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전 나라종금 대표이사 검찰에 진술… “고검장 재직 당시 1천만∼수천만원 건네”
나라종금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안상태(59·구속수감 중) 전 나라종금 대표이사한테서 “이명재 전 검찰총장한테 뭉칫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동업자’인 안희정씨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했던 이 사건 수사가 정·관계 인물 소환조사와 맞물려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월5일 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나라종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안상태 전 나라종금 대표이사한테서 상당한 액수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불거졌다”며 “수사팀은 안씨로부터 이런 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뒤 이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사 때 검찰총장 재직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씨는 검찰조사에서 “나라종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1999년 8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이 전 총장을 찾아가 금품을 전달한 적이 있으며, 시기는 그분이 현직 고검장으로 계실 때였다”고 진술했다.
안씨가 이 전 총장에게 건넨 금품의 액수는 1천만~수천만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이 돈을 현금으로 건넸고, 검찰조사에서 금품의 정확한 액수와 시기,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진술에 따르면, 금품이 건네진 시기는 이 전 총장의 부산고검장 재직시절(1999년 6월~2000년 7월)로 보인다. 이 전 총장은 서울고검장 재직 당시인 2001년 5월 신승남 검찰총장이 임명된 직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홀연히 검찰을 떠났다.
그 뒤 그는 2001년 6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각종 게이트로 인해 위기에 빠진 검찰을 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검찰총장으로 현역에 복귀했다. 복귀 당시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모두 환영했고,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그의 복귀를 두고 ‘9회말 구원투수’라는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한편, 검찰은 안씨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고심에 싸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지면 검찰 조직 전체가 격랑에 휩싸이면서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직 검찰총장 두명이 한 사건으로 잇달아 검찰에 소환되는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1차 수사 당시 드러난 바대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안씨한테서 2천만원을 받았다. 당시 수사팀은 수표추적 결과를 통해 이 가운데 10만원짜리 70장이 김 전 총장의 딸 이름으로 이서돼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김 전 총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올해 재수사팀은 현재까지 김 전 총장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사안이 되기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을 경우 김 전 총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총장보다 이 전 총장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전 총장이 지난해 나라종금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검찰총장으로 재직(2002년1월~2002년11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수사반은 당시 검찰총장에게 비정기적으로 수사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공적자금 비리사건 가운데도 덩치가 무척 큰 것으로 드러난 나라종금 사건의 경우는 비교적 상세히 보고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안희정씨 사건도 지난해 1차 수사팀은 당시 이 총장에게 비교적 소상히 설명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1차 수사가 석연치 않았던 것일까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1차 수사가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으로 마무리된 것과 관련해 당시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일정한 구실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1차 수사 당시, 사건의 고빗사위로 볼 수 있는 시점에서 주임검사가 교체된 것이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용내역서가 1차 수사기록에서 아예 빠진 사실 등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의 주임검사는 김 전 회장의 자금관리인이던 최아무개씨를 상대로 비자금 사용내역과 로비의 실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다른 사건에 파견된 바 있다. 재수사팀이 안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장을 소환하지 않을 경우 이런 비판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총장과 안씨와의 친분관계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안씨 진술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한 현역의원은 최근 “이 전 총장과 안씨가 가끔씩 골프를 함께 칠 정도로 친분이 있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다.
안씨가 전남 보성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의 로비대상은 김대중 정부 고위관료와 호남 출신 정치권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재수사팀의 수사과정에서 이 전 총장에 대한 금품제공 진술까지 불거져나오자, 수사팀 안팎에서는 “안씨의 ‘활동반경’이 과연 어디에까지 미쳤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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