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바뀔 때마다 이복 왕자들끼리 치고받는 42개 왕국… 족자카르타선 주 정부의 장이 왕
▣ 자카르타=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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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 왕국의 군인들이 한 발짝 한 발짝씩 아주 천천히 걸었다. 지난 9월4일 족자카르타에서 열렸던 인도네시아제도 왕국축제(Festival Keraton Nusantara)의 한 장면이었다. 그런 풍경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아아, 그랬구나! 군인들이 저렇게 천천히 걸었으니 인도네시아가 제국주의자들에게 먹혔던 모양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포르투갈에 몇년 동안, 네덜란드에 350년 동안 그리고 끝판에는 일본에 3년 반 동안 식민지 노릇을 했다.
왕들이 거느린 수많은 아내들
인도네시아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인데, 난데없이 왜 왕국을 들먹거리느냐? 이런 의문이 있을 법도 한데, 사실은 21세기에 들어선 아직도 인도네시아에는 크고 작은 42개 왕국이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자와섬의 칠레본을 중심으로 한 카노만 왕국, 솔로의 수라카르타를 중심으로 한 파쿠부워노스 하디닝랏 왕국 그리고 족자카르타의 하멩쿠부워노스 왕국들처럼.
카노만 왕국에서는 2002년 11월1월 카노만11세인 무하마드 잘랄루딘 왕이 사망하자, 그의 아들인 두 왕자 무하마드 에미루딘과 팡거란 살라딘이 서로 왕이 되겠다고 싸움질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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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왕자는 서로 자신이 합법적인 왕이라며 떼를 썼다. 에미루딘 왕자는 선왕 쟈라루딘왕과 스리 물랴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혈통적 우위를 내세웠고, 그의 이복형제인 살라딘 왕자는 선왕이 죽기 전에 어머니 - 수헤니 왕국 외부에서 온- 에게 남긴 편지를 증거로 내세웠다. 수라카르타 왕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런 왕족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그저 냉담할 뿐이다. 대통령중심제 공화국 속에서 이미 왕국들이 몰라보게 권위를 상실해왔기 때문이다. 왕들은 정치적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적·문화적으로도 권능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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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여전히 왕국의 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 정치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정치가들이 그 왕국의 전통을 경험해온 시민들을 현혹하며 새로운 왕국을 꿈꾸었다. 바로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그러했고, 또 독재자 수하르토의 둘째딸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 같은 이들이 현대 왕국을 꿈꾸다 밀려난 경우다.
왕국의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21세기 인도네시아의 왕국들은 시민들로부터 별 눈길을 얻지도 못한 채 그렇게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왕국들을 부정하는 움직임도 없다. 먹고살기 힘든 시민사회는 그저 그 임금님들을 내버려둘 뿐이다. “왕이 내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도 왕을 건드리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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