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너무나 멀어 보이는 공. 하지만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외쳤고 그대로 삼진 아웃이 됐다. 루킹 삼진(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때 스윙을 하지 않고 당하는 삼진)을 당한 타자 오지환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않고 배트로 바닥에 선을 그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무언의 항의였다. 심판은 마스크를 벗고 ‘후배 야구인’ 오지환을 혼냈다. “야! 야! 뭐 하는 거야?”라는 입 모양이 그대로 잡힐 정도였다.
2012년 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크존은 심판 고유 재량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그사이에 심판은 선수에게 반말하지 않는다는 내규도 생겼다). 문제는 이후 오지환이 일종의 길들이기를 당했다고 LG팬들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선긋기의 보복으로 심판들이 합심해 오지환에게만 불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거였다. 이런 길들이기가 2~3년간 지속됐다고 LG팬들은 확신한다.
실제로 그런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심판 편에선 당연히 억울할 수 있는 오해이고, LG팬 편에선 모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쌓이며 심판의 공정성이나 권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구단에 돈을 요구하는 심판도 있었다. 검찰은 개인의 일탈이고 경기와는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 역시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두산 포수 양의지(사진)의 ‘보복(?)사건’이 화제가 됐다. 심판의 황당한 볼 판정에 불만을 품은 양의지가 다음 이닝 연습투구 때 일부로 공을 받지 않고 피하며 뒤에 있던 심판을 맞히려 했다는 것이다. 양의지는 절대 고의가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심증’만으로 그에게 300만원 벌금과 80시간의 유소년 봉사 징계를 내렸다.
당시 양의지는 존에서 한참 빠진 공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예 다음 공엔 칠 생각을 안 하고 멀뚱히 서 있었다. 역시 무언의 항의였다. 얼마 전 경기에선 스트라이크가 맞는지 묻던 오재원이 퇴장당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O에서 선수들에게 ‘판정 질의 금지’ 지침을 내렸다는 게 근거였다. 황당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양의지 사건’이 있던 날 대전에서도 비슷한 판정이 있었다. 한화가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던 8회 말 1사 만루 찬스에서 한화 오선진은 한참은 빠진 공에 삼진당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왼쪽 타석에 타자가 서 있었으면 몸에 맞을 정도로 오른쪽 타자로선 손도 못 댈 공이지만, 결과는 스트라이크였다. 만약 한화가 다음 이닝에서 역전패했으면 말 그대로 심판이 지배한 경기가 될 만한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심판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선수의 어떤 항의도 용납하지 않는다면, 심판도 그에 걸맞은 책임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뒤 결과가 수없이 뒤바뀌었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어떤 장치도 없다. 권위는 항의 못하게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선수는 잘못하면 퇴장당하고, 벌금을 내고, 경기 출전도 금지된다. 비디오 판독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물의를 빚고, 미숙한 운영으로 판정을 번복한 심판들에게 내려지는 징계는 ‘엄중경고’뿐이다. 심판위원회도 이제 답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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