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한국행 돕다가 중국 교도소에 갇힌 사진작가…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사진가’ 없는 ‘사진전’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교수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현장을 펄펄 뛰어다니고 싶었던 그에게 학교는 좁았다. 그는 신혼의 아내에게 5년 동안만 시간을 달라 했고, 카메라를 들고 세상 속으로 뛰쳐나갔다. 시련은 처음엔 아무런 불행의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교수’보다는 ‘다큐사진가’로 살고 싶다
사진가 석재현(34)씨. 2002년 프리랜서로 중국을 오가던 그는 우연히 탈북자들을 만나 그들의 비참한 처지를 알게 됐다. 그들을 밀착 취재하고 싶었고, 그래서 당시 ‘엑소시스트21’ ‘두리하나’ 등 인권단체들이 준비하는 망명작전 ‘리본’에 참여했다. 2003년 1월18일 새벽, 그는 산둥성 옌타이항에서 탈북자 수십명과 한국행 배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공안들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탈북자들은 북한으로 송환됐으며 이들의 탈출을 돕던 가이드는 5년형, 석재현씨는 2년형을 선고받았다. 2003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탈북자들의 대대적인 망명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계획했던 일본인들이 ‘자국민 보호 방침에 따라’ 20일 만에 일본으로 돌아간 것과 비교하면 그는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국민인 셈이다.
“한컷의 사진에 모든 것을 담는 다큐 사진이 좋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석재현씨는 본래 사회에서 소외된 마이너리티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유학 시절 그는 미국의 특별감옥에서 죄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고단한 삶을 담았다. 석재현씨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가슴과 작가의 냉정한 카메라 사이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였다.
현재 산둥성의 소도시 웨이팡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는 1년 새 181cm 키에 75kg이던 건장한 몸이 50kg으로 줄었다고 한다. 10여 차례 중국을 갔지만 두번밖에 남편을 만나지 못한 부인 강혜원(38)씨는 중국 당국이 편지 교환을 허락하지 않아 밤새워 옷에 수를 놓는다. ‘언제나 함께.’ 실과 바늘로 적은 짧은 사연이 부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매개체다.
석재현씨가 체포되고 난 이후로 나라 안팎에서 구명운동이 조용히 일었다. 석씨가 취재 사진을 정기적으로 게재했던 는 그가 ‘저널리스트 신분’임을 중국에 확인시켜줬고, 기자들은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거둬 가족에게 전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 주최로 ‘석재현 구명의 밤’이 열렸다. 하지만 중국·북한과의 예민한 외교관계 탓에 대대적인 구명·석방 운동을 벌이는 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편지 교환도 불허… 나라 안팎의 구명운동
3월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편도나무에서 열리는 ‘석재현 개인전’은 그가 그리워하는 고국의 땅을 좀더 빨리 밟게 하기 위한 자리다. 그가 작업했던 등 연작 3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 첫날인 5일(오후 6~9시)엔 구명을 위한 후원회비를 모금한다. 후원금은 중국을 오가느라 집까지 저당 잡힌 가족에게 돌아간다.
부인 강혜원씨는 형이 확정된 지금은 가석방 등의 조처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남편이 풀려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남편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하루가 10년같이 느껴져 모든 기대를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배에 오른 마지막 선택까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면 아마 나 역시 배를 탔을 것이다.”(문의 02-321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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