게 잡혀갔던 왕비 ‘시타’가 구출된 이후에 국민들이 정조를 의심하자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종교적 전통 때문에 인도에서는 남편의 장례식에서 아내가 사티를 감행하는 것이 성스럽고 고귀한 것으로 간주돼왔다.
17세기 초 무굴 왕조의 왕이었던 악바르는 일종의 지역재판소인 코트와르의 허가 없이는 어떤 여성도 사티를 실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또 코트와르는 누가 사티를 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보상금을 주거나 사회 복귀를 위한 도움을 줘 그 여성이 사티를 감행하는 것을 막거나 그 결정을 최대한 유보하도록 노력해야 했다. 인도를 지배했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프랑스도 사티를 금지했지만 이를 폐지하려는 노력은 1829년 당시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 정부의 윌리엄 벤팅크경에 의해서야 정식으로 모양이 갖추어졌다. 그러나 정식으로 법률로 ‘사티방지법’(Sati Prevention Act)이 실행된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18살의 루프 칸와르는 남편을 화장하기 위한 장작더미에 강제로 앉혀져 불태워졌다. 그러자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이 일어난 라자스탄의 데오랄라 지역으로 몰려들어 여신의 탄생을 찬미했다. 이전에도 수많은 사티 사건이 있었지만, 그 사건 이후에야 처음으로 수많은 여성단체에서 항의하기 시작했고 사티 문제가 국가적 문제로 불거지게 되었다. 결국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1987년 10월 인도 정부는 사티방지법을 제정했다.
사티방지법에 따르면 사티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 또는 징역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사티를 선동하는 사람에게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하며, 사티를 미화하는 사람에게는 1∼7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골 지역에서는 은밀하게 사티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사티가 꼭 타의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홀어미를 부정한 존재로 취급하는 인도 문화의 영향과 남편 이외의 수입원이 전무한 촌락의 여성들은 남은 삶이 두려워 사티를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사티는 언제나 ‘불멸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미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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