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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기사를 쪼는 택시를 원하지 않는다”

카풀 사장에서 택시 사장 된 최바다 TJ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등록 2020-03-21 20:20 수정 2020-05-05 11:49
3월18일 서울 망우동에 있는 택시회사 ‘KM3’에서 만난 최바다 TJ파트너스 대표. 김진수 기자

3월18일 서울 망우동에 있는 택시회사 ‘KM3’에서 만난 최바다 TJ파트너스 대표. 김진수 기자

서울 중랑구 망우동, ‘택시운전기사 모집’이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는 미색 건물의 나이는 족히 수십 살은 돼 보였다. 건물을 끼고 골목길로 들어서자 나타나는 주차장 입구에도 수십 년 전에 붙였을 법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사업장-노동청’ ‘의료보험 적용사업장’이라는 낡은 팻말도 보였다. 중층구조 주차장에는 꽃담황토색 택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가 줄지어 서 있다. 수십 년 전에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 카카오T 블루 택시에 그려진 카카오 캐릭터가 어색해 보였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이곳은 택시회사 ‘KM3’다. 이 회사는 2019년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 인수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 TJ파트너스가 50년 된 택시회사 경서운수를 인수해 이름을 바꿨다. TJ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 진화택시를 시작으로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해 이름을 KM1, KM2 등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확보한 차량이 900여 대에 이르며, 이는 대부분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사업을 하는 KM솔루션즈(옛 타고솔루션즈)의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로 활용되거나 활용될 예정이다. 3월18일 오후, KM3 사무실에서 최바다(39) TJ파트너스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지금 ‘택시회사 사장’이지만, 원래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의 창업자였다. 2014년 6월 럭시를 창업해 2016년 10월부터 서비스하다가, 2018년 2월 회사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한 뒤 그해 말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고 2019년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으로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한 뒤 택시회사 대표가 됐다. 3월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 모빌리티 시장이 큰 변화를 겪는 가운데, 그가 생각하는 택시산업의 미래를 들어봤다.

카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했는데.

“나는 17살 때 맥스MP3(온라인 음악 다운로드·스트리밍 서비스)를 창업해서 매각한 경험이 있었다. ‘다날’이라는 회사에 다니던 2014년 1월, 미국에 ‘우버’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버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 한국의 택시산업에 대해서 공부해봤다. 외근 때문에 택시를 자주 타면서, 한국에 택시가 일본보다 많은데도 왜 안 잡힐까 호기심이 생겼다. 카풀을 통해 빈 좌석을 공유하면 택시가 안 잡힐 때 사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2014년 6월 럭시를 창업해, 2016년 10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8개월 만에 매칭 건수가 1만 건이 나왔다. 카풀이 시장에서 유의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카풀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카파라치’가 생겨났다. 나중에 무혐의가 났지만 경찰서를 돌면서 조사도 많이 받았다. 기존 산업과 충돌하는 사업을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즈음이었다. 택시 호출사업을 하고 있던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럭시에 매각 제안을 해왔다. 직원 30여 명 전원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매각이 이뤄졌다.”

2018년 말 카풀 시범서비스를 했다가 택시기사가 자살하고 논란을 겪은 끝에 중단했다.
“카풀 자체가 목표라기보다는 빠르고 편리한 이동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었다. 택시의 수요-공급이 불일치할 때 카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시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연일 집회가 이어졌다. 당시 택시업계 집회에 ‘최바다를 피바다로’라는 피켓도 있었고, 우리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택시기사분들이 돌아가셨다. 다수가 좋아하는, 명분이 있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죽으면서까지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회사 구성원들과 회의하다가 네이버에서 ‘카풀’을 검색하니, 연관검색어로 ‘자살’이 뜨는 것도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중단하게 됐다.”

택시는 정말 기득권인가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12월 시범서비스를 중단한 뒤 택시4단체와 국토교통부가 참여하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다. 이듬해 3월 대타협기구는 카풀 허용 시간을 제한하고, 법인 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사납금제 폐지),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가 참여하는 ‘플랫폼택시’ 출시 등에 합의했다. 국외에서 카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카풀 시간 제한’에 합의한 것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업계의 비판이 쇄도했다.

