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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미 관계 적극적 중재 나설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4번째 중국 방문…

6자회담 의장국 중국에 쏠린 시선
등록 2019-01-12 13:46 수정 2020-05-03 04:2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꽃술을 흔드는 어린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꽃술을 흔드는 어린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새해 첫 정치 일정으로 중국 방문을 선택한 것은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 시작부터 정세가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완료?

지난해 3차례 북-중 정상회담이 모두 주요 정상외교를 전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준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협상을 포함한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행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남짓 만에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1차(2018년 3월25~28일)와 2차(5월7~8일) 방중 시점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때였다. 3차(6월19~20일)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졌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바뀌는 시기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이 ‘관례’로 굳어지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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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등 북-중 관영매체의 1월10일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성사됐다. 김 위원장의 방중 시점이 중국과 미국이 무역갈등을 풀기 위해 베이징에서 마련한 차관급 회담(1월7~9일)과 겹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공간적으로 북-중, 북-미, 중-미 관계가 삼각으로 얽힌 미묘한 모양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 편으로 1월7일 평양을 출발해 밤 9시30분께 중국 국경 도시 단둥에 도착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튿날인 1월8일 오전 11시께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 일행은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등의 환영 속에 국빈급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조어대)에 여장을 풀었다. 앞선 세 차례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깍듯한 예우였다.

김 위원장, 시진핑 주석 방북 초청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이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1월9일 송별오찬에 앞서 베이징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이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와 함께 1월9일 송별오찬에 앞서 베이징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월9일 오후 3시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베이징을 떠날 때까지, 김 위원장은 환영행사, 정상회담, 환영만찬(이상 1월8일), 송별오찬(9일) 등 모두 4차례 행사에서 시 주석과 얼굴을 맞댔다. 김 위원장은 “조-중 친선의 불변성·불패성” “노세대 영도자들이 친히 맺어주시고 키워주신 조-중 친선” “중국 측과 일치단결” 등을 입에 올렸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은) 중국 인민의 친근한 동지이고 벗” “두 나라 인민의 순치의 관계” 등을 언급했다. 도 1월10일 관련 기사를 전하며 북-중 관계에 대해 “이 세상 가장 지심 깊고 억세인 뿌리에 떠받들려 진정으로 신뢰하는 동지 관계,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불패의 친선 관계”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삐걱대다 지난해 3월 첫 방중을 계기로 전혀 달라진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정상은 앞선 3차례 회담에서도 엇비슷한 ‘덕담’을 주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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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관영매체는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를 크게 2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조-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친선과 단결, 교류와 협조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했다. 1949년 10월6일 수교한 북-중은 한국전쟁 직후 마찰을 겪기도 했지만, 1961년 7월11일 ‘조-중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하면서 ‘혈맹’의 지위를 복원했다. 이후에도 부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지금까지 북한의 가장 든든한 우방으로 남은 건 중국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중 수교) 70돌이 되는 새해에 정치·경제·군사·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고위급 호상래왕(상호왕래)의 전통을 견지하고, 확대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새로운 계획들에 대하여 합의”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김 위원장은 재차 시 주석의 방북을 초청했고, 이에 시 주석이 “초청을 쾌히 수락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통보”했다고 은 전했다. 시 주석의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 북쪽에 전달됐다는 뜻이다. 시 주석의 집권 이후 첫 방북이 이른 시일 안에 성사된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과 맞물려 2019년 상반기 한반도 정세에 역동성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두 정상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 문제, 특히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먼저 “밀접한 의사소통과 솔직한 의견 교환·조율을 통하여 유익한 정세 발전을 이끌어내고 추동하여 쌍방의 이익을 수호”했다고 지난 3차례의 정상외교를 평가했다. 이어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선 조선반도 정세를 옳게 관리하여 국제사회와 (한)반도를 둘러싼 각측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게 조선반도 핵문제의 궁극적인 평화적 해결 입장을 계속 견지할 데 대하여 일치하게 동의”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답답한 북-미 관계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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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섰다는 정세 인식을 두 정상이 공유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성실 이행,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입장 불변 등을 시 주석에게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월1일 신년사에서 이렇게 강조한 바 있다.

“6·12 조-미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아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원칙인 핵무기 생산·시험·사용·전파(이전) 등 이른바 ‘4불’을 강조하며, 6·12 북-미 공동성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랜 적대의 세월을 지나 새로운 북-미 관계가 만들어지면, 1953년 7월27일 이후 유지돼온 정전체제를 걷어낼 수 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만들어진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명분도 사라진다.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북한 비핵화의 논리이자 순서다.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조-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 시 주석과 의견을 나눈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성된 난관’은 무엇인가? 사상 첫 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를 넘어서고 있지만, 북-미 협상은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으로선 핵·미사일 시험 중단,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평북 철산군 동창리 위성 발사장 폐쇄 등 ‘여러 가지 실천적 조처’를 했지만, 미국은 ‘핵시설 사전 신고’ 등을 고집하며 이렇다 할 상응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되레 대북 독자 제재를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6·12 북-미 공동선언의 첫 단계인 ‘새로운 관계’ 대신, 마지막 단계인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우려’는 뭔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해 10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이후, 북-미는 아무런 직접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11월 초 열기로 했던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된 뒤 후속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이에 대한 답답함을 내비쳤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길’ 언급하며 중국 방문

김 위원장이 말한 ‘해결 전망’은 뭘까?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첫 번째 행보는 전격적인 방중 정상외교다. 김 위원장은 1월8일 시 주석을 만나 “조-중 공동의 힘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수호해나갈 의지를 피력”했다고 은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조선 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대하여 전적으로 동감” “조선반도의 정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건설적인 역할’은 한반도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정세 관리’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논란으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8월 시작된 6자(남북-미-일-중-러) 회담 의장국이다. 북한 비핵화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던 9·19 공동성명(2005년)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을 통해 만들어졌다.

6자회담은 2007년 9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따른 대북제재 결의를 통과시킬 때마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과거 6자회담은 중국이 시작하고 주도한 프로세스였으며,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이후 중국은 관련국과 함께 계속 노력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했다”고 답했다.

그간 중국은 한반도 위기의 해법으로 이른바 ‘쌍중단’(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 핵·미사일 시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주장해왔다. 지금으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전망이 어둡지 않아 보인다. 1차 정상회담 때 ‘원칙’에 합의한 북-미는 2차 회담을 통해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 이행은 그다음 차례다.

70년 가까운 불신의 세월을 넘어야 한다. 길고 힘든 여정일 터다. 이 과정에서 북-미 협상이 또다시 삐걱대며 자칫 새로운 교착 국면으로 빨려들 수도 있다. 양자협상의 한계는 다자외교로 보완이 가능하다. 이른바 ‘북핵 문제’를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관계 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 구축 등으로 나눠 접근했던 6자회담 재개를 통한 국면 전환을 꾀해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2019년 평화체제, 북-중이 치고 나가다

중국은 7·27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기도 하다. 향후 이어질 종전선언-평화협정 협상 과정에도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남북이 손잡고 앞서나가며 북-미 협상을 추동했다. 6·12 북-미 공동성명이 그 결실이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인 실행 조처를 마련해야 할 올해엔 북-중이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한-미 관계 못지않게,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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