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이 발표된 상황에서 경찰 보안수사대가 정치 개입 의혹으로 수사받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긴밀하게 협조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 전 과거 경찰 보안수사대 활동에 문제가 없었는지, 군 사이버사와 협조한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 무엇인지 진상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늘어난 ‘보안경찰’경찰의 보안 업무란 간첩이나 좌익사범을 감시·대응하는 대공업무를 뜻한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보안경찰 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을 거치며 줄어들다, 이명박 정부 3년차인 2010년부터 늘어났다. 경찰이 해마다 펴내는 를 보면 2007년 2151명이던 보안경찰 정원은 2008년 1860명, 2009년 1856명으로 줄어들다 2010년 1918명으로 늘어난다. 이후 다시 줄어들던 보안경찰 수는 2014년 1839명을 시작으로 2015년 2059명, 2016년에는 2518명끼지 확대된다.
특히 2010년부터는 보안사이버 분야가 강조된다. 경찰청은 2009년 12월24일 경찰청 보안국 보안사이버 분석계를 확대해 보안사이버수사대를 만든다. 경찰청에서 보안사이버 분야에 역량을 쏟은 시점은 묘하게도 불법 정치 개입에 나섰던 군 사이버사령부가 설립(2010년 1월1일)된 시기와 겹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 간부는 “2009년께 북한의 사이버 공격 부대가 단일화되고 규모가 커졌다. 이 때문에 경찰, 국정원, 기무사, 군 사이버사령부가 모두 비상에 걸렸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군과 경찰의 조직 확대가 각각 별도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 간부는 이어 “보안사이버수사를 하면서 경찰은 불법활동을 하거나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심을 살 일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원칙으로 했다. 철저히 북한과 추종 세력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의 공적조서를 보면 경찰이 진행한 ‘보안 업무’의 범위가 북한 대응에 그쳤는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의 공적조서를 보면 “2015년 7월3일~14일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사이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인터넷 게시물을 이용한 안보 위해 세력 동향 분석·상황 전파하여 범죄 예방에 기여한 공이 있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경찰이 특정 사이트만이 아니라 인터넷 전반을 모니터링했음을 방증하는 내용이다.
인터넷 전반 모니터링 정황경찰은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다음과 네이버 카페도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았다. 2015년 1월부터 경찰청 보안국에서 일해온 한 경찰은 공적조서에서 “각종 뉴스 기사 댓글난에 북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북한 김일성 3부자를 찬양·미화하는 내용의 댓글 등 이적표현물을 게시한 사이버 안보 위해 사범에 대한 내·수사를 통해 북한 사상 오염 확산 방지에 기여“했다고 적었다. 일선의 보안수사대에서 일했던 한 경찰은 재테크, 성경 연구, 한 대학교의 졸업생 모임 카페 등을 표적으로 내사를 진행했다. 그의 공적조서를 보면 “(인터넷 카페에서) 북한 체제 찬양 및 반미 선동 이적 표현 게시글 총 293건(2015년 총 199건) 내사 후 삭제 완료”라고 적혀 있다. 이 경찰은 당시 활동에 대해 묻는 에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문제가 되는 게시글이 있어) 카페를 들여다봤다. (현재는 회원 가입해야 게시글을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공개된 카페여서 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찰의 활동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선전·선동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는지, 군 사이버사처럼 정부 비판 세력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폭주했는지다.
경찰의 활동이 합법적 범위에서 이뤄졌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례는 많다.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2011년 9월 북한을 풍자할 목적으로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리트윗한 시민 박정근씨의 가게와 집을 압수수색했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이었다. 결국 박씨는 이듬해인 2012년 1월 구속됐다.
그러나 박씨가 북한을 추종하기 위해 트위터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가 쓴 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일 주검이 뭐 대수라고’ ‘아기 주사파는 옹위옹위하고 웁니다’ ‘김정일 장군님 빨리 오세요. 김치찌개 해놨다. 늦으면 전화해라’ 등의 글을 올렸다. 박씨는 결국 2014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입은 것은 박씨뿐이 아니었다. ‘박정근 후원회’는 2013년 7월 ‘리트윗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공개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피해자 8명이 더 있다고 밝혔다. 경찰 보안수사대가 북한 혹은 북한 추종 세력만이 아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리한 모니터링과 내사·수사를 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박정근씨는 과 한 통화에서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쳐 나를 수사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그 점이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기무사와는 일부 협조”은 제1198호 사회 ‘작전명 레드펜, 온라인 블랙리스트도 있었다’에서 군 사이버사가 정부 비판 성향의 아이디(ID)를 대량 수집해 온라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번호 특집1 기사('경찰, 군 댓글 작전 관여했나' 참조)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불법 정치 개입에 나선 군 사이버사령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공조 체제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국방부 공식 문건으로 확인했다. 경찰이 군 사이버사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넘겨받아 민간인에게 사이버 사찰을 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2011년 보안사이버수사대에서 일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와 교류한 적은 없지만 기무사와는 일부 협조를 했다. 하지만 부적절한 방식은 전혀 아니었다. 박정근 사건의 경우 우리(경찰)가 직접 검색 혹은 첩보를 입수한 건지 (기무사 쪽에서) 받은 건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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