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모든 생물체는 반응을 한다. 사람도 반응의 동물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반응을 잘해야 한다. 반응을 적절히 하면 건강이고, 반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그런데 반응을 정상 이상으로 지나치게 예민하게 하면 이를 과민증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커피에 과민 반응을 하는 사람은 한잔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식이다. 어떤 사람은 특별히 화학물질에 예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샴푸나 세제, 향수를 가까이하거나 책과 신문의 냄새만 맡아도 구토, 발열, 두드러기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과민 반응을 미국의 예일대 마크 걸렌 교수는 1960년대 중반에 ‘화학물질 과민증’(MCS·Multiple Chemical Sensitivity)이라 명명했다. 일반적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Volatile Organic Chemicals)은 200ug/m³·h이 넘으면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300~3000ug/m³·h 정도가 되면 불쾌감, 두통, 인후·후두부 염증 등을 초래한다.
최근에는 새집으로 이사간 사람들 가운데 두통, 호흡곤란, 천식, 비염, 피부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것은 건축 자재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의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화학물질 과민증을 ‘새집 증후군’이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집 안의 가구, 벽지, 타일, 장판, 카펫, 방향제, 석면 따위의 단열재를 비롯해 접착제, 페인트 등에는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 크실렌, 에틸벤젠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다량 포함됐다. 그리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와 컴퓨터·팩스 같은 사무기기, 다양한 세정제에서도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나온다.
그러나 진짜로 문제가 되는 것은 화학물질 과민증이 아니라 과민증에 대한 우리들의 ‘과민 반응’인지도 모른다. ‘과민증의 과민증’이 더 큰 문제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학물질 과민증 환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 새집 증후군의 경우도 대개 증상이 경미한 편이다. 우리가 할 일은 가급적 환기를 자주 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화학물질을 과다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세제나 방향제 같은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나치게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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