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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직원도 ‘감사 우울증’

석연치 않은 감사로 부장 보직 해임 뒤 정신질환 앓으며 산재 신청…

회사 쪽 “실명 투서로 감사 진행”
등록 2017-11-29 10:39 수정 2020-05-03 04:28

삼성화재에서 회사의 감사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질환을 앓게 된 직원이 업무상 산업재해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에서도 지난 1월 혹독한 감사를 받던 중 우울증에 걸린 직원이 산재 인정(제1183호 ‘삼성SDI 전 직원, 감사 우울증 산재 인정’ )을 받은 바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불현듯 감사, 그리고 보직 해임

삼성화재 부장 출신의 김아무개(50)씨는 2016년 9월 느닷없이 감사실로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감사실에서 ‘부하 직원에게 선물을 강요하지 않았냐’ ‘경품용 넥타이 4개를 착복하지 않았냐’ 등의 추궁을 받았다. 감사는 9월21일부터 30일까지 다섯 차례 이뤄졌다. 그리고 10월5일 아무 절차 없이 ‘나 홀로’ 인사 명령이 나 보직 해임됐다. 전날 78명의 인사가 난 직후였다. 그는 혼자 보직 해임 인사 명령을 받은 것이 수천 명의 직원들에게 공개돼 심한 모욕감과 충격을 받았다.

그는 보직 해임 이틀 만인 2016년 10월7일, 서울의 한 정신과의원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 장애’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진단서에 “향후 최소 4주간의 요양 가료(치료)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었다. 이후 종합병원에서 추가 검진을 받은 결과 8주 진단이 나왔다.

결국 김씨는 10월19일 병가를 낸 뒤 요양에 들어갔다. 그는 최근 다시 ‘6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중증 진단이 나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결국 2017년 10월 근로복지공단 서울 서초지사에 자신이 앓은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상 재해 신청을 접수했다. 김씨의 산재 신청 업무를 맡은 법률사무소 ‘내일’의 김가람 노무사는 “김씨는 감사 직후 스트레스를 호소해 정신과 진단을 받았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 산재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규정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개인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준다거나 부당한 대우가 있었는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부당한 감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하 직원 3명이 ‘선물을 강요했다’며 실명 투서해 김씨에 대한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별다른 절차 없이 이뤄진 보직 해임과 관련해서는 “김씨가 부하 직원 중 투서자를 찾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에 보직 해임을 했다. 이후 징계 등 절차를 거치려 했지만, 김씨가 병가를 냈기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삼성화재가 만 50살 넘는 보직자를 쫓아내기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 부당한 표적 감사를 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는 특정 나이 이상의 부서장을 사실상 강제로 보직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 상대로 손배 청구도 검토

김씨의 대리인인 종합법률사무소 ‘공정’의 황보윤 대표 변호사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선물 요구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7만원짜리 넥타이 4개를 김씨가 착복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다. 김씨가 관리하는 부서의 판촉물 비용만 연 5억원 수준이고, 혼자 관리하는 거래처만 1500개다. 감사 이후 넥타이 4개를 전달한 사람을 찾아 확인서와 녹취록까지 제출했다. 실명 투서가 있다지만 그들은 삼성화재 직원이라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권위의 삼성화재 조사와 산재 신청 결과가 나온 뒤 회사를 상대로 부당 보직 해임 무효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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