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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지지층 4명 중 1명 이탈

등록 2008-05-15 00:00 수정 2020-05-03 04:25

정책 지지도 여론조사 20대 40.8%, 30대 31.1% 지지 철회…학원 자율화 등 각종 정책에 싸늘한 반응

▣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1부-분노의 역류]

은 5월6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4월9일 총선 이후 중앙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였다. 서울의 청계광장과 여의도 국회 앞 등 전국 각지에서 다시 모인 촛불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 ‘속 탄다 속 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왼쪽)이 5월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개방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에 대한 답을 실무진으로부터 듣다가 물을 들이켜고 있다. 정 장관은 5월8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국민들을 위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겨레21 이종찬 기자)

국정운영 지지도 36.4%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3.7%)와 ‘잘하는 편’(32.7%)이란 긍정적 의견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19.5%)와 ‘잘못하는 편’(36.5)이란 부정적 의견에 초반부터 밀렸다. 36.4%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국정운영에 지장이 올 정도로 심각한 수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의 15% 정도를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으로 본다.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현직 대통령이니 잘돼야 한다’며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편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해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답한 이들 중에서도 38.2%에 이르는 사람들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30.0%에 달했다. ‘비한나라당’ 계열의 보수층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은 절반을 넘었다. 친박연대의 지지층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64.0%, 자유선진당 지지층에서는 66.2%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반자인 한나라당은 그 추락상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알고 있다. 여의도연구소가 5월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8.5%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는 5월6일 아침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됐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4월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0% 후반대였는데, 4월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0%포인트 낮아진 30% 후반대로 떨어졌다가, 5월5일 조사에서 정확히 10%포인트 정도가 더 추락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2주 만에 20%포인트가 폭락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4월15~19일)와 방일(4월20~21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지지율의 ‘날개 없는 추락’이 시작된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38.8%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지지율 40% 이하로 내려가본 적이 없던 한나라당이다. 이탈층은 대부분 친박연대(8.5%) 쪽으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은 15.7%였고, 민주노동당이 6.3%를 차지했다.

집권 초반 추락의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제공했다. 이 대통령은 4월21일 일본 도쿄 데이고쿠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국민들 마음의 ‘역린’(逆鱗·용의 턱 아래에 거슬러 난 털로, 이를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이 있음)을 건드린 발언은 여기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소비자는 미국 쇠고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극받은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 등 토론게시판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글을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4월29일에 방영된 문화방송의 〈PD수첩〉이 기름을 부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도축 실태를 고발한 이 프로그램이 나간 뒤 인터넷은 들끓었다. 다음 아고라에 마련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은 4월28일까지 8만2천여 명 수준이었으나, 〈PD수첩〉 방영 이후 서명이 폭주하기 시작해 5월1일에 27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5월8일 현재는 126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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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53.1% “사교육 부담 늘 것”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34.5%)는 의견과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23.9%)는 의견이 58.4%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 표현대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1천 명 중 86명(8.6%)뿐이었다.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는 이들도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은 반대한다’(31.9%)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상징되는 먹을거리 문제와 의료보험 민영화로 상징되는 건강권 문제는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 헌법은 제36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건강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생쥐깡’(생쥐 머리가 들어간 새우깡)으로 촉발된 먹을거리 위기감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벌였다. 전체 응답자 1천 명 중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이들은 모두 493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느냐’고 되물은 결과, 이 중 25.2%가 ‘지지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특히 20대(40.8%)와 30대(31.1%)의 높은 이탈률이 눈에 띄었다.

다시 ‘지지 이탈층’만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의료보험 민영화 등 건강권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답한 이들(67.9%)이 가장 많았다(이 문항은 2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태도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서 지지를 철회했다는 이들도 39.1%에 달했다. 정권 초 청와대를 위기에 빠트렸던 부적절한 인사와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15.6%로 다른 이슈들에 오히려 덮이는 형국이었다.

이런 민심 이반은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에 대한 싸늘한 평가로 이어졌다. 대운하가 대표적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반대한다’(39.8%)는 의견이 ‘찬성한다’(11.0%)는 의견보다 4배 많았다. 대다수(45.5%)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찬반을 물어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SBS와 가 18대 총선 직후인 4월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대운하 찬성률(23.5%)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3단계 학교자율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학교자율화 방안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사교육비 절감’이었다. 정규수업 전의 ‘0교시’를 부활하고, 우열반을 허용하며, 일선 학교에서 영리법인(학원)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은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40대 여성에서는 응답자의 61.6%가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중고생들의 엄마로,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세대다. 사교육비 부담은 변함없을 것이란 응답도 31.3%에 달했다. 결국 사교육비가 절감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절대다수(82.2%)였다.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10.7%에 그쳤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학원비는 일제히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4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종합반 대입학원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나 올랐다. 제주도는 18.3%나 치솟았다.

65.0% “삶의 질 현상 유지 또는 악화”

이명박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는 ‘공무원 조기 출근 등 일하는 분위기 형성’이 24.4%로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없다’는 대답이 21.6%로 2위를 차지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11.3%로 그 뒤를 이었다.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 혁파와 ‘MB폰’ 지급 등 경제인 기살리기는 9.7%와 8.4%의 낮은 호응도를 보였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치도 크게 낮아졌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본인의 경제 상황과 삶의 질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37.0%가 ‘현상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응답도 28.0%였다. 65.0%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거나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은 전체의 30.7%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가 전면에 내세웠던 ‘경제 살리기’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응답층’이 확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을 때, ‘모르겠다’거나 ‘대답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1천 명 중 11명으로, 이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운하에 대해서도 무응답은 3.7%뿐이었다. 국정운영 지지도와 교육정책에 대한 질문에서 무응답층이 각각 7.6%와 5.1%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를 맡은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정책 여론조사의 경우 무응답층이 보통 15~20%에 이른다”며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놀랄 정도로 무응답층이 적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건강이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문제인데다, 워낙 첨예한 논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나름의 판단과 소신을 가지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국민들이 형편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접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부정적인 판단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는 ‘빨간불’이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좀더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이뤄진 선택이란 것이다. 기대의 ‘정치적 반대말’은 실망이 아니다. 반대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김대중·노무현도 집권 1~2년 뒤에야 50% 밑으로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해볼 때 더욱 도드라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구간은 대통령 취임 시점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80%대의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유독 이명박 대통령만 40%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나머지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높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 반면, 이 대통령에 대해서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대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영어 몰입 교육 등 설익은 정책이 터져나온데다 이른바 ‘강부자’ 내각 인사 파동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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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당시 82.2%를 기록한 지지율이 취임 두 달이 지난 1993년 4월26일 95.9%까지 치솟았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청와대와 인왕산 개방, 부정부패 척결, 그리고 공직자 재산공개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높은 신임을 얻었다.
임기 초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파문과 북풍 수사의 파장 등 정치적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 역시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이면서 호남 민심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각각 2000년 옷로비 사건과 2004년 행담도 사건이 터진 직후의 일이었다. 적어도 집권한 지 1~2년이 지난 뒤인 것이다.
정치컨설팅업체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취임 두 달 만에 국정운영 지지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결과 자체가 대단히 심각하다”며 “낮은 지지도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뉴타운과 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최대 허용 오차는 95% 신뢰수준하에서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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