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통증에 뇌가 상한다

등록 2004-04-29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현재 의학계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누구나 ‘예비 환자’로 살면서 불건강에서 오는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편두통이나 어깨, 등 등의 통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통증은 신경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면서 그 자체가 질병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것은 신체 외부를 둘러싼 피부에 분포된 ‘통각수용체’라는 세포에서 시작된다. 각종 사고나 질병으로 상처를 입으면 뇌를 통해 통증억제 호르몬이 분비되어 고통을 줄인다. 만일 인체의 통증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개의 통증은 성가신 인체 증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지속적인 통증은 존재 자체를 파괴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통증은 초기에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이 변비나 구토, 중독 등을 일으킬 위험이 많다는 것이다.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물질이 혈관을 과도하게 넓혀 통증을 유발하는 편두통만 해도 약물을 사용할 경우 위장질환과 약물 의존성을 피하기 어렵다. 편두통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면 신경세포 분비물질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것이 간단하지 않는다.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위벽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만성통증은 불쾌한 기분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두뇌를 줄이고 판단 능력을 흐리게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상처 부위에서 시작된 통증 신호가 신경계 전체에 전파되면서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화돼 전두엽 외피의 퇴화를 가져오는 탓이다. 등이나 어깨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도 전두엽 외피 전체의 부피가 줄어들어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때가 많다. 만일 자신에게 통증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도박이나 게임 등을 피하는 게 좋다.

언젠가는 맞춤형 통증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편두통이나 관절염, 암 등에 따라 각각의 통증 치료제가 나오는 것이다. 전 인구의 10% 이상인 만성 통증 환자들이 맞춤 치료를 받으려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한다. 지금으로선 되도록 진통제에 의존하지 않는 게 좋다. 얼음이나 얼린 콩을 비닐에 넣고 얇은 수건으로 싸서 아픈 부위에 대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