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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정치폭풍에 휩싸이다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선거 앞두고 ‘야당’의 도전 앞에 선 축구협회, 고강도 ‘1월 축구정치폭풍’에 휩싸이다 </font>

▣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imck@hani.co.kr

철옹성 같던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의 위상이 축구인들의 ‘반기’ 해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잇따라 출범한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공동회장 김호·차경복·박종환)와 한국축구연구소(선임연구원 신문선·이용수)가 정몽준 회장 반대 물결의 진앙지다. 축구협회와 대비돼 ‘축구 야당’으로 불리는 이들 단체는 출범 이후 강도를 높여 “정 회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1월18일 회장 선거를 앞두고 달아오른 협회와 축구 야당의 싸움에 축구판 판도도 ‘친정몽준’과 ‘반정몽준’으로 나뉘고 있다.

재정 자립과 1인 지배, 빛과 그늘

후배 축구인이 선배들의 행동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축구 야당쪽의 선배들은 축구협회가 독재보다 더한 탄압으로 나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월9일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라는 큰일을 앞둔 한국 축구계가 고강도 ‘1월 축구정치 폭풍’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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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립은 바로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12년 협회 운영의 공과 때문이다. 1993년 1월12일 47대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12년간 협회장을 맡아 역대 최장수다. 그동안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유치를 이뤄냈고, 월드컵 4강의 성적으로 단군 이래 가장 큰 행복감을 국민들에게 선물하는 등 큰일을 했다. 12년 전 30억~40억원의 협회 재정 규모는 이제는 200억~300억원으로 확대됐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재정 자립도가 가장 앞서 있을 정도로 살림이 탄탄하다. 이런 규모 확대와 내실 강화에 정 회장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업적만큼 반대파 축구인들의 불만도 부풀어왔다. 1인지배 체제로 인한 내부 비민주주의, 반대파에 대한 철저한 배제, 재정의 불투명성 등은 축구인들의 반발을 사온 주요 항목이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성공에 따른 국민적 인기를 대통령 선거에 활용한 대목은 “정 회장이 축구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협회의 중요한 포스트에는 조중연 부회장 등 친정몽준 축구인과 현대중공업 출신자들이 많다는 것 또한 현장 축구인들한테는 소외감을 안겼다.

이런 불만과 비판적 인식이 이제는 탄탄한 재정 자립을 이루어 축구협회 회장이 꼭 자기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과 결합하면서 선거 국면에서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협의회와 축구연구소가 축구 야당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두 단체는 18일 선거일을 앞두고 연합해 선거전략을 공유하는 등 공동 보조를 맞추며 정치전선 전면에 나섰다. 차경복 지도자협의회 공동회장은 4일 △13일 이전 ‘축구 토론회’ 개최 △축구협회 세무조사 △축구협회의 조속한 법인화를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발표하면서 협회의 아픈 부분을 찔렀다. 범축구인 회장 후보를 낼 것이라는 차 회장은 “공개 토론회에는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해, 정 회장과 정면 대결할 뜻을 비쳤다. 신문선 연구원도 3일 “지도자협회의회와 축구연구소에서 범축구인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나라도 나가겠다”며 강경한 어조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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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단체의 행보가 축구인들의 전적인 동의를 얻는 것은 아니다. 애초 김호 지도자협의회 공동회장은 “지도자협의회는 초·중·고, 대학, 실업, 프로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담아 ‘현장 중심의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힘있게 추진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축구협회에 대해 사안에 따른 목소리를 내겠지만, 기본적인 업무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연구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출범 취지와 달리 “정 회장은 안 된다”라는 식의 정치 공세에 치중하면서 지도자협의회나 축구연구소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비리 등에 연루돼 협회로부터 밀려난 사람들도 옥석 구분 없이 지도자협의회에 들어와 있는 것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프로축구를 살려야 한다고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출범했으면서도, 6일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 후보로 통일교쪽 인물인 곽정환 성남 일화 구단주가 단독 추천돼도 논평 한마디 내지 않는 것 또한 순수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목표가 ‘축구팬들의 불만과 내부 개혁 요구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프로축구연맹의 개혁’보다는 ‘오로지 정 회장을 몰아내자는 대권욕’에만 있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 회장 연임 유력, 그러나…

어느 때보다 강한 축구 야당의 견제를 받은 정 회장쪽에선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비난의 표적이 된 법인화 연기에 대해서 4일 “18일 대의원 총회 때 상정해 법인화를 하겠다”고 전격 결정했다. 축구인들의 불만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연간 사업계획이나 정책과제로 수렴하고, 하반기 때는 토론회도 열 전망이다. 선거 공약에서는 이사회나 분과위원회, 직원들의 의견 개진 강화 등 시스템 강화로 1인지배 체제라는 비난에 대한 보완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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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의원 총회에서 이뤄질 50대 회장 선거에서 현 정 회장의 재선은 유력하다. 축구 야당쪽의 범축구인 후보가 추대되더라도 현실의 벽을 깨기는 힘들다. 16개 시도축구협회 회장과 중앙대의원 5명, 실업축구연맹 등 6개 연맹단체장으로 구성된 대의원 총회에서 현직 정 회장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도자협의회쪽에서는 “반드시 범축구인 후보를 내겠다”고 말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정 회장과 대응할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 회장의 앞길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그것이 곧 100% 재신임은 아니다. 축구가 축구인들만의 것은 아니지만, 축구인들은 변화와 개혁, 새로운 수준의 축구를 요구하고 있다. 축구계 내부의 잡음이나 균열, 상처 등도 정 회장이 짊어질 부분이다. 정 회장이 미처 예상치 못한 1월 축구 야당의 반기 폭풍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4년 뒤에는 정말 태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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