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리기]
▣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drwoo@freechal.com
최근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는 것 아니냐면서 심각하게 걱정하는 분도 있다.
증상은 이런 거다. 금방 들은 이야기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뻔히 알던 내용인데 막상 말하려니 긴가민가하다. 즐겨보던 연속극의 배우 이름이나 몇달 전 본 영화 제목도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줄줄 외우던 가족들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도 생각나지 않는다. 쉬운 암산도 자신이 없어져 매번 계산기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어떤 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판단할 때 자신감이 떨어진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30∼40대에서도 많다. 그래서 ‘디지털 치매’라는 말까지 생겼다. 현대인의 신종 증후군인 셈이다. 가방 끈은 점점 더 길어지는데, 기억력은 왜 점점 더 나빠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치매가 될까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억력이나 지능이 실제로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 전에 익숙했던 정보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컴퓨터에 의존하다 보면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다. 뇌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기 때문이다. 생물 시간에 배웠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처럼 뭐든지 자주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녹슬게 마련이다.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양동이에 물이 넘치면 흘러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화번호도 몇개 정도야 늘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어떻게 외우고 다니겠는가. 또 그런 것까지 다 기억하려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냥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맡겨두는 편이 낫다. 대신 뇌의 기억창고에는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잘 저장하면 된다.
중요한 것을 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억할 것과 버릴 것을 빨리 구별해야 한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으면 곧바로 뇌에 저장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뇌에 못 들어오게 차단한다. 둘째, 중요한 정보는 기억술을 활용한다. 오감을 동원해서 온몸으로 기억하는 방법이다.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입과 귀를 활용하고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메모함으로써 눈과 손으로도 기억한다. 셋째, 기억할 때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서가 불안하고 우울할 때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므로 기억이 나빠진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가득하니 새로운 정보가 비집고 들어 갈 공간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머릿속을 싹 비워보자.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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