카풀 서비스 중단, 사회적 대타협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라는 기득권에 패배한 것”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택시를 ‘기득권’이라 많이 표현하지만, 택시는 기득권을 유지할 정도의 힘과 에너지가 없다. 변화가 없어서 ‘적폐’라고도 하지만, 택시산업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규제 정책과 이를 방치한 우리 사회 때문이다. ‘택시에 패배했다’는 말은 우리 자신에 대한 패배를 뜻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빠르고 편한 이동 서비스’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을 포기했다면 포기라고 하겠지만 오히려 돈도 더 많이 들고 힘도 더 드는 방식으로 택시산업을 바꾸려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명분을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은 방해 요소가 생기면 피해 가거나 부수고 나아가야 한다. 사업하다 멈추는 것은 자기 철학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회사를 운영해보니 어떻나.
“일주일을 쪼개 9개 회사로 나눠 출근한다. 택시회사는 대체로 20~30년 전에 멈춰 있다고 보면 된다. 회사에 가보니 매출이나 임금을 수기로 관리하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컴퓨터가 없는 회사도 있었다. 경영의 중심은 자금 관리인데 관리 수단이 없어 투명성과 체계성이 떨어졌다.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하고, 누락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도 정비했다. 시설도 열악해, 샤워실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이 재래식인 곳도 있었다. 택시기사든 사무직이든 구직을 위해 면접 보러 왔다가 시설을 보고 포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보나.
“그동안 법인택시 사업자들은 택시회사를 단순히 자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해왔다. 가만히 있어도 차고지 땅값이 오르고 면허가격도 올랐다. 가만히 있어도 기사들이 돈을 벌어 사납금을 갖다줬다. 경영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다보니 사업자 입장에서도 투자할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매출을 늘릴 생각도, 서비스 품질을 높일 이유도 없다. 이런 악순환이 택시가 외면받은 이유가 된 것으로 본다.”

택시기사가 부족한 이유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요-공급 불일치 상황은 택시는 남아돌지만 이를 운전할 기사가 없다는 것이 이유로 꼽혀왔다.
“기사가 부족한 것은 낮은 처우와 사납금제도 때문이다. 일한 만큼 대가가 따라오지 않기에 일할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기사 처우가 좋아져야 서비스 품질이 올라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액관리제고 월급제다. 기사들 매출을 회사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주라는 취지다. 이에 대한 솔루션이 바로 ‘가맹택시’다.”

가맹택시는 승객에게 제공하는 이동서비스와 맞물린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추가요금을 받을 수 있다. 법인·개인택시 사업자들을 프랜차이즈처럼 모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3월 타고솔루션즈가 카카오T 앱을 통해 1천~3천원을 더 내고 택시를 호출하면 강제배차가 되고,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받은 기사가 운전하는 ‘웨이고 블루’를 출시했다. 6개월 뒤 카카오모빌리티가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해 KM솔루션즈로 이름을 바꾸고, 서비스 이름도 ‘카카오T 블루’로 바꿨다. 가맹택시 브랜드는 카카오T 블루뿐만 아니라 KST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마카롱 택시’가 있다.

전액관리제·월급제는 어떻게 운영하나.
“서울에서 1월1일부터 전액관리제가 시행됐지만 대부분 회사가 하지 않고 있다. TJ파트너스의 택시회사 9곳은 모두 전액관리제와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본급으로 190만원을 주고 기사가 성과수당기준금 이상으로 벌어들인 매출의 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가맹본부(KM솔루션즈)가 안정적으로 호출과 배차를 하기 때문에 2월 한 달 기사당 평균 680만원 매출을 올렸다.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줄긴 했지만, 일반택시보다 가맹택시의 매출 감소 폭이 훨씬 작다. 그렇다보니 우리 쪽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기사도 많은 편이다.”

택시사업자들 사이에서 전액관리제를 재검토하자는 말도 나온다.
“그건 정말 과거로 회귀하자는 얘기다. 기사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서비스 품질 관리를 하지 않으면 택시산업 발전은 요원하다. 기사 처우를 개선해야 택시 공급이 늘어나고 매출도 늘어난다. 또 이미 눈이 높아진 소비자는 사납금제로 기사들 쪼아서 유지되는 택시는 원하지 않는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들의 희생 속에 만든 것이고 택시업계가 합의한 것이다. 지금은 택시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해야 할 때다. 왜 투자도 안 하고 과실을 얻으려 하나. 그런 사업자들은 사업 접고 떠나는 게 맞다.”

여객법 개정으로 택시산업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꼭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면.
“첫째가 요금 규제 완화이고, 둘째는 기사 시험 간소화다. 택시기사 자격 취득하는 데 3주 이상 걸리고 절차도 복잡하니 새로운 분들이 입직을 꺼린다. 같은 맥락에서 차고지 밖 교대도 허용해줬으면 좋겠다. 택시회사 차고지가 외곽에 있어서 사는 곳과 멀면 일하려 하지 않는다. 기사 수급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포기하지 않아야 혁신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택시 기반 이동서비스가 답답하고 불편할 수 있다고 본다.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동서비스는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하고, 누군가에게 이동을 맡기는 것은 목숨을 맡기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뜨거운 열정과 혁신 마인드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아야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 택시를 더 좋게 만드는 일, 잘할 자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